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끌이’ 암살과 베테랑, 1천만 관객에 여름더위 식혀줘

남영진 / / 기사승인 : 2015-09-01 14:35:01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남영진 한국감사협회 고문
▲ 남영진 한국감사협회 고문
올여름 더위를 식혀준 ‘암살’과 ‘베테랑’이 8월 광복절과 월말 2주 간격으로 1천만 관객을 돌파해 ‘쌍끌이 흥행’이라는 말을 듣고 있다. 그간 한국영화의 수준이 높아져 이미 '명량'(1천761만명), '국제시장'(1천425만명), '괴물'(1천301만명), '도둑들'(1천298만명), '7번방의 선물'(1천298만명), '광해, 왕이 된 남자'(1천231만명), '왕의 남자'(1천230만명), '해운대'(1천145만명), '변호인'(1천137만명), '실미도'(1천108만명)등 10여편이 이미 1천만명을 돌파했지만 이번처럼 2주간격으로 한꺼번에 1천만명을 모은 것은 경이적이다.

이로써 ‘암살’은 올 들어 첫 번째 1천만 관객을 모았고 외화까지 합치면 16번째 ‘1천만 클럽’에 등록됐다. ‘타자’로 눈길을 끌기 시작했던 최동훈 감독은 ‘도둑들’(2012)에 이어 두 편의 1천만 영화를 만들었다. ‘해운대’와 ‘국제시장’을 만든 윤제균 감독에 이은 두 번째 기록이다. ‘베를린’등 숨가쁜 액션물로 흥행한바 있지만 1천만 영화에는 못미쳤던 류승완 감독의 '베테랑'은 개봉 25일 만인 8월29일 오전 7시30분께 누적 관객 수 1천만명을 돌파했다 '베테랑'은 개봉 이후 하루도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지켜 가장 오래 정상을 유지한 영화다.

1천만 영화중 선정물이거나 액션물이 아닌 역사적 사건을 다룬 명량, 광해, 왕의 남자, 암살등이 인기를 끈 것을 보면 엔터테인먼트에도 ‘의미’를 더하면 더 인기를 끌 수 있다는 점을 알려준다. 헐리우드의 ‘벤허’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등 대작들이 아직까지 명화로 남아있는 것을 봐도 ‘재미+의미’의 공식을 알려주고 있다. 암살은 더구나 우리 영화에서도 일제 강점기를 다룬 영화가 흥행이 된 적이 없다는 징크스를 깼다고 한다. 그간 너무 역사성에 치중하다 보면 주제가 부담스럽고 너무 가볍게 다루면 의미가 없어져 식민지 시대 영화는 다루기 어려운 소재였다.

이렇듯 두 영화의 흥행은 무엇보다 재미있기 때문이다. 흥행 비결은 무엇보다 작품성과 오락성의 적절한 결합이다. 배우들의 연기력과 개성도 두드러진다. 암살은 전지현 하정우 오달수 조승우 이경영 등 호화캐스트들이 총출동했고 베테랑도 황정민 오달수 유해진 유아인에 패션 모델 출신인 장윤주까지 가세했다. 이들이 각각 개성있는 연기로 출연진 모두를 주연급으로 격상하는 효과를 냈다. 또한 뻔한 스토리를 숨가쁘게 연결시켜 2시간여의 상영시간에 졸지 않게 만드는 재주를 보였다.

황정민은 '국제시장'에 이어 '베테랑'까지 주연작 2편을 1천만 고지에 올려 '천만 배우' 자리를 굳혔다. 그동안 청년 이미지가 강했던 유아인은 악역을 정말 악독하게 연기해내 연기 변신에 대성공했다는 평을 받았다. 재벌3세인 유아인의 행태를 보면 현대 한화 대한항공등재벌 어디와 겹쳐보이는 기시감도 흥미롭다. 유아인의 오른팔 역할을 맡은 유해진은 개성 있는 연기파 배우다운 모습을 보였고 이 영화로 스크린에 데뷔한 모델 장윤주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양 쪽에 다 나오는 만년 조연 배우인 오달수가 세운 기록은 진기록이다. 역사물에 단역으로 나오다 목소리 출연한 '괴물'부터 '도둑들', '7번방의 선물', '변호인', '국제시장', '암살'에 이어 '베테랑'까지 7편의 천만 영화에 출연했다. 이미 '국제시장' 때 오달수의 출연작 누적 관객 수는 1억명을 넘었고 이번에는 '암살'과 '베테랑'에 모두 출연해 '쌍천만 영화'의 주역이 됐다.

‘암살’은 일본이 중국과의 전쟁을 시작하면서 상해에 조계지를 점령하고 상해임시정부가 항주를 거쳐 중경으로 망명하던 때부터 시작된다. 독립운동의 두 거두인 김구와 김원봉이 의열단을 결성해 일본의 요인들을 암살하던 때부터 시작된다. 김구·김원봉 등 역사적 실존 인물과 흔히 있을 수 있는 친일파 거물과 밀정등 허구의 인물들을 잘 섞어낸 스토리의 탄탄함을 바탕으로 끝까지 긴장감을 유지해낸다. 순제작비 180억을 들여 완벽히 복원한 1930년대 풍경과 소품, 화려하진 않지만 무게감 있는 액션장면 등도 훌륭했다는 평가다.

'베테랑'은 안하무인 재벌 3세 유아인의 범죄 행각을 베테랑 형사 황정민을 비롯한 광역수사대가 끈질기게 쫓아 단죄하는 모습을 그린 범죄 액션 영화다. 이 영화의 최대 강점으로는 '통쾌한 감성'이 꼽힌다. 사람 귀한 줄을 모르는 재벌을 서민 형사가 단죄한다는 간결하고도 분명한 메시지를 액션 전문인 류승완 감독의 시원한 액션과 함께 그려냄으로써 관객과 소통에 성공했다는 평이다. 봉준호 감독은 "이토록 고발적인 영화가 이토록 오락적이라는 사실이 경이롭다"고 추천사를 썼다.

명대사도 영화를 본뒤에 귀에 남는다. 암살에서 전지현이 일제의 밀정노릇을 하다 해방후 남한에서 다시 출세한 이정재를 처단하고는 “이제야 대장님(김원봉)의 명령을 완수했습니다”라는 쉐리프가 광복절 70주년과 맞물려 가슴에 찡했다.

베테랑에서는 경찰 황정민이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자존심)가 없냐"는 말과 유아인의 "문제를 만들면 문제가 된다고 했어요" 등도 명대사로 남았다. 베테랑 팜플렛에도 나오는 일개 형사가 재벌자식에게 “내가 죄짓고 살지 말라 그랬지”라고 소리치자 유아인이 빈정되며 “나한테 이러고도 뒷감당 할 수 있겠어요?”라는 팽팽한 대결이 인상적이었다. 관객들은 현실에서는 이루어질 수 없는 형사가 재벌에게 수갑을 채우는 것을 영화에서나마 보고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좌석에서 일어난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남영진 남영진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