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만진당’ 꼬리표 떼어낼까?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3-08-01 11:5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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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더불어민주당은 올해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들의 잇따른 성비위로 몸살을 앓았다.


지난달 12일에는 강경흠 제주도의원이 음주운전에 이어 성매수 의혹으로 당에서 제명됐고, 결국 29일 의원직에서 물러났다.


서울시의회 대표의원인 정진술 시의원은 지난 5월 당에서 돌연 제명됐는데 제명 사유가 불륜·낙태라는 사실이 뒤늦게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졌지만, 민주당은 구체적 사유를 끝내 밝히지 않았다.


어디 그뿐인가.


박성호 경기 부천시의원은 지난 5월 동료 의원 성추행 의혹이 불거지자 탈당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시의원직에서 물러났다. 상병헌 세종시의회 의장도 성추행 혐의로 5월 불구속기소 됐으며, 민주당 출신 무소속 박완주 의원 역시 강제추행치상과 직권남용, 명예훼손 혐의로 지난달 4일 불구속기소 됐다.


이로 인해 온라인상에서 네티즌들은 민주당에 ‘더불어만진당’이라는 달갑지 않은 이름표를 달아주었다.


이 가운데서도 가장 엽기적인 인물과 사건을 꼽으라면 정진술 시의원을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정진술 시의원은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의 보좌관 출신으로 당 정책위원회 부의장을 거쳐 2018년 서울시 마포3 선거구 광역의원 선거에 도전해 시의원에 당선됐다. 이후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하며 민주당 서울시의회 원내대표를 지내기도 했다. 민주당에서 상당히 비중 있는 인물이다.


그런데 민주당은 그를 징계하면서 그 이유에 대해선 ‘쉬쉬’했다.


지난 4월 언론을 통해 정 의원의 성비위 의혹이 제기되자, 민주당 서울시당은 정 의원 제명을 결정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이에 따라 시의회 윤리특위가 한 달여간 조사를 벌였으나 워낙 은밀하게 일어난 사건이라 '성비위' 의혹은 밝혀내지 못했다.


결국, 윤리특위는 민주당 서울시당과 정 의원 측이 제출한 자료만 보고 성 비위가 제명 사유가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고, 서울시 윤리심사자문위원회는 지난달 21일 정 의원에 대해 최고 수위 징계인 '의원직 제명'을 윤리특위에 권고했다.


그런데 불륜-낙태 의혹의 당사자인 여성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표출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그는 '품위유지로 정 의원에 대한 제명을 자문위가 권고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간 당일인 지난달 21일, 서울시 의회신문고에 '정진술 시의원 성비위 당사자입니다'라는 내용으로 민원을 넣었다. 이후 최근 시의회 윤리특위를 직접 찾아가기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에 불을 붙인 건 지난달 26일 <데일리안>의 보도다.


데일리안은 정 의원이 불륜과 낙태, 유산 등의 사유로 민주당에서 제명된 것으로 파악됐다고 보도했다.


'민주당 서울시당 윤리심판결정문'에 따르면, 정 의원이 구체적 제명 사유로 ▲혼외 관계의 임신과 낙태, 유산 등이 '반복'된 점 ▲쌍방 폭행와 폭언, 합의의 반복 등 당사자들 간의 갈등 지속 ▲국회의원 보좌관·서울시의원으로 높은 윤리성이 요구된다는 점 등이 적시됐다는 것.


이에 따라 민주당 중앙당 윤리감찰단이 윤리심판원에 "징계혐의자는 배우자와 자녀가 있는 가정의 구성원이자 2018년 서울시의원으로 당선된 선출직 공직자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혼외 여성과 관계해 임신하게 하고 낙태까지 이르게 하였으므로 선출직 공직자로서 품위를 중대하게 훼손했다"라는 의견을 표명했다고 한다.


이쯤 되면, 시의원직을 내려놓는 게 정상일 것이다.


그런데도 그는 오는 9일 서울시의회 윤리특위 전체회의에 참석해 입장을 소명한다고 한다. 참으로 뻔뻔하기 그지없다.


그날은 의혹의 당사자인 여성도 참석해 입장을 소명한다고 하니 그 장면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역겹다. 사실상 여성에게 2차 가해를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민주당 인사들의 이런 모습은 새삼스러운 게 아니라는 게 문제다.


오거돈-박원순 성추문 사건 당시에도 피해자를 조롱하듯 ‘피해호소인’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줄을 이은 바 있다. 그런 민주당에 필요한 것은 강력한 ‘권력형 성범죄 혁신안’이다.


그런데 그런 방안을 제시한 박지현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나려던 김은경 혁신위원장이 돌연 만남을 취소했다고 한다. 아무래도 민주당이 달라지는 걸 기대하긴 어려울 것 같다.


그로 인해 ‘더불어만진당’이라는 꼬리표를 떼어내지 못한 채 총선을 치를지도 모른다. 참 가관이다.

 

 

 

[반론보도] <'더불어만진당' 꼬리표 떼어낼까?> 관련

본지는 지난 8월2일자 <시민일보> 오피니언 면 및 8월1일자 <인터넷 시민일보> 오피니언 섹션에 <'더불어만진당' 꼬리표 떼어낼까?>라는 제목으로 '상병헌 세종시의회 의장도 성추행 혐의로 5월 불구속 됐으며'라고 보도했습니다.

위 보도에 대하여 상병헌 의장은 "다른 성추행 사안과는 달리 본인은 여성에 대한 성추행 혐의를 받고 있는 것이 아니라 동료 남성 의원들에 대한 성추행 혐의를 받고 있는 것"이라고 알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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