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서방국, 이란에 구애경쟁?

남영진 / / 기사승인 : 2015-08-24 14:2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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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영진 한국감사협회 고문
▲ 남영진 한국감사협회 고문
우리나라를 비롯한 서방이 이란으로 몰려가고 있다.

유일호 국토부장관과 한국도로공사, 한국수자원공사등 공기업과 엔지니어링업체, 건설시공사등 민간기업이 함께 지난21일부터 이란을 거쳐 29일까지 알제리, 몰타등 3개국의 시장개척을 위해 방문했다. 2010년 핵문제로 서방의 경제제재가 시작된지 5년만의 일이다. 당시 이란은 원유의 10%정도를 수출하고 해외건설에서 수주액이 6위였던 큰 시장이었다.

우리 시장개척단은 이번 방문에서 이란의 석유부 에너지부 도로도시개발부등 정부부처와 이란석유공사, 석유화학공사등 공기업을 방문하고 그간 중단됐던 에너지 건설부문 진출방안을 협의했다. 그간 원유도입에 따른 교통인프라사업과 해수 담수화 플랜트, 가스처리 발전시설과 토목 건설분야의 협력방안을 논의한다. 우리나라 원유의 대부분은 사우디 두바이등에서 들여오는데 다 걸프만서 이란의 목젓인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해야하기 때문에 공급로의 해상안전확보가 중요한 과제다.

우리보다 국제경제의 흐름에 빠른 일본정부가 선수를 쳤다. 일본은 미국상원이 이란핵협상을 승인하고 공식 경제제재를 해제하면 곧 이란에 들어갈 채비를 하고 있다. 일본의 경제산업부차관이 이미 지난8일-10일 종합상사, 정유업체, 은행등 21개 회사관계자와 함께 테헤란을 방문해 이란 석유장관을 만났다. 우리와 같이 원유를 중동에서 전량 수입하는 일본도 경제제재가 풀리면 현재 수입량의 5%정도인 이란산 원유를 10%까지 늘이려는 계획이다.일본은 2010년이전 이란의 최대인 아자대간 유전개발에 적극 참여한 바 있어 이를 재개한다는 방침이다.

미국의 동맹국이었던 영국도 재빨리 움직였다. 영국은 미국의 상원인준이 끝나지 않았는데도 이미 8월중순 4년만에 대사관을 재개했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등도 수조달러에 달하는 이란의 석유와 가스 개발사업을 따내기 위해 테헤란의 정치지도자들과 물밑접촉을 벌이고 있다. 그간 서방제재에도 이란측 입장을 지지했던 러시아와 중국은 기존 연대를 지키려고 애를 쓰고 있다.

지난 7월중순 제네바에서 열린 미국-이란의 핵협상이 타결됐다는 소식은 국제면의 톱뉴스였다. 미국에서는 오랫동안 이스라엘의 주장대로 이란의 핵개발을 막아야한다며 핵연구기지를 폭격하자는 강경론까지 대두했었다. 올해 들어 미국이 협상테이블에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등 안보리이사국과 독일 이탈리아등 전통적인 서구 우방을 끌어넣고 이란에 압박을 가하는 형태였는데 갑자기 이란에 핵협상이 타결됐다는 뉴스가 나왔다.

미국의 경제와 외교정책은 유태인들의 입김이 세 이스라엘에 반하는 조치를 취하기 어렵다는 전문가들의 예상을 뒤엎고 그야말로 ‘파격적’ 조치를 취했던 것이다. 당시 미국이 서둘러 협상을 마무리한데는 정치적인 이유보다 경제적 이익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미국의 세일가스 개발이후 중동산 석유가가 절반으로 떨어져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등이 경제적 타격을 받고 있으며 IS가 장악한 이라크 시리아 이란국경지대의 주 수입원인 석유밀수출에도 타격을 입혔다는 것이다.

협상당사국인 서방을 환영을 표했지만 이스라엘은 이란이 당장 핵개발을 중지하겠지만 비밀리에 계속 개발할 것이라며 반대했다. 이에 호응해 공화당이 우세인 미국상원이 오바마대통령이 사인한 협정을 인준하지 않겠다며 거부방침을 분명히 하고 있어 오바마는 상원 설득에 주력하고 있다. 오바마는 취임후 해외 주둔 미군을 철수하면서 이라크 현지 정부를 강화하는데 주력해왔다. 내년말까지는 아프칸 미군철수를 추진중이어서 매파 공화당의 비난을 사왔다.

이란 핵협상은 오랫동안 끌어온 것이라 타결이 갑작스런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란이 핵개발을 완전 중단하는 것이 아니고 일정 기간 중단하고 핵재처리과정을 거쳐 원자로를 가동하겠다는 것은 북한이 대외적으로 내세우는 핵 정책과 비슷한데도 이란은 풀어주고 북한은 아예 6자회담도 재개하지 않아 형평성에도 맞지 않아 그 진짜 이유가 궁금했다.

최근 이에대한 미국발 해설이 흥미롭다. 미국이 ‘달러패권’을 지키기위해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를 풀지 않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이란이 앞으로 수조달러에 달하는 석유 가스대금을 서방은 유로로, 중국은 위안화로, 일본은 엔화로, 한국은 원화로 거래하면 ‘달러’의 세계 기축통화역할이 약화된다는 것이다. 그간 중동의 석유수출국들은 원유값을 미국 달러로 받아 이를 국제시장에 통용시켜 세계시장에서의 달러의 파워를 유지시켜왔는데 석유가가 떨어지면서 이를 유지하기가 힘들어졌다는 것이다.

미국이 이란과 적대정책을 계속하고 IS를 비롯한 시리아와 지리한 전쟁을 계속할 경우 중국과 러시아는 전통적 유대로 이익을 취하고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틈새전략을 취한다면 미국만 경제적인 손해를 보게되고 결국은 세계 경제를 좌지우지할 달러의 힘이 약해진다는 우려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이스라엘의 반대에도 이란을 풀게 된 것이다.“국제관계에는 영원한 우방도 적도 없다”는 말이 실감난다. 국가이익이 모든 외교적 판단의 기준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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