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당무개입 논란 등으로 내년 총선 승리에 도움 안돼"
[시민일보 = 이영란 기자] 국민의힘 3.8 전당대회를 앞두고 급부상한 '윤석열 대통령 명예 당 대표론' 등 ‘당정융합’ 문제에 대해 당 대표 후보들이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도 다른 입장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김기현 후보는 이날 mbc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윤 대통령 명예대표 추대와 관련해 "사전에도 사후로도 의논된 바도 없다"면서도 " 우리 당헌상으로는 명예(대표)직 받는 게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어차피 대통령과 당과의 관계는 운명공동체 아니냐. 당연히 서로 간에 치열하게 의논하고 협의헤야 한다"며 "우리 당헌에도 대통령도 당과, 당도 대통령과 적극적으로 협의하도록 되어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히 그는 "어떤 분은 또 그걸 당무 개입한다, 하던데 그것도 황당한 얘기"라며 "우리 당 1호 당원인 대통령이 당 운영에 직접 협의하도록 당헌에 명시돼 있는데 당헌에 따라 협의하는 것을 당무 개입이라고 하는 사람들이야말로 이상한 사람들"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불필요한 논쟁을 할 필요가 없다"고 일축했다.
'당 일각에서 윤 대통령의 공천 개입 소지를 우려하는 것'이라는 진행자 질문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법들을 보면 굉장히 합리적이고 소통과 공감도 잘하시는 분"이라며 "(걱정하는 것처럼) 국민들 보기에 이상한 모습은 절대로 안 나올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 누구보다도 대통령이 가지고 있는 역할과 책임은 가장 크다"며 "의견을 잘 조율해 가면서 여러 가지 정치적 노선들과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 그 원칙에는 당연히 누구나 공감할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안철수 후보는 이날 CBS라디오 방송에서 "사실 우리 당헌을 보면 명예직을 가질 수 있도록 돼 있다. 그러니까 이론상으로는 가능하다"면서도 당무개입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우려와 내년 총선 승리에 도움이 안된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가며 "안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당 대표 선출 이후 또 이런 요구들이 있다면 당원 뜻을 모으로 총선에 도움이 될 지 여부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윤 대통령게 명예대표직을 맡아달라고) 건의드리는 게 맞다고 본다"고 밝혔다.
'당정일체까지 되면 대통령 권한이 너무 비대해진다'는 진행자 지적에는 "저도 좀 문제가 있다고 보는 입장"이라며 "그래서 사실은 용산(대통령)보다는 민심을 훨씬 잘아는 현역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더 좋은 대안을 제안하는 방식으로 가면서 상호 보완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밝혔다.
앞서 국민의힘은 전날 윤 대통령이 당의 명예대표를 맡는 안을 두고 하루종일 격론을 벌였다.
김기현 후보를 지원하는 친윤 진영이 연일 대통령실과 여당이 하나가 돼야 한다는 ‘당정 일체론’을 앞세우는 상황에서 이철규 의원까지 "가능한 이야기”라고 가세하면서 논란은 더 커졌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도“행정부와 입법부라는 게 견제와 균형의 관계라고 해서 집권여당과 대통령실이 분리되는 게 옳다고(만은) 볼 수 없다”며 “명예 당대표 얘길 처음 듣긴 하지만 집권여당과 대통령실은 유기적인 협력체계가 작동되어야 한다”고 불을 지폈다.
이어 “사실 당정분리라는 말은 엄밀히는 맞지 않는다"며 "국민의힘의 당헌·당규에도 집권여당으로서 정부를 충실히 뒷받침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주호영 원내대표는 ‘명예대표론’ 관련 질문에 16일 “당정관계는 협력관계이기도 하고 약간의 건강한 긴장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며 “(당정이) 너무 일치되면 건강한 비판 기능이 없어질 수 있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현직 대통령이 당의 총재를 겸임해 오던 관례는 2000년 11월 김대중 대통령이 새천년민주당(현 더불어민주당) 총재를 내려놓으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이후 ‘당정 분리’를 주장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며 번복한 데 이어 2017년 당시 문재인 민주당 대선후보도 당내 경선 과정에서 "당정 분리가 우리 현실에 맞지 않는다"며 "당정 일체'를 통해 ‘문재인 정부’가 아닌 ‘더민주 정부’를 만들겠다”고 당정일체론을 띄운 바 있다.
이에 대해 문 전 대통령의 경우엔 당정 분리로 상처를 입었던 노무현 전 대통령 에 대한 트라우마로, 국민의힘 친윤계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트라우마로 각각 당정일체의 필요성을 강조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두 정부 모두 여소야대에 처한 초기상황도 비슷한 형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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