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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식 한국민간조사학술연구소장 |
즉 세상사(世上事)에는 걱정스러운 일들이 허다하나 경찰권 발동에는 일정한 조건과 한계가 따르기 마련이므로 경찰에 도움을 청할 수 없거나, 경찰에 맡김이 오히려 부자연스런(비효율적) 애매한 일들도 적지 않다.
따라서 경찰의 수를 지금보다 몇 배 더 늘리거나 경찰력이 넘쳐나도 탐정을 갈구하는 수요는 줄어 들리 만무하다.
세계경제협력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한국을 제외한 33개국에서는 인구 100만명당 평균 320명의 민간조사원(탐정)이 전문직업인으로 활동 중이다.
우리나라 용인시 정도의 도시에 320명, 서울만한 지역에 3,200명의 공인탐정이 존재한다는 얘기다.
특히 탐정업을 신고제로 운용하고 있는 일본의 경우, 인구대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6만여명(인구 100만명에 500명)의 사설탐정이 등록되어 있는데, 이들이 수임하는 건수는 연간 250만건(5.000억엔)에 이른다.
이는 탐정 1인이 연간 41.6건(월 3.5건)을 처리하는 꼴이다. 일상생활에서 절박한 일에 직면했을 때 경찰외에는 달리 찾을 곳이 마땅치 않은 우리 국민들에겐 다른 세상 얘기인 셈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7~19대 국회에 걸쳐 이상배, 최재천, 이인기, 성윤환, 이한성, 강성천, 송영근, 윤재옥 의원(2건) 등 8명의 의원이 9건의 민간조사업법(탐정법)을 발의하였으나 줄곧 ‘막연한 사생활 침해 우려’와‘소관청 지정을 둘러싼 부처간 기싸움’ 등에 함몰되어 흐지부지 시간을 보내다 철회 또는 임기만료로 폐기되는 등 공전(空轉)을 거듭해 왔다. 이런 우여곡절을 거쳐 20대 국회에서도 윤재옥 의원이 사설탐정(민간조사업) 법제화를 위한 10번째 법안인 ‘공인탐정법(안)’을 이달 9월8일 발의한 바 역시 그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정부측에서도 고용노동부가 박근혜 대통령의 신직업 발굴 지시에 따라 선진국에서는 잘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는 없는 사립탐정(민간조사업)을 신직업으로 공인ㆍ육성하겠다는 계획을 2014년 3월18일 국무회의에 보고함으로써 많은 국민들로부터 기대와 주목을 받았으나, 민간조사업에 대한 ‘실효적 관리감독’을 내세우는 경찰청과 ‘제도운용의 투명성’을 주장하는 법무부 간 관할권 이견으로 관련 법제도적 인프라 구축작업은 3년째 첫 단추도 못끼운 채 세월을 허송해 왔다.
국무회의에 보고된 사안이 반상회 논의사항 보다 진지함이 떨어진 형국이라 아니 할 수 없다.
이런 가운데 지난 6월21일 강신명 경찰청장이 기자간담회를 통해 공인탐정제(민간조사제도) 도입의 필요성을 역설한데 이어 이철성 신임 경찰청장도 윤재옥 의원이 질의한 경찰청장 인사청문회 서면질의답변서를 통해 “탐정업은 사람·물건 찾기 등 국민들의 피해회복을 돕고, 불법적인 활동을 통제할 수 있다”며 “일자리 창출 등 경제효과도 크기 때문에 반드시 도입돼야 하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힘으로써 그 어느 때보다 높은 국민적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사실 민간조사업법 제정이 필요한 가장 큰 이유는 국민에게 진정 안심과 편익을 줄 수 있는 합리적인 민간조사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있다 할 것이나, 이 직업이 우리나라에선 처음 공인된다는 점에서 새로운 일자리(2만여개)가 생기고, 탐정을 소재로 한 영화ㆍ드라마ㆍ소설ㆍ만화 등 탐정문화의 창달로 적잖은 창조경제 유발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임에 특히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결단을 내리지 않는 것이야말로 최대의 해악”이라는 데카르트의 말을 깊이 새겨 볼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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