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지지층 과표집? 과연 그럴까?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5-01-21 11: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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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12.3 계엄 사태 이후 이른바 '3대 여론조사'로 불리는 주요 여론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정당 지지율이 국민의힘에 뒤졌다는 결과가 잇따라 발표됐다. 여권의 '재집권'을 원한다는 응답이 야권의 '정권교체' 응답보다 높게 나타나기도 했다.


심지어 친야 성향의 방송인 김어준 씨가 운영하는 ‘여론조사 꽃’이 실시한 정당 지지도 조사마저 국민의힘 지지율은 21대 총선 이후 최고치를 찍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자 김 씨는 자신의 유튜브 방송에서 ‘보수층 결집 탓’이라고 폄훼하며 껄껄 웃어댔다.


김 씨만 그런 게 아니다. 민주당도 '보수층 과표집', '일시적 현상'이라며 여론조사 결과에 나타난 의미를 애써 깎아내리고 있다.


한마디로 지금 여론조사에 나타난 민심을 믿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정치 관련 여론조사를 검증하는 기구를 당내에 만들기로 한 것은 그런 연유다.


실제로 민주당은 3선 위성곤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여론조사 검증 및 제도 개선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특위를 통해 여론조사의 왜곡 혹은 조작이 의심되거나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의뢰하겠다는 것이다. 특위는 오는 23일 국회에서 여론조작에 대한 대응 및 제도 개선 등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기도 한다.


앞서 민주당은 최근 한 여론조사 업체가 국회에서 탄핵 소추당한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40%를 기록했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하자 "여론조사 문항이 편향적으로 설계됐다"라며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에 조사를 의뢰하기도 했었다.


이에 대해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가 조사 과정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기각 결정을 내렸는데도 민주당은 특위 차원에서 이날 이 회사를 방문하려는 계획을 세웠으나 여론의 뭇매를 맞고 이를 취소했다.


지금 수치로 나타난 민심을 그대로 수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계속 이 같은 악수를 두는 것이다.
그러면 여론조사에서 여당 지지자들이 적극적으로 응답하면서 나타나는 ‘보수 과표집’이 원인이라는 민주당의 주장은 맞는 것인가.


물론 현직 대통령 체포와 구속 국면을 맞아 보수세력이 결집하고 있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그러나 중도층이 민주당에서 이탈해 국민의힘을 지지하고 있다는 점 또한 명확하다.


여당 지지율이 상승하고 야당 지지율이 하락하는 건 단순히 보수층 과표집 때문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민주당은 과거 여론조사보다 최근 여론조사에 보수층 응답률이 증가한 것을 두고 ‘보수 과표집’이라고 단정하는 데 그렇게 해석하면 답이 없다.


민주당이 정말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점은 보수층 유권자의 증가 가능성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계엄으로 국정을 혼란에 빠뜨렸지만, 민주당은 무수히 많은 탄핵을 남발하고, 대통령 재의요구권으로 국회로 돌아온 이런저런 특검법을 뺑뺑이 돌리듯 계속 반복해 국민을 피곤하게 만들었다.


정부 예산안도 일방 삭감해 야당 단독으로 감액 예산안을 통과해놓고는 이제야 뒤늦게 추경편성을 해야 한다고 호들갑 떠는 모습도 꼴불견이다. 민주당의 이 같은 태도로 인한 국정 혼란 상황도 매우 심각하다. 국민은 바로 그 지점을 보고 민주당에 회초리를 든 것이다.


특히 이재명 대표의 재판 일정에 맞춰 급하게 대통령 탄핵을 추진하는 데 대한 불공정에 분노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진보층 유권자가 중도층으로 이동하고, 중도층이 보수층으로 돌아서는 결과가 나왔을 가능성이 있다. 보수층 응답률이 증가한 것이 ‘과표집’이 아니라 이런 연유라면 보수층 유권자 수가 그만큼 증가했다는 의미다. 자신의 성향을 바꾼다는 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다. 그렇다면 민주당은 회생 불가능하게 될지도 모른다.


지금까지는 좌(左)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손쉬운 선거전을 치렀다면, 앞으로는 우(右)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힘겨운 선거전을 치러야 하는 까닭이다.


이 모든 것은 ‘대통령 놀이’에 흠뻑 빠진 이재명 대표와 그를 ‘민주당의 아버지’라거나 ‘신의 사제’라며 맹목적으로 추종한 민주당 의원들 탓이니 누구를 원망하랴. 자업자득(自業自得)이고 사필귀정(事必歸正)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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