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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 3배를 줄 테니 중국 경쟁사로 오십시오. 핵심 설계 도면만 가져오면 됩니다." "퇴사한 임원이 우리 기술을 베껴 유사 제품을 헐값에 팔고 있는데, 심증은 있지만 물증이 없어 고소를 못 하고 있습니다." "직원이 연구 데이터를 개인 USB에 담아 나가는 걸 봤는데, 이걸 합법적으로 어떻게 막아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탐정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그리고 최근 개설한 유튜브 채널 ‘K-탐정 무엇이든 도와드립니다’를 통해 접하는 기업인과 엔지니어들의 호소는 가히 절박하다. 수십 년간 피땀 흘려 개발한 기술이 순식간에 경쟁국이나 경쟁사로 넘어갈 위기에 처해 있지만, 당장 어디서부터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막막해한다는 것이 공통된 현실이다. 기술 유출은 단순히 한 기업의 손실을 넘어 국가 경제를 흔드는 ‘국가적 재난’이다. 이제는 사후 검거 중심의 패러다임을 넘어, 예방과 조기 차단을 위한 ‘산업보안탐정’에 주목해야 할 때다.
대한민국은 지금 ‘총성 없는 기술 전쟁’의 한복판에 서 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술 유출 범죄 검거 인원은 378명으로 전년 대비 42% 가까이 급증했다. 특히 반도체,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등 국가 핵심 기술이 주요 표적이 되고 있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전체 기술 유출 사건의 82.7%가 전·현직 임직원 등 ‘내부자’의 소행이라는 점이다. 믿었던 동료가 하루아침에 산업 스파이로 돌변하는 것이 오늘날 기업 현장의 냉혹한 현실이다.
공권력인 경찰의 역할은 범죄 발생 후의 ‘수사와 검거’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피해 기업 입장에서는 수사 결과가 나올 때쯤이면 이미 기술은 복제되었고 시장 경쟁력은 상실된 후인 경우가 많다. 특히 보안이 취약한 중소기업은 전체 피해의 86.6%를 차지할 정도로 무방비 상태다. 공권력이 모든 기업 내부에 상주하며 24시간 감시할 수는 없기에, 민간 영역의 보안 공백을 메울 산업보안탐정의 역할이 주목받는 것이다.
산업보안탐정은 단순한 감시자가 아니라 기업의 자산을 보호하는 전문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첫째, 내부자 위협에 대한 선제적 모니터링이다. 탐정은 프로파일링 기법을 통해 이상 징후를 조기에 감지하고 유출 전 차단을 이끌어낸다. 둘째, 디지털 포렌식 역량이다. 현대의 기술 유출은 0.1초 만에 디지털 데이터로 이루어지기에, 삭제된 로그를 복구하여 법적 분쟁 시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한다. 셋째, 법적·윤리적 리스크 관리다. 합법적인 절차 내에서 증거를 수집함으로써 기업을 보호하고 증거의 법정 효력을 확보한다. 마지막으로, 해외로 도피한 유출 사범을 추적하기 위한 국제 네트워크 활용과 사후 대응 컨설팅까지 담당한다.
이러한 민간조사 전문가의 활약은 해외 선진국에서 이미 보편화되어 있다. 미국과 영국 등에서는 '기업 조사(Corporate Investigation)'가 탐정 업무의 핵심축으로 정착되어 있으며, 글로벌 기업들은 전문 탐정 인력을 활용해 영업비밀 유출 방지와 내부 부정을 선제적으로 관리한다. 국가 차원에서도 엄격한 자격 제도와 교육 체계를 통해 산업보안탐정의 전문성을 뒷받침하며, 이를 국가 경제의 근간을 지키는 필수 안전망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실제 현장에서도 HBM(고대역폭메모리) 패키징 기술이나 메탄올 연료전지 도면 등 국가 핵심 기술을 빼돌리려던 시도가 산업보안 전문가들의 끈질긴 추적 끝에 발각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러한 전문 역량은 하루아침에 쌓이지 않는다. 이에 서울디지털대학교 탐정학과에서는 ‘산업보안탐정론’을 필수 과목으로 개설하고, 경찰청 산업기술유출수사팀장 출신 등 실무진 교수의 노하우를 전수하며 현장에 즉시 투입 가능한 전문가를 양성하고 있다.
필자는 이러한 학문적·실무적 성과를 바탕으로 기술 유출 피해 기업을 돕기 위한 소통 창구인 유튜브 채널 ‘K-탐정 무엇이든 도와드립니다’를 운영 중이다. 특히 이 채널에는 서울디지털대학교 탐정학과 출신 동문 중 실제 현장에서 활동하는 '현직 프로 탐정들'이 패널로 참여한다.
이들은 이론적인 설명에 그치지 않고, 실제 사건 대응 과정에서 겪은 생생한 경험과 전문 노하우를 공유하며 다각적이고 현실적인 조언을 제공한다. 경찰 신고가 망설여지거나 내부적으로 조용히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싶은 기업인들에게 이 채널은 가장 실질적인 '비상벨' 역할을 하고 있다.
산업보안탐정은 단순히 기업의 이익을 지키는 존재가 아니다. 기술 주권을 수호하는 것은 국가 경제와 미래 일자리를 지키는 애국적 사명이다. 기술 전쟁의 시대, 법과 윤리, 그리고 검증된 실무 역량으로 무장한 산업보안탐정들이 활약할 때 대한민국의 소중한 기술은 더욱 안전하게 보호될 것이다. 그 안전한 미래를 향한 여정에 ‘K-탐정’이 가장 든든한 파트너가 될 것이다.
<최순호>
▲서울디지털대학교 탐정학과 주임교수 ▲경찰학박사, 美경영학박사 ▲前총경, 前대통령실 행정관 ▲K-탐정단장, K-탐정연구소장 ▲공인탐정법 등 민간조사업 관련 논문·저서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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