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일보=이영란 기자]이른바 ‘성완종 리스트’ 사건의 쟁점사항이었던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생전 인터뷰 녹취록 관련 진술에 대해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2심 판결이 나와 주목된다.
서울고법 형사2부(이상주 부장판사)는 27일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 사건과 관련해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았던 이완구 전 국무총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 이유에 대해 “피고인에게 금품을 공여했다는 성 전 회장의 사망 전 인터뷰 가운데 이 전 총리에 관한 진술 부분이 ‘특별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증거능력이 없다”고 밝혔다.
경남기업 관계자들의 관련 진술들과 관련해서도 “공소사실을 입증하기엔 부족하다”며 “성 전 회장의 진술을 제외한 나머지 각 증거능력이 있는 증거들만으로는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입증됐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당시 자원외교 비리와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던 성 전 회장이 자신에 대한 수사배후를 이 전 총리로 생각하고 배신감에 이 전 총리에 대해 허위 진술을 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것이다.
실제 형사소송법 제314조에 따르면 오로지 법정 진술만 증거로 인정되지만, 예외 규정으로 당사자가 사망한 사유 등으로 진술할 수 없는 경우,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특신상태) 하에서 진술 또는 작성된 것이 증명될 때에 한해 관련 자료를 증거로 삼을 수 있다.
앞서 이 전 총리는 2013년 4.24 재보궐 선거 당시 부여 선거사무소를 찾아온 성 전 회장으로부터 현금 3000만원이 든 쇼핑백을 건네받은 혐의로 지난해 7월 불구속 기소됐다가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바 있다.
이날 선고 결과에 대해 검찰이 상고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이 전 총리에 대한 성 전 회장의 생전 진술의 증거능력 인정 여부는 대법원에서 최종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무죄선고 직후 기자들과 만난 이 전 총리는 “재판부 결정에 감사하다”면서도 “과도·무리한 검찰권 행사는 자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1심과 2심이 다른 판결을 내놓은 이유에 대해서는 “성 전 회장은 당시 총리였던 내가 검찰을 지휘해 해외 자원 개발 수사를 했고 본인이 수사 대상이 됐다고 오해를 했던 것 같다”며 “나는 그분과 친교가 없다”고 말했다.
특히 ‘성완종 리스트’ 사건으로 함께 기소된 홍준표 경남도지사에 대한 질문에는 “그 문제는 말씀드리지 않는 게 예의”라며 “그 사건 나름대로 여러 가지 법적 논리가 있을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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