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떴다방’ 유승민에 관심 없다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3-07-31 11:4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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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국민의힘에 찍혀서 저에게 공천을 주겠냐. 공천을 구걸할 생각은 전혀 없다.”


‘내부 폭격기’라는 별명을 지닌 유승민 전 의원은 31일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한 후 무소속 출마와 신당 창당을 비롯한 모든 방법의 여지를 남겼다.


그동안 윤석열 대통령과 당을 향한 자신의 비난이 지나쳐 당에 찍혔고, 그로 인해 공천을 받지 못할 것이란 점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그렇다고 해서 내년 총선 출마를 포기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그는 무소속이든 신당을 창당하든 어떤 식으로든 출마 방법을 찾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실제로 그는 지난 19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정당 바로 세우기’(정바세)가 주최한 강연에 참석한 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신당을 만들지, (국민의힘에) 남을지, 무소속으로 나올지 등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라며 “백지상태에서 자유롭게 생각한다”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또 "내년 총선에서 국민께서 이재명의 더불어민주당과 윤 대통령의 지배를 받는 국민의힘, 양당의 사생결단식 비생산적 정치를 싫어하시면 이번 총선이 사람을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아마도 총선을 불과 8개월가량 앞둔 상태에서 무당층이 증가하는 것은 거대양당을 싫어하는 유권자가 늘어나는 것이고, 그 표심이 자신이 만드는 신당을 향할 것이란 기대감에 부풀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는 “총선 때 신당 만들어 몇 석 얻고 대선 때 흡수 통합되는 ‘떴다방’ 비슷한 기회주의적인 3당에 대해서는 국민이 절대로 인정을 하지 않는다. 죽을 각오로 끝까지 가겠다는 말을 국민이 믿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떴다방’ 식의 정당을 창당했던 전과가 있는 그의 말을 신뢰할 국민이 과연 얼마나 되겠는가.


그는 바른미래당에서 손학규 당 대표를 몰아내기 위해 쿠데타를 일으켰다가 실패하자 탈당 후 이준석, 하태경 등과 함께 ‘새로운보수당’(새보당)을 창당했었다.


새보당은 자유한국당과 통합하기 위해 ‘떴다방’식으로 급조한 한마디로 ‘보따리 정당’이었다.


실제로 새보당은 2020년 1월 5일 창당한 후 그해 2월 17일 해산한 정당으로 그 생명은 고작 1개월 보름에 불과했다. 그런 정당을 창당했던 사람이 ‘죽을 각오로 끝까지 가겠다’라고 아무리 외쳐본들 누가 믿겠는가.


이미 그는 유권자들로부터 여러 차례 버림받았다. 지난 총선에선 아예 출마조차 하지 못했고,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섰으나 존재감이 없었다. 지방선거 때에는 경기도지사 후보로 나섰다가 참패했다. 그러면 이쯤에서 정치 욕심을 내려놓고 은퇴를 선언함이 마땅하다.


그런데도 그는 여전히 미련을 버리지 못한 채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고 있으니 딱하기 그지없다.


더구나 그 방식이 잘못됐다.


그는 최근 윤석열 대통령을 비판하는 등 날 선 메시지로 존재감을 키우는 상황이다.


유 전 의원은 윤 대통령을 겨냥 “지금 우리나라 대통령은 헌법 가치 중 자유 하나만 뽑아서 올인하는 분”이라며 “자유 하나만 쏙 빼서 그것만 추구하고 평등, 공정에 관심이 없다면 그건 가짜보수”라고 했다.


심지어 윤석열 대통령이 이동관 대외협력특보를 방송통신위원장으로 지명한 것을 두고는 “이 양반은 지금 방송 장악하러 온 사람”이라고 단언하기도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말을 되풀이하는 셈이다.


어디 그뿐인가.


윤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씨의 구속에 대해 윤 대통령이 사과하지 않는다고 비판했고, 당을 향해서는 "공천에 목을 매고 있다"라며 용산의 대통령 부부에게 잘 보이려 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야당의 공세보다도 그의 비난이 더 거세다. 그는 이걸 당을 위한 ‘쓴소리’라고 말하지만, 당원들 가운데 과연 그의 말을 내부 비판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이건 내부 비판이 아니라 다 같이 죽자며 내부에 폭탄을 던지는 것과 마찬가지란 점에서 결코 당원들의 지지를 얻지 못할 것이다. 공천은커녕 당원들로부터 버림받은 그가 당을 뛰쳐나가 무소속으로 출마하든 신당을 창당하든 누가 관심을 가지겠는가. 그럴수록 더욱 비참해질 뿐이다. 배신을 일삼아온 정치인의 업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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