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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문종 국회의원 |
대선에 출마하겠다고 나선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돌풍 현상이 그것이다.
처음부터 미국 자본주의가 몸에 밴, 심하게는 돈밖에 모르는 자본가 정도로 인식하고 있는 트럼프의 대선 출마에 관심이 갔던 건 아니다.
당초에는 사실과 다른 막말로 대한민국을 공격한 트럼프의 경솔한 처신이 계기가 됐다. 그러다 재력외에는 이렇다 할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그가 연이은 막말과 기행을 무기 삼아 미국 보수진영의 표심을 사로잡아 가는 과정에 눈길을 주게 됐다.
실제 그는 지난 달 한 유세장에서 "미군이 한국을 보호해주지만 자신들은 어떤 것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며 "한국은 미쳤다"고 비난했지만 이는 사실과 달랐다. 그의 주장과는 달리 대한민국은 주한미군 방위비분담협정(SMA)을 체결한 2011년부터 일정 금액의 방위비를 지급해왔다. 가장 최근에는 9200억원으로 책정된 2014년 분담금을 지급한 바 있다.
그가 이번 뿐 아니라 2011년에도 "우리는 2만5000명의 병력을 보내 한국을 보호해주고 있다. 그런데 그들은 우리에게 돈을 주지 않는다"고 공격한 흔적을 보면 그의 막말은 의도성이 짙은 쇼맨십의 일환일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생각이다.
솔직히 지난 6월 공화당 경선 후보로 출마 선언할 당시만 해도 트럼프의 존재감은 지극히 미미했다.
그러던 그가 공화당 경선 무대에서 파죽지세로 주가를 상승시키며 급기야 유력 후보였던 젭 부시를 3위로 밀어내고 선두를 달리고 있다. 거칠고 터무니없는 트럼프의 주장들이 티파티 등 공화당 유권자들의 가슴을 파고든 결과다.
경선 출마 당시 멕시코인을 성범죄자로 비하한 발언을 시작으로 2008년 공화당 대선후보였던 전쟁 영웅 존 매케인 상원의원 조롱에 이르기까지 막말 퍼레이드가 전부였던 지난 두달여간의 행적을 생각하면 뜻밖의 결과가 아닐 수 없다.
결과적으로 인신공격 등 무례하기 짝이 없는 발언들이 트럼프의 주가를 올려주고 있는 셈이니 아이러니하다.
기존의 정치권 모습과는 동떨어진 기행과 거침없는 트럼프 발언이 미국사회에 어필하는 데는 이유가 없지 않다는 생각이다.
과격한 노이즈마케팅으로 오바마 정부 정책에 대한 보수주의자들의 저항의식과 불안을 자극한 트럼프의 선거전략이 주효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가 공화당 후보가 된다고 생각하는 미국인은 많지 않은 것 같다.
부시와 힐러리가 맞붙게 되면 부시의 승리에 무게가 실리는 반면 트럼프와 힐러리의 경쟁구도에서는 힐러리가 압승하리라는 예상을 이역만리에 있는 나도 하고 있는데 미국의 공화당원들이 모를 리 없다.
심지어 트럼프의 상승세를 두고 민주당 지지자들이 본선 경쟁력을 위해 상대적으로 열세인 트럼프를 역선택한 결과라는 음모론까지 제기되는 마당이다.
살펴보니 트럼프 현상은 미국사회가 갈등을 치유하는 나름의 방식에서 비롯됐다는 생각이다.
미국의 프라이머리 제도가 갖는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선거 이슈를 통해 뭔가를 사전에 걸러낼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미국의 역대 선거를 보면 당내 경선 과정에서 이슈를 선점한 사람이 가장 유력한 후보로 부각되지만 대부분 페이스메이커 역할에 그쳤을 뿐 당선까지 이르지 못했던 사례가 숱하다.
이번 트럼프 현상도 공화당 경선 마지막까지 버티는 뒷심을 발휘할 것 같지 않다.
다만 경선 과정을 통해 공화당이 접근하는 이슈들에 대해 트럼프가 나름대로의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고 유권자들은 그가 구축해 놓은 가이드라인 속에서 과연 누가 공화당 대선 후보에 적합한지, 또 승산이 있는 후보인지를 심사숙고해서 결정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현 오바마정부에 대한 공화당원들의 반감이 이대로 계속 된다면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 주자로 나설 가능성도 있다. 보수 진영 유권자가 트럼프를 통한 카타르시스에 대해 설득력을 갖게 될 경우지만 실현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는 판단이다. 종국엔 지나치게 반 정치적인 트럼프의 돌출행동들이 공화당 승리에 비효율적이라는 판단이 서게 되면서 다른 사람을 후보로 내세우게 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결국 공화당의 대선 결과는 결국 트럼프의 이슈들을 잘 소화해서 중도나 심지어는 일부 심사가 상해있는 민주당원들까지 받아들일 수 있도록 전달할 능력 여부에 달려있는 게 아닐까 싶다.
이런 관전 포인트들이 아직도 1년 넘게 남은 미국 대선에 관심을 갖게 하는 것 같다.
다만 미국사회를 위해서도 공화당을 위해서도 성공한 사업가로서 잘못된 자신감으로 주관적 논리에 빠져 대선판을 흐리는 트럼프 사례가 더 이상 반복되지 않길 바란다.
그런 캐릭터가 대통령을 꿈꾸는 이들의 롤모델로 자리잡게 되는 상황을 상상해보라.
정말 끔찍한 일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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