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등판론 = 한동훈 흔들기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3-08-29 14:21:01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주필 고하승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등판설이 솔솔 흘러나온다.


구체적으로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을 거라는 관측도 있다. 이른바 ‘한동훈 선대위원장설’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이 같은 이야기는 여당 인사보다 야당, 특히 더불어민주당 측 인사들의 입에서 주로 거론되는 모양새다.


민주당의 최고의 전략가라고 하는 최병천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최근 한 언론사의 기고문을 통해 “윤 대통령 입장에서 한동훈이 대선주자가 된다면 정치적 동지로 힘을 얻는 동시에 훗날 자신의 안전에도 도움이 된다”라며 “한동훈을 차기 대선주자로 띄워주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총선 선대위원장을 맡기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한동훈이 선대위원장이 되면, 50세인 한동훈과 60세를 넘긴 민주당 선대위원장(혹은 비대위원장)은 대비될 것”이라며 “‘젊고 새로운’ 보수와 ‘나이 먹고 오래된’ 진보 구도가 그려질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선거 전략가라고 하는 민주당 인사가 한동훈 선대위원장 카드를 마치 여당의 필승카드라도 되는 것처럼 추켜세우고 있다.


이건 뭐지?


최병천 전 부원장이 야당에서 여당으로 말을 갈아탄 것인가?


그건 아니다.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마지막 정책보좌관,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 부원장,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부소장을 역임한 그는 여전히 뿌리 깊은 야당 인사다.


그런 그가 ‘한동훈 선대위원장설’을 공공연하게 흘리는 것을 보면, 그건 그 카드가 정말로 여당에 좋은 카드라서가 아니라 다른 목적이 있을 것이란 의구심이 든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이 29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총선 역할론을 일축한 것은 그런 연유다.


실제로 유 수석대변인은 이날 라디오 방송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 한 장관 선대위원장설에 대해 “더불어민주당발(發) 설”이라고 잘라 말했다.


국민의힘은 ‘한동훈 선대위원장’ 카드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의미다.


전날 의원 연찬회에 참석한 한 장관 역시 총선 관련 질문에 "내 답은 늘 똑같다"라며 "비슷하게 계속 얘기했다"라고 했다. 그동안 한 장관은 줄곧 법무부 장관의 역할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피력해 왔다. 지금도 마찬가지라는 뜻으로 읽힌다.


윤석열 대통령 역시 한동훈 등판론에 대해 "법무부 장관으로 할 일이 많다"라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친 일도 있다.


그런데도 왜 민주당에선 한동훈 선대위원장설을 공공연하게 흘리면서 윤 대통령도 그걸 바라고 엉뚱한 분석을 내놓는 것일까?


어쩌면 ‘이재명 사법리스크’와 관련이 있는지도 모른다.


지금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향한 검찰의 칼끝이 턱밑까지 다다른 상태다.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 제3자 뇌물죄 혐의로 피의자로 전환된 이 대표와 검찰 간 소환 일정을 두고 신경전이 이어지기도 한다.


이 대표 측은 당초 9월 11일 주(11~15일)에 출석하겠다고 했으나 검찰이 이를 거부하고 9월 4일 출석할 것을 재통보한 상태다.


이 대표는 방북 비용 300만 달러를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대납해준 사실을 이화영 전 부지사에게 보고 받았는지, 김 전 회장의 대북송금 때마다 서로 통화한 적 있는지 등 여부를 진술해야 한다.


이 대표가 올해에만 다섯 번의 소환조사를 받게 됐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


검찰은 조사 후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을 병합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체포동의안이 국회로 넘어가 표결해야만 한다.


그걸 부결하려면 이재명 대표가 탄압받고 있다는 인상을 민주당 의원들에게 심어주어야만 하는데, 그 방안으로 한동훈 선대위원장설을 흘렸을 것이란 생각이다. 즉 여당 선대위원장이 될 사람이 총선 승리를 위해 야당 대표를 무리하게 수사하고 있다는 프레임을 구성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는 말이다. 한마디로 ‘한동훈 흔들기’다. 하지만 국민은 이미 너무 많은 것을 알아버렸다. 이재명 대표가 어떤 말을 하든, 어떤 프레임을 만들든 국민이 쉽게 속아 넘어가지는 않을 것 같다. 그리고 한 장관은 정말 법무부 장관으로서 할 일이 많다. 총선에서 역할을 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문재인 정권이 망가뜨린 사법체계를 바로 잡는 일이다. 그 적임자는 한동훈 장관이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