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몰아내거나 ‘분당’ 결단하라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3-09-25 13:47:30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주필 고하승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구치소에 가더라도 당 대표직을 내려놓지 말고 '옥중 출마', '옥중 결재'하라"고 권하자 이 대표는 이에 '좋아요'를 누르며 공감을 표했다.


사실상 이재명 대표가 자신의 구속영장 심사를 하루 앞두고 ‘옥중공천’이라는 솔직한 속내를 드러낸 셈이다.


유시민은 지난 22일 공개된 노무현재단 공식 유튜브 채널 '노무현시민센터 개관 1주년 공개방송'에 출연해 "만에 하나라도 영장이 발부돼서 구치소에 간다고 하더라도, 구속적부심 신청하고, 보석 청구하고 계속 싸워야 한다"며 "굳세어라 재명아"라고 응원했다.


특히 그는 "당대표직도 내려놓으면 안 된다"라며 "옥중 출마도 하고, 옥중 결재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시민은 정청래 최고위원이 ‘(구속되더라도)당 공천장은 이재명 대표 명의로 나갈 것’이라는 발언을 상기하기도 했다.


해당 발언은 한 인스타그램 이용자가 유 전 이사장 발언 일부를 발췌해 자기 인스타그램 계정에 릴스(짧은 동영상) 형식으로 게재하며 빠르게 퍼졌다. 그런데 자막이 달린 해당 영상에 이 대표의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2_jaemyung)이 '좋아요'를 누른 것.


이재명이 솔직한 자신의 속내를 드러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아니나 다를까.


이재명을 추종하는 친명계 인사들은 공공연하게 이런 주장을 펼치고 있다.


서은숙 최고위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이 대표가 구속돼도 당 대표직을 내려놓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이 대표의 의지도 그렇다"라 단언했다.


민주당 원내대표 선거에 출마한 김민석 정책위의장도 같은 날 오전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인터뷰에서 "만약 영장이 발부돼서 구속되더라도 이 대표 체제로 계속 가는 게 맞다"라고 했다.


그는 '옥중에서 당무도 보고, 공천할 수도 있다는 얘기인가'라는 진행자 질문에 "그것이 당원들과 지지자들의 판단이고 뜻"이라고 답했다.


친명계인 정청래 최고위원도 최고위원회의에서 "(구속되더라도)이 대표의 사퇴는 없다"라고 잘라 말했다.


심지어 친명계는 체포동의안에 가결 표를 던진 당내 의원들을 향해 공개적으로 징계 가능성을 거론하며 탈당을 노골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실제로 서영교 최고위원은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에 ‘가결 표’를 행사했다고 의원총회에서 밝힌 비명계 의원 2명 중 한명이 '설훈'이라고 실명을 공개하면서 윤리심판원에 설 의원 징계를 청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서은숙 최고위원도 “공개적으로 가결 투표를 했다고 밝힌 의원에 대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조치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가세했다.


친명 원외조직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도 지난 22일 비명계 의원 5명의 실명을 거론하며 “이 5인은 이번 39명의 ‘매당 행위’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라며 “출당하라”고 압박했다. 사실상 당을 나가라는 요구인 셈이다.


이것이 이재명 대표의 속내라면, 민주당은 쪼개질 수밖에 없다.


옥중 공천권을 행사해 비명계 대대적 숙청작업에 돌입한다면, 그것이 이재명 대표의 뜻이라면, 굳이 비명계가 그 당에 남아 있을 까닭이 없다.


더구나 구속되더라도 민주당 공천장은 이재명 대표 명의로 나간다면, 중대범죄 피의자로부터 받은 그 공천장이 자랑스럽기는커녕 되레 부끄러운 공천장이 될 수도 있는 것 아니겠는가.


이제 민주당은 중대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


범죄 피의자인 이재명을 몰아내 새로운 지도부를 구성하고 혁신의 길로 들어서거나 아니면 당을 쪼개서라도 살아남을 양심 있는 사람은 살아남아야 한다.


‘조국의 강’보다 더 깊은 ‘이재명의 늪’에 빠진 민주당이 그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면 정통 있는 야당은 그대로 무너지고 말 것이다. 그것은 대한민국 정치 발전을 위해서라도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 야당도 정부와 여당을 견제할 정도의 힘은 있어야 한다. 야당의 의석이 압도적이어서 지금과 같은 입법독재를 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아예 존재감마저 없는 군소정당으로 전락하는 것도 문제다. 그런 최악의 사태를 저지하기 위해서라도 민주당은 이재명을 몰아내거나 분당을 결단할 필요가 있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