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체포동의안 부결’ 꿈꾸나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3-09-13 14: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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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짜고 치는 고스톱인가.


전혀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인데도 뭔가 손발이 ‘척척’ 맞아들어가는 모양새다.


이재명 대표에 대한 검찰 조사가 마무리 절차에 들어간 가운데 민주당 내에서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친(親)이재명계를 중심으로 체포동의안 부결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분출하는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사실 이런 주장은 이재명 대표가 지난 6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한 것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목소리다. 그런데도 이재명 대표는 13일 현재까지 그런 목소리를 제지하려는 시늉조차 내지 않는다.


실제로 민주당 지도부의 원외 친명계 인사인 서은숙 최고위원은 이날 한 방송과 인터뷰에서“영장청구(체포동의안)는 부결시켜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못 박았다.


당내 대표적 친명계 인사인 민형배 의원도 이날 ‘표결 보이콧(거부)’ 주장을 되풀이했다.


민 의원은 “체포동의안이 오는 것 자체가 부조리한 정치 현실”이라면서 “투표를 거부하는 게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전날에는 박범계 의원이 의원총회에서 “절대로 이재명 대표를 저들의 아가리에 내줄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부결론에 힘을 실었다.


만일 이런 주장이 이 대표의 뜻과 배치된다면 “내가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했는데, 그런 말을 하면 되느냐”라며 그들을 질책하고 나무라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이 대표는 아무 말이 없다.


장예찬 국민의힘 최고위원의 지적처럼 말리는 시늉조차 안 하고 있다.


그렇다면 혹시 이 대표의 의중이 ‘부결론’에 있는 건 아닐까?


겉으로는 ‘불체포특권 포기’를 말하지만, 속내는 ‘체포동의안 부결’에 방점이 찍혀 있는 게 아니냐는 말이다.


그럴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 대표가 지난 6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한 것과 당내 일각에서 제기되는 체포동의안 부결론이 배치된다는 지적에 친명계 서은숙 최고위원은 “정당한 수사에 대해서, 그런 영장청구는 당연히 특권을 포기하겠다는 것”이라며 “민주당은 이것에 대한 정치적 판단을 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당론으로 ‘부결’ 결정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쩌면 이게 이재명 대표의 숨겨진 속내일지도 모른다.


사실 정치권 안팎에선 이미 이재명 대표의 뜬금없는 단식 선언에 ‘당내 세력 결집을 통한 체포동의안 부결 노림수’라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스스로 호기 있게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했다가 이제 정말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할 시점이 다가오자 두려움을 느낀 나머지 ‘특권 포기’를 철회하고 싶은데 이미 뱉은 말이 있으니 차마 그러지는 못하고 내부를 결집해 당론으로 ‘체포동의안 부결’이 되도록 하려는 목적의 ‘방탄 단식’이라는 것이다. 그것도 정당한 영장청구가 아니라는 궁색한 이유를 내세워.


아니나 다를까.


친명계 인사들이 일제히 체포동의안 부결을 외치고, 이재명 대표는 그런 목소리를 제지조차 하지 않는다.


따라서 조만간 체포동의안이 국회로 넘어오면 민주당은 ‘정당한 영장청구’가 아니라는 이유 같지 않은 이유를 내세워 당론으로 ‘체포동의안 부결’을 결정할 것이 빤하다.


하지만. 그렇게 발버둥 치면 칠수록 국민의 의구심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뿐이다.


이른바 ‘방탄 단식’까지 해가면서 체포동의안 부결을 위해 안간힘을 쓰는 걸 보면 이재명 대표는 ‘영장실질심사까지 간다면 100% 구속된다’라는 걸 본인 스스로 알고 있다는 의미 아니겠는가. 자신이 지은 죄를 자신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런데 그런 방식으로 구속을 지연시킨다고 해도 그 기간은 그리 길지 않을 것이다.


만일 검찰이 이번 주에 구속영장을 청구한다면 18일 본회의에서 보고하고 21일이나 22일 본회의에서 표결할 수 있을 것이다. 설사 그때는 다수당인 민주당의 반대로 부결된다고 하더라도 10월 국정감사 이후에 다시 체포동의안이 넘어오면 그때는 어찌할 것인가.


차라리 구속될 땐 구속되더라도 지금 영장실질심사를 받는 게 낫지 않겠는가. 그러면 굳이 어색한 ‘단식 쇼’를 연출할 필요도 없을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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