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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출산율은 0.78(2022년 기준)명으로 인구감소를 넘어 인구 소멸의 경고등이 켜진 상황이다.
현재 세계 최고령 국가인 일본의 출산율은 1.34명이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 출산율이 1.6명인데 비해 턱없이 낮은 수치다. OECD 회원국 중 출산율이 1명 이하인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2016년부터 출산율이 7년째 연속 내리막길을 걷는 가운데, 전 세계 ‘꼴찌’ 출산국이 된 것이다.
인구학 분야 권위자인 데이비드 콜먼 영국 옥스퍼드대 명예교수는 지난 17일 서울에서 개최된 심포지엄에서 “이대로면 2750년엔 한국이 소멸할 수도 있다”라고 경고했다.
그는 앞서 지난 2006년에는 유엔에서 열린 인구포럼에서 “한국은 지구상에서 인구 소멸로 사라지는 국가 1호가 될 것”이라는 섬뜩한 전망을 한 바 있다. 이미 17년 전에 초저출산 문제로 국가가 소멸할 수도 있음을 경고했으나 그동안 정부는 물론 국회도 이에 대해 아무런 대책을 제시하지 않았다.
대체 왜, 한국의 출산율은 이처럼 낮은 것일까?
콜먼 교수는 “여성 부담이 다른 나라보다 높아 발생한 출산 기피 풍조”라고 분석했다.
동의한다. 한국에서는 설사 부부가 맞벌이하더라도 ‘육아는 아내 몫’으로 생각하는 게 일반적이다. 지금은 인식이 많이 개선됐다고는 하나 여전히 육아에 대한 아내의 비중은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도입해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정책이 나왔다.
필리핀, 싱가포르 등 동남아 국적의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도입해 부모들의 육아 부담을 덜어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자는 취지다.
이 방안은 지난해 9월 오세훈 서울시장이 국무회의에서 제안하고, 지난 3월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이 발의한 내용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오 시장은 당시 “한국에서 가사도우미를 고용하려면 월 200만~300만원이 드는데 싱가포르 외국인 가사도우미는 월 38~76만 원 수준”이라며 도입 필요성을 주장했다.
외국인 가사도우미 도입 정책은 싱가포르나 홍콩 등의 사례를 벤치마킹한 것으로 이 국가들은 출산에 따른 여성의 경력 단절을 줄인다는 취지로 이미 1970년대부터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허용했다. 이 국가들은 외국인 가사도우미에겐 최저임금도 적용하지 않기 때문에 내국인보다 훨씬 낮은 월급으로 가사도우미를 고용할 수 있다. 당연히 우리나라보다 출산율이 높다.
더불어민주당의 비례용 위성 정당 출신인 조정훈 의원이 이를 바탕으로 '외국인 가사도우미 법안'을 주도적으로 발의했다.
이에 대한 국민의 관심은 상당하다. 맘카페 등에선 육아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환영하는 글이 다수다. 맞벌이 부부들에게 오아시스 같은 정책이라며 반기는 글도 눈에 띈다.
그런데 민주노총이 최저임금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에 반대하고 있다. 결국, 정부도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정한 모양이다. 그럴 경우, 도우미의 한 달 월급이 200만 원 수준이 될 것이라는 게 문제다. 부유층이라면 몰라도 일반 가정에서 200만 원씩 주고 가사도우미를 쓸 수 있을까?
그럴 바에는 차라리 조금 더 주더라도 언어가 통하는 내국인을 쓰는 게 낫다는 의견이 압도적이다.
24일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이 심각한 저출산 늪에서 빠져나오려면 외국인 가사도우미 도입이 절실하다며 관련 법안의 국회통과를 촉구했다. 앞서 그는 지난 3월 이른바 '외국인 가사도우미 법안'을 주도적으로 발의 한 바 있다.
물론 싱가포르나 홍콩 등의 사례를 벤치마킹한 것으로 외국인 가사도우미에겐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는 법안이다. 최저임금 적용대상에서 제외 받는 직군인 '가사사용인'으로 간주, 최저임금 적용을 받지 않도록 하자는 것이 법안에 들어있다. '가사사용인'은 개인과 개인 간에 맺는 사적 계약관계로 근로기준법과 최저기준법 적용대상이 아니다.
저출산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면 정치권은 지금이라도 뭔가를 해야 한다. 이대로 손 놓고 있어선 안 된다. 이 문제를 공론의 장으로 끌어올려 논의를 시작하는 것도 필요하다.
민노총이 주장하는 것처럼 ‘가사 노예’가 아니다. '노동력 착취', '열정페이 강요'도 아니다. 맞벌이 부부가 처한 현실과 그 조건에서도 기꺼이 오겠다는 외국인 노동자의 처지를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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