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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레타 기본 모델의 탄창에는 15발의 실탄이 채워져 있고, 제레미 스태포드에는 보통 12발의 실탄이 채워진다.
그 총탄은 사냥용이 아니다. 사람을 쏘기 위한 총탄이다.
정서현!
707 특전사 출신의 그녀는 권총을 폼으로 차고 다니는 군인이 아니었다.
요인 근접 경호가 그녀의 주 임무였다.
태권도를 기본으로 한 무술 10여 단은 우연히 딴 것이 아니다.
주특기가 뭐냐고 물었다. 즉답이 돌아왔다.
“총 잘 쏴요!”
우아한 몸매지만 168cm의 키에 알맞은 굴곡이 탄탄해 보였다.
그녀가 내민 명함에는 ‘중소기업 컨설턴트 정서현’이라고 쓰여 있었다.
남들 다니는 대학에 입학해 약간 지루해지던 1학년 여름방학 즈음, 우연히 특전사 포스터를 발견했다고 말했다.
“학교생활보다는 경주마를 타는 기수를 꿈꾸었는데, 기수 모집 포스터는 없었고 특전사 707 모집 포스터가 눈에 끌렸지요.”
허약한 몸을 보완하기 위해 습관적으로 해왔던 각종 격기 운동들이 “특전사 훈련에 적합한 몸으로 이미 준비되어 있었다”고 말했다.
2003년 3월20일 이라크 전쟁이 발발하던날 입대한 그녀는 전투 부대원으로서 갖추어야 할 모든 훈련을 마치고, 요인 근접 경호ㆍ침투와 공작에 필요한 교육을 이수한 후 이라크 파병을 수행했다.
707에서도 섬뜩하다고 말하는 이라크 파병.
명령서를 받아든 그녀는 “고공 점프 준비를 할 때처럼 설렜다”고 말했다.
장비처럼 생긴 놈들도 점프 전날 밤에 오줌 지리는 꿈을 꾼다던데, 설레다니?
참, 천상 여자처럼 생긴 아리따운 여자의 멘트로는 현실감이 없다.
더구나 뉴스를 틀면 ‘자살 폭탄’, ‘참수’ 등의 멘트가 횡행할 때, 이라크 파병 명령서를 받아든 여자가 할 대사는 아니다.
폼 잡는 건가? 때때로 지나친 과대망상이나 자기애의 발로로 허언증을 보이는 이들이 있긴 하다.
“왜요? 거짓말 같아요?”
말을 멈추고 빤히 바라보자, 눈치를 챘는지 뾰로통한 표정으로 입술을 비틀며 물었다.
얼결에 답을 해버렸다.
“네!”
깔깔깔 웃는다.
나름 시크하고 드레시한 흰색 원피스, 등판이 엑스 밴드 형태로 노출된 그 옷을 입고 허리를 꺾어 130도 정도를 돌며 파안대소하는데, 그때 압구정 고수부지 매점 앞에선 아이스크림 CF 촬영 분위기가 되어버렸다.
하필 그 대목에서 “네”라니… 후회하자니 그렇고, 내친김에 한 발 더 나갔다.
"전쟁터에 가는데 설레는 게 아니라 좀 쫄았겠지요?"
그녀가 정말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고 말했다.
“군인이 쫄 틈이 어딨어요. 그 틈으로 총알이 날아들어 온다구요. 군대는 갔다 오셨나요?”
“허참, 육군 병장을 물로 보나?”
분위기 전환을 위해 하겐×× 아이스크림을 내밀었다.
쉽지 않은 인터뷰엔 뭔가를 먹어야 한다.
정소현씨를 보면 자꾸 영화 'GI 제인'이 생각난다.
2004년, 707 입대 후 4년 동안 해온 일 중 재미있던 일은?
“재미보다는 특별한 경험을 좋아하니까 이라크 시절이 제일 긴장되고, 매일이 타이트하고 경쾌했어요.”
2년차 하사 때 이라크 파병되어 요인 경호ㆍ영어 통역ㆍ검문 검색 등 정보 요원으로 8개월 근무하는 동안 현장 공연 진행자로, 방송 요원으로도 활동하며 나름 딴따라 끼도 발산해 봤다는 그녀에게 물었다.
군대 얘기 지겹지 않냐고?
“그런데요, 남자들이 저만 보면 군대 얘기만 물어봐서… 군대 4년 다녀왔는데 평생 그 얘기만 하게 생겼네요.”
태권도 4단에 합기도 3단, 그밖에도 몇 단.
남자랑 팔씨름 져본 적 없고, 주특기는 권총 사격이다.
대학은 끝까지 안 다니고 학사고시로 패스했다.(대학을 안 다니고 시험 봐서 졸업하는 제도는 처음 알았다.)
지금은 대학원도 다니고 있다.
제일 잘하는 권총 사격으로 직업을 찾을 수 없어 공부 좀 빡세게 해서 2017년부터 현재까지 '중기 이코노미’의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다.
“총잡이는 사람을 잘 쏘아야 하는데 이유는 목표를 완벽히 지키는 겁니다. 총 안 쏘고도 위기의 중소기업을 보호할 수 있는 제 직업이 자랑스럽습니다. 군복을 처음 입었을 때처럼.”
그녀의 말처럼 그리 살기가 쉽지는 않다.
군인이 군복을 입는 이유는 추위 때문이 아니라 “오늘, 나는 타겟이 되어 명예롭게 죽을 준비가 되어 있다!”고 선언하는 의식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비장한 마음으로 그녀가 지키는 중소기업들의 미래가 춤추는 고래처럼 펄떡이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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