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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국회 체포동의안 표결이 21일 이루어진다. 국회는 이날 오후 2시 본회의를 열고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을 진행한다. 그런데 정작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부결’을 호소하는 장문의 글을 올린 이재명 대표는 참석하지 못한다. 한 표가 아쉬운 마당에 민주당 의원들에게 “부결 표를 던져 달라”는 신상 발언조차 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단식 중 혼절해 병원에 긴급 이송된 이 대표의 건강이 너무나 좋지 않은 탓이다.
그는 단식 19일째인 지난 18일 병원으로 이송돼 현재 음식 섭취 없이 수액 투여를 받고 있다. 당연히 건강이 나쁠 수밖에 없고, 지금은 정신도 혼미한 상태일 것이다.
아무리 ‘출퇴근 단식’에 ‘링거 단식’이라는 기발한 ‘단식 아닌 단식’을 하더라도 인간인 이상 건강에 이상 신호가 오는 것은 피할 수 없을 거다.
그런데 이상하다.
그런 사람이 어떻게 전날 페이스북에 ‘부결’을 요청하는 장문의 글을 올렸을까?
실제로 이 대표는 "검찰은 수사가 아니라 정치를 하고 있다"라며 "가결하면 당 분열, 부결하면 방탄 프레임에 빠트리겠다는 꼼수"라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윤 정권의 부당한 국가권력 남용과 정치 검찰의 정치공작에 제대로 맞서지 못하고 저들의 꼼수에 놀아나 굴복하면 안 된다"라며 "올가미가 잘못된 것이라면 피할 게 아니라 부숴야 한다"고 했다.
‘빙빙’ 돌려 말하지만 한마디로 체포동의안을 부결처리 해 달라는 간곡한 요청이다.
그 글자 수가 무려 2000여 자에 달한다고 한다.
그런 장문의 글을 쓴다는 것은 20년 이상을 매일 칼럼을 써온 필자와 같은 글쟁이에게도 쉽지 않은 작업이다. 생각하고 글 쓰고 수정하는 데에만 족히 서너 시간은 걸리는 고된 일이다.
그런 작업을 정신이 오락가락할 정도로 힘든 병상의 환자가 어떻게 했을까?
이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미리 써 놓은 글’이라는 의구심이 드는 건 당연하다.
어쩌면 이 대표는 뜬금없는 단식을 시작할 때 이미 이런 구상을 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그럴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다.
사실 이재명 대표가 지난 6월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할 때만 해도 이런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고 예견한 사람은 별로 없다. 약속대로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스스로 법원에 가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을 것으로 보았다. 그래도 제1야당 대표라는 사람이 국회에서 큰소리 ‘펑펑’ 쳤는데, 그걸 손바닥 뒤집듯 뒤집기야 하겠느냐고 단순하게 생각한 것이다.
그 대상이 이재명 대표라는 걸 깜빡 잊은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단식을 시작하자마자 친명계 의원들이 마치 약속이나 한 듯 체포동의안을 부결시켜야 한다고 입을 모으더니 급기야 친명계 원외조직에선 가결 표를 던진 의원들을 색출해 정치생명을 끊어야 한다는 험악한 말까지 내뱉었다. 그 원외조직의 사무총장이 누구인가.
이재명 대표가 경기도지사 재임 시절부터 함께 했던 측근 중의 측근으로 ‘이재명 복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사람이다. 그가 이재명 대표의 뜻에 반하는 행동을 했을 리 만무하다.
설사 이 대표가 직접 지시하지는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 대표의 의중을 잘 알고 있었기에 그런 일을 추진했을 것이다.
그 화룡점정이 바로 이재명 대표가 직접 작성한 ‘부결 요청’ 글이다.
이런 정황들에 비추어 볼 때 그는 단식을 시작할 때 이미 ‘부결 요청’ 글을 써 놓았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매우 사악하다.
하지만 그 결과는 빤히 예견되었기에 이날 표결결과에는 관심이 없다.
가결되면 즉시 영장심사를 받아 구속될 것이고, 부결되면 구속 시기가 조금 늦춰질 뿐, 그렇다고 지은 죄가 없어지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떤 결과가 나오든 이재명 대표의 리더십은 땅에 떨어질 것이다. 간곡한 ‘부결 요청’에도 가결되면 그건 이재명 대표의 말이 당에서 통하지 않는 ‘식물 대표’가 되었다는 것이고, 부결되면 신뢰성을 잃은 ‘죽은 대표’가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내년 총선을 앞둔 민주당 의원들만 불쌍하게 됐다. 하지만 어쩌랴. 그런 자를 당 대표로 선출한 그대들의 죄업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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