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대통령 “李 사안 엄중....국정위원 해촉하고 엄정수사하라”
‘야당에 넘기라’는 국민의힘 요구를 일축한 것이다.
전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은 “작년 민주당은 ‘국회 관행’보다 ‘입법부의 행정부 견제’가 더 중요하다며 법사위원장, 운영위원장을 독식했었다”며 “법사위원장직부터 야당에 넘겨 민주당도 견제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당권 주자인 주 의원은 지난 6월에도 “헌정사 줄곧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은 상호 견제를 위해 다른 정당이 맡아왔는데 민주당이 이 관행을 무시하면서 여야 협치는 사라지고 민생에 큰 영향을 미칠 법안도 숙의되지 못했다”며 “거수기 역할의 민주당 법사위원장으로는 법률안 검토와 사법부 인사 검증을 제대로 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민주당 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이날 "법사위원장은 우리 당 몫"이라며 "야당에서 백번 천번 요구해도 줄 수 없는 자리"라고 응수했다.
이런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은 "(이 의원 관련)사안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며 "진상을 신속히 파악해 공평무사하게 엄정 수사하라"고 지시한 데 이어 국정기획위원회를 향해서도 이 의원의 해촉을 지시했다.
이에 대해 정청래 대표는 “대만민국 주식 시장에서 장난치다간 패가망신한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는 이재명 대통령과 정부의 기조대로 엄단하겠다”며 “징계 사유 해당 여부의 시효와 완성 여부를 조사할 수 있다는 규정(당규)에 의거해 이 의원을 제명 조치하겠다”며 발 빠른 수습에 나섰다.
정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회의에서 “어젯밤 이 의원의 탈당으로 징계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징계 회피 목적으로 징계혐의자가 탈당하면 각급 윤리심판원은 제명 결정을 할 수 있다는 (당규)18조에 따라 조치했다”고 관련 경위를 설명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에 앞서 국민의힘은 이 의원의 사퇴를 촉구하면서 고발조치를 예고했다.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전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법치주의 선도자가 돼야 할 법사위원장이 현행법을 위반한 것을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며 “이 의원을 금융실명법 등 실정법 위반으로 형사 고발하고,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하겠다”고 밝혔다.
곽규택 수석대변인은 “법을 심사하고 정의를 논해야 할 법사위원장이 차명 거래 의혹에 휘말렸다는 사실만으로도 국회 전체의 권위와 윤리를 근본부터 뒤흔드는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곽 수석대변인은 특히 법사위원장인 이 의원이 이재명 정부 국정기획위원회에서 AI 정책을 다루는 경제2분과장을 겸직하고 있는 점을 지적하며 “내부자 거래는 범법행위로까지 엄히 다스려야 하는 중죄”라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심지어 이 의원이 당일 오전 거래한 종목이 그날 오후 정부AI(인공지능) 국가대표 발표에 선정되기까지 했다”며 “이재명 대통령의 ‘코스피 5000시대’는 1400만 개미 투자자가 아닌 이 의원을 위한 것이었느냐”고 반발했다.
국회 법사위원장을 둘러싼 여야의 샅바 싸움은 지난해 총선 직후부터 불거졌다.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 내에서는 22대 국회 개원 전부터 법사위와 운영위 등은 물론이고 18개 국회 상임위원장을 모두 다 ‘싹쓸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4.10총선에서 비례 위성정당 의석을 포함해 총 175석을 얻은 민주당 입장에서는 과반을 넘긴 의석수를 확보한 만큼 국회 운영권을 쥐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그렇게 시작된 22대 국회 원 구성 협상은 지난 2024년 6월10일 민주당이 국회 본회의에서 법사위와 운영위원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등 핵심 11개 상임위원장을 단독으로 선출하면서 일단락됐다.
2004년 17대 국회부터 제1당이 국회의장을, 제2당이 법사위원장을 맡았던 오랜 관례를 깨고, 헌정 사상 처음으로 야당이 입법부 수장인 국회의장과 상원 역할을 하는 법사위원장, 대통령실을 피감기관으로 둔 운영위원장을 독차지한 것이다.
한편 법사위는 국회 상임위에서 통과한 각종 법안이 본회의로 올라가기 전 마지막 관문 역할을 하는, 일종의 ‘상원’ 개념이라는 평가다. 국회법으로도 60일 이상 계류된 법안을 본회의에 직회부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회의 소집권과 법안 상정 권한, 의사진행 권한 등을 갖는 상임위원장 직을 놓고 여야 모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 소속으로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맡았던 4선의 이춘석 의원(전북 익산갑)은 지난 4일 열린 국회 본회의 도중 보좌진 명의로 주식거래를 하는 모습이 언론에 포착돼 논란이 커지자 전날 자진 탈당하며 법사위원장직을 사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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