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비례의원, ‘운동권 나눠 먹기’?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4-03-06 12:0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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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만들어진 비례용 위성 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 후보들의 면면을 보면 가관이다.


사실상 운동권의 자리 나눠 먹기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더불어민주연합은 비례대표 후보 30명을 내되, 당선 가능성이 있는 20번 안에 새진보연합 3명, 진보당 3명, 시민사회 대표인 연합정치시민사회가 낸 4명을 배치하기로 했다. 비례 1번은 시민단체 추천 인사를 내고, 나머지는 민주당 후보와 새진보연합·진보당·시민단체 후보가 번갈아서 배치되는 식이다.


이에 따라 새진보연합과 진보당이 선출한 후보들 6명이 금배지를 달 가능성이 있다.


사실 새진보연합과 진보당은 자력으로는 단 한 명도 금배지를 달기 어려운 집단이다. 총선에서 3% 이상을 득표해야 1석을 얻게 되는데, 이들 두 세력의 자체 지지율이 3%에 못 미치는 까닭이다. 결과적으로 국민의 지지를 얻지 못하는 이들 두 집단이 ‘위성 정당’이라는 꼼수를 통해 국회에 무혈 입성하게 되는 셈이다.


그렇더라도 좋은 후보들을 내세운다면 눈감아 줄 수도 있겠지만, 새진보연합과 진보당이 내세운 후보들을 보면 이건 상식 이하다.


먼저 진보당이 전날 선출한 후보들을 보자.


진보당은 지난 1일부터 5일까지 당원 투표를 진행한 결과 총선 비례대표 후보로 장진숙 공동대표, 전종덕 전 민주노총 사무총장, 손솔 수석대변인, 정태흥 정책위의장를 선출했다고 밝혔다. 이들 중 1~3순위인 장진숙, 전종덕, 손술은 더불어민주연합으로 당적을 옮겨 총선에 나선다.


그런데 이들 모두 경기동부연합이 주축이 된 민노당·통진당·민중당에서 활동했다는 공통점이다. 특히 가장 많은 표를 얻은 장진숙은 홍익대 부총학생회장 출신으로 한국대학생총학생회연합(한총련)에 참여했으며, 2000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수배받은 전력이 있다.


전종덕은 19대 총선에서 통합진보당 후보로 전남 나주-화순 지역구에서 출사표를 던진 바 있다.


손술은 이화여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통합진보당 후신 격인 민중당 공동대표를 지냈다. 통진당은 헌법재판소 판결에 따라 강제 해산된 정당이다.


새진보연합이 내세운 후보들은 어떤가.


이건 아예 한술 더 뜬다.


새진보연합도 전날 비례대표 후보로 용혜인 의원, 한창민 공동선대위원장, 최혁진 전 청와대 사회적경제비서관 등 3명을 확정했다.


용혜인은 지난 총선에 이어 두 차례 민주당의 위성 정당 후보로 나서게 돼 논란이 일고 있다.


더구나 새진보연합은 용혜인의 주도로 만들어진 것이어서 용 의원이 스스로를 비례대표로 추천한 ‘셀프공천’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오죽하면 이재명 대표 지지자들이 모인 ‘재명이네 마을’에도 “용혜인이 배지 한 번 더 달려고 친명 행세를 했다”라는 비판 글이 쏟아져 나왔겠는가.

 

심지어 민주당에서 비례 2번으로 ‘셀프공천’ 했던 김종인을 빗대어 ‘리틀 김종인’이라는 비아냥거림도 쏟아지고 있다. 비례대표를 두 번이나 하는 것, 그리고 ‘셀프공천’하는 것은 누가 봐도 상식적이지 않다.


특히 최혁진을 후보로 내세운 것은 코미디다.


최혁진은 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첫 사회적경제비서관 출신으로, 민주당을 탈당한 지 하루 만인 지난달 15일 새진보연합 ‘인재 2호’로 영입됐다. 그리고 민주당 위성 정당 후보로 선출된 것이다. 민주당을 탈당하고 민주당 위성 정당의 후보가 된 셈이다. ‘세상에 이런 일이’라는 TV 프로그램에나 나올법한 일이 벌어진 셈이다.


국민이 이런 사람들을 후보로 내세우는 더불어민주연합에 등을 돌리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실제로 연합뉴스와 연합뉴스TV가 공동으로 여론조사 업체 메트릭스에 의뢰해 지난 2일부터 3일까지 전국의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더불어민주연합’은 국민의힘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지지율의 반 토막 수준에 불과하다.


비례대표 정당투표 의향 조사에서 ‘국민의미래’가 28%, 민주당을 포함한 야권 위성정당인 ‘민주개혁진보연합’(가칭)이 14%를 각각 기록했다. 양당의 지지률 격차가 오차범위 (95% 신뢰수준에서 ±3.1%p) 밖으로 크게 벌어졌다. (이 조사의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 같은 결과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이겠는가.


이는 ‘운동권의 자리 나눠 먹기’를 심판하겠다는 유권자들 의지의 표현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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