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주호영의 수도권 출마론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3-10-29 11:2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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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당의 '텃밭'인 영남 지역구의 인지도 있는 의원들이 내년 총선에서 서울 등 수도권 험지에 출마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히면서 구체적으로 김기현 대표와 주호영 의원의 실명까지 거론하고 나섰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사실상 김 대표와 주 의원의 수도권 출마를 압박하고 나선 셈이다.


물론 인 위원장은 "제 개인 생각이다. 위원회에서 논의한 건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지만, 위원회 차원에서 그런 방향으로 원칙을 정한다면 당 지도부가 이를 거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실제로 인 위원장은 지난 27일 SBS와 채널A, TV조선 뉴스에 잇따라 출연해 "영남, 경남과 경북의 '스타'들, 굉장히 경쟁력 있는 사람들이 서울 험지에 와야 한다"라며 "주호영도, 김기현도 스타"라고 했다.


이에 대해 신평 변호사는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국민의 일반상식으로 볼 때 인요한 위원장의 말은 지극히 타당하다"라며 "줄 잘 선 몇 사람이 평생 꽃길만 걸어가는 것, 그들이 장기간 누려온 '멋진 세상'은 가급적 일찍 끝을 맺도록 해야 한다"고 맞장구쳤다.


신 변호사는 영남 국회의원들을 '하이브리드 국회의원'으로 규정했다.


대체 하이브리드 국회의원이라는 게 무슨 의미일까.


지역구 의원이나 비례대표로 선출되는 의원이 아니라 제3의 방법으로 선출되는 국회의원이라는 뜻으로 즉 지역구 의원이면서 비례대표 의원처럼 선출된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영남권, 특히 TK 공천은 ‘비례대표 1순위=무조건 당선'과 같은 의미를 지닌다.


따라서 영남권에서 다선 의원이 된다고 해도 전국적으로 경쟁력이 있을 리 만무하다.


김기현 대표가 여당 대표로 당선되었지만, 그 전에는 그냥 ’지역 정치인‘일 뿐이었다. 나경원을 주저앉히고 안철수를 ’왕따‘ 시키지 않았으면 그가 당 대표로 당선될 수 없었을 것이다.


중앙에서 언론인들의 시각에서 보자면 김기현 대표는 ’동네 정치인‘의 범주를 넘어서지 못했었다. 20년 이상 정치권을 비판하고 조언해 온 필자 역시 그에게 관심을 가져 본 적이 없을 정도다. 그런 그가 당 대표가 되었다고 해서 ’스타 정치인‘의 반열에 오른 것일까?


하물며 당 대표 한 번도 못해본 주호영 의원까지 스타 정치인으로 분류하면서 그들의 수도권 출마를 권유하는 게 옳은 방향일지 의문이다.


물론 그들의 수도권 출마 선언이 당내 중진들의 험지 출마 선언을 끌어내는 기폭제가 될 것이고, 당에도 활력을 불어넣게 될 것이란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들이 지역에서 경쟁력이 없다면 그건 되레 역효과만 초래할 뿐이다.


여권의 거물급 인사들이 야권의 초선 의원이나 무명 인사에게 밀리는 여론조사 결과라도 나오게 되면 전국적인 선거 판도에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고, 수도권은 더욱 어려운 선거를 치러야 할 것이다.


그들의 수도권 출마가 젊은 층과 중도층의 지지를 끌어내는 동력이 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낡은 이미지의 그들보다는 오히려 신선하고 역량 있는 젊은 층을 수도권에 포진하는 바람직하다. 특히 이준석 전 대표처럼 겉은 청년이고 속은 구태가 철철 넘치는 ’청년답지 않은 청년을‘ 대신하는 새로운 젊은 인재를 발굴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중도층과 청년층이 감동하고 표를 몰아줄 것 아니겠는가.


김기현 대표와 주호영 의원과 같은 정치인은 사실 수도권 출마가 아니라 불출마 선언을 하는 게 정답이다. 특히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참패한 김기현 대표는 책임지는 차원에서라도 불출마를 선언했어야 옳았다. 그랬다면 수도권 유권자들이 그 진정성을 받아들여 여권이 승리하도록 힘을 실어주었을 것이다.


끝내 그런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인요한 혁신위’라는 임시처방전으로 위기를 모면하려는 김기현 2기 체제에 대해 실망이 크다.


게다가 뼈를 깎는 인적 쇄신을 단행해도 모자랄 판에 ‘내부통합’이라는 명분으로 대사면을 제1호 혁신안으로 내세운 혁신위를 보면 참담하기 그지없다.


과연 이런 황당한 처방으로 내년 총선에서 여권이 승리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총선 패배는 윤석열 정부의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현 정부의 실패는 국민의 삶을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그러자면 사사건건 발목 잡는 야당이 아니라 여당이 다수당이 돼야 한다. 혁신위가 방향을 제대로 잡아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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