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딸’ 엄호받는 이재명, 팬덤정치 방관

여영준 기자 / yyj@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2-09-18 11:4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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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딸’ 시달리던 조정훈, 공개 면담 제의

[시민일보 = 여영준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지지자인 이른바 '개딸(개혁의 딸)'들은 김건희 특검법 추진, 검찰 기소 등 주요 현안을 두고 이 대표를 엄호 중이다. 일부 지지자들의 과격 행태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표는 이를 방관하거나 오히려 부추기는 모양새다.


민주당은 지난 6월 의원 워크숍에서 선거 연패 원인 분석과 관련해 "팬덤정치의 순기능과 역기능 의견이 제시됐고 무관심과 냉소, 혐오정치에 대한 성찰과 반성이 필요하다"라며 "배타적 팬덤 정치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결별해야 한다"고 총평한 바 있다. 당 안팎에서도 '팬덤 정치와의 결별'을 외치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그러나 지방선거 후 3개월이 지난 현재 일부 지지자들의 과격 행태는 여전하다.


특히 이재명 대표 취임 후 그런 현상은 더욱 심화하는 양상이다.


실제로 '김건희 특검법'에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열성 지지자들인 개딸(개혁의 딸) 등으로부터 문자폭탄· 전화 공격에 시달린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이 결국은 개딸들에게 공개 면담을 제의했다.


조 의원은 "많은 시민이 저와 직접 통화하고 싶다고 말씀하시는 바람에 보좌진이 진땀을 빼고, 저에 대한 오해를 해명하느라 보좌진이 많은 시간을 쓰고 있다고 하더라"며 전화 폭주로 사실상 의원 사무실 업무가 마비됐다고 알렸다.


또 "어떤 분은 11번째 전화를 걸고 나서야 통화가 가능했다는 분도 계시고, SNS에 익숙하지 않아 전화 말고는 의견을 주실 방법을 모른다는 분도 계셨다"며 비난이 아닌 건설적 대화와 의견마저 연결되지 않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조 의원은 "현장에서 여러분의 진짜 목소리를 들으려 한다. 오해가 있다면 와서 풀고, 궁금한 것에 대해 직접 답하겠다"며 오는 23일 오전 9시30분 국회 근처 카페에서 만자자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조 의원은 "이 3가지만은 지켜 달라"며 ① 욕설과 고성은 지양 ② 순서대로 5분간 대화 ③ 특검 외 민생에 대해서도 말해 줄 것을 내 걸었다.


민주당이 '김건희 특검법'을 통과시키려면 조 의원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민주당은 특검법안이 정상적 절차로는 국회 법사위 문턱을 넘기 힘들다고 판단, 패스트트랙(신속 법안처리)에 태울 생각이다. 패스트트랙을 가동시키려면 국회 법사위 재적의원(18명) 3분2 이상인 11명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민주당 소속 법사위원이 10명, 국민의힘이 7명, 나머지 1명은 조정훈 의원이다.


따라서 조정훈 의원을 잡아야만 패스트트랙 통과 정족수 11명을 맞출 수 있다.


하지만 조 의원은 △ 시급한 과제는 특검이 아닌 민생, 경제문제다 △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 뻔하다 △ 시간 낭비말고 민생과 경제에 집중하자 △ 상대방 배우자를 건드리는 정치는 쪼잔하다 △ 여야 합의해서 퉁치자 △ 의혹을 캐고 싶다면 특검이 아니라 특별감찰관을 임명하면 된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그러자 개딸들이 항의 전화와 글 폭탄을 남기고 있다. 조 대표가 지난 8일 페이스북에 올린 특검 반대 글에는 현재 1500개 이상의 댓글이 달렸다. "구차한 소리 말고 국짐(국민의힘)으로 가시라" "당신은 검찰과 윤석열 쉴드치는 걸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정치계에서 떠나라" "누구 덕에 국회의원이 됐는데 배은망덕한 자 같으니" 등의 비방글이 다수다. 조 대표가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의 비례 위성정당 '더불어시민당'을 통해 비례대표에 당선된 점을 상기시킨 것이다.


이 대표 취임 후 당 주요 현안 결정에도 일부 당원들의 입김이 세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 당원청원시스템에는 지난 13일 민형배 무소속 의원 복당을 요구하는 청원이 다시 올라왔다. 앞서 지난달 10일 비슷한 청원글이 올라왔지만, 답변 기준인 동의자 5만 명을 채우지 못해 종료되자 다시 올린 것이다. 민 의원은 지난 4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정국에서 법안을 밀어붙이는 방안으로 안건조정위를 무력화하기 위해 민주당을 탈당한 바 있다. 청원은 현재 1000명 넘는 동의를 얻었다. 이 대표는 전당대회 경선 기간 민 의원 복당에 대해 "당이 필요로 해서 요청한 건데 개인 책임으로 귀결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라며 찬성 입장을 밝힌 바 있어 당원 요구를 근거로 복당을 추진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 초선 의원은 "개딸을 중심으로 하는 강성 지지층 의견이 다수를 형성하고 있다. 당심 내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데 (일부 당원 의견을) 다 당심이라고 봐선 안 된다"며 "당원의 뜻을 잘 반영하고 당원이 참여하는 구조는 필요하지만, 다수 의견이라는 이름으로 그들의 요구를 쫓는 식으로 하다 보면 당이 균형 잡힌 안정감을 잃을 소지도 있다"고 우려했다.


다른 중진의원은 "그동안 당 개혁 과제 중 하나로 악질적인 팬덤을 극복하는 게 있었는데 이를 전혀 손대지 못하고 편승하면 민주당 개혁은 점점 멀어질 것"이라며 "지금은 이 대표가 압도적으로 당 대표가 돼서 리더십에 대해 뭐라고 이야기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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