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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문종 국회의원 |
15대 국회 입문 동기로 17, 18대 국회를 야인으로 지내며 정치적 굴곡을 겪은 개인사도 비슷하다.
또 이번 국회에서는 4선 중진의원으로 방송 토론 단골 맞상대로 만나 교분을 나누는 중이다.
거기에 DJ 정부 시절 신실하고 충직하게 대통령을 보필하는 그에게 (DJ에 대한 나의 호불호와 상관없이)호감을 가졌던 기억과 두 살 연배인 그가 내 대학 후배가 되는 학연까지 더해지면 보통 인연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그런데 이런 그를 방송토론에서 만나면 깜짝 놀랄 때가 많다.
사안을 바라보는 둘의 시각이 어쩌면 이렇게 다를까 하는 생각에서다.
그도 나도 나라를 걱정하는 상식선에서 어긋나는 사람들이 결코 아님에도 불구하고 토론의 대척점에서 마주치는 소리는 의외로 크다.
물론 토론에서 서로의 이견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게 듣는 이들의 판단과 의견 정리를 도울 수 있다는 묵시적인 동의하에 자기주장의 선명성을 강조하기 위한 과장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기는 하지만.
대정부 질문 과정을 지켜보면서도 비슷한 경험을 하게 된다.
야당 의원 중 개인적 친분을 통해 평소 어떤 소신인 지 알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대정부 질문대만 오르면 사람이 달라지는 현실을 종종 목격하게 된다.
예를 들어 통일만 해도 출발선에서는 거의 비슷하지만 각론에 들어가면 상황이 달라진다.
하다못해 경주 지진에 대한 대책이나 원인 규명 등에서조차 의견 일치가 쉽지 않다.
결국은 이분법적 진영 논리가 문제라는 생각이다.
‘협치’를 앞세우고 출범 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파행의 연속인 20대 국회의 난맥상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상대 의견은 무조건 폄훼하고 자기 진영 논리만이 옳다는 식의 억지 주장이 지배하는 정치 구조로 인한 폐해의 일단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급기야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해임건의안 처리 과정의 불법성(직권남용)을 이유로 정세균 국회의장이 형사 고발되는 지경에까지 이르고 말았다.
이유를 따져보니 생각이 분분해진다.
상대방을 먼저 인정하고 포용하려는 노력이 부재했던 건 아닌지.
서로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넘지 않으면서 도저히 타협이 불가능한 부분에 대해 어떤 식으로 공존할 수 있을까에 대한 연구가 부족했던 건 아닌지.
‘근거와 이치를 갖춘 주장’의 당위성(持之有故지지유고ㆍ言之成理언지성리)을 강조하면서도 ‘합리적인 말로 대중을 속이는(欺惑愚衆기혹우중) 자에 대한 경계를 당부한 순자(荀子)의 가르침이 절실한 시점이다.
같은 맥락으로 북한 핵이나 사드 등 국회에서 논의해야 할 다양한 논제의 해결 여부는 국민 선택에 달려있다는 생각이다.
무엇보다 국민 저마다 정치인의 방종을 막는 ‘정치인 감별사’로 나서면 어떨까.
국민 행복을 최우선 가치로 삼는 진짜 정치인을 찾아내 박수로 격려하고 성원하자는 말이다. 그렇게 된다면 더 이상 번지르르 말만 앞세우거나 진영논리 대변에만 급급한 ‘가짜 정치인’들이 발을 붙이지 못하게 될 터다.
매의 눈초리로 감시하는 국민의 견제만이 나락으로 떨어진 정치 권위를 회복시킬 수 있는 최적의 처방이 아닐까 싶다.
서서히 대선 정국이 열리고 있다.
아마도 수많은 이슈들이 펼쳐질 텐데 입 달린 사람들마다 갑론을박 국민혼란을 부추길 것을 생각하면 까마득해진다.
지금으로선 그것을 제대로 판단할 수 있는 국민적 혜안을 위해 기도할 뿐이다.
더불어 대한민국 미래를 위한 4선 국회의원으로서의 소임을 다할 수 있기를 간구한다.
소통과 통합의 정치를 통해 진정성 있는 정치의 근원을 바로 세울 수 있게 되기를.
대한민국 미래와 여의도 정치의 업그레이드를 견인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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