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대장동 의혹 대선 자금 수사로 급전환...칼끝 이재명 향해

여영준 기자 / yyj@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2-10-31 14:3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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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근 김용-정진상 수사선상에...유동규이어 남욱도 폭로자로 나서

[시민일보 = 여영준 기자] 대장동 개발사업 의혹과 관련 검찰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정치자금 관련 의혹으로 수사 방향을 틀었고, 이 대표 최측근 두 명이 수사선상에 올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 이어 남욱 변호사가 새로운 폭로자로 나선 모양새여서 이 대표가 검찰의 칼끝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31일 현재 그동안 개발 특혜 의혹을 수사해온 검찰이 최근 이재명 대표의 정치자금 관련 의혹으로 방향을 급선회했다. 정치자금 수수 및 대장동 비리 은폐 의혹과 관련한 진술이 쏟아졌고, 이 대표의 최측근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정진상 민주당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이 나란히 수사 선상에 올랐다. 앞선 검찰 수사 초점이 민간사업자가 과도한 이익을 챙기는 과정에서 성남시에 끼친 피해 규명에 맞춰져 있었다면, 이번엔 검찰 칼끝이 ‘대선후보 이재명’을 향하고 있는 셈이다.


정치자금 관련 의혹 수사는 지난 1년여간 수사와 재판을 받던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대장동·위례 개발사업에 참여한 민간사업자들의 ‘입’에서 시작됐다. 줄곧 혐의를 부인하며 검찰 수사에 비협조적이던 이들은 최근 ‘이 대표 측에 돈을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유 전 본부장과 대장동 민간사업자들의 정치자금 관련 진술 신빙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들이 정치자금이 전달된 시기와 장소, 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특정해 진술했다는 것이다.


정치자금 관련 의혹에 대한 첫 진술은 위례 개발사업 수사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위례신도시 개발 특혜’ 사건 공소장(피고인 유동규·남욱·정영학 등 대장동 사업 관계자)을 보면, 남욱 변호사가 유동규 전 본부장에게 ‘2014년 6월까지는 돈을 쓸 수 있게 해주겠다’고 말하는 대목이 나온다. 김용 부원장과 정진상 실장 등에 대한 접대 정황도 담겨 있다.


앞서 남욱 변호사는 지난해 10월 수사 과정에서, 2014년 대장동 사업의 또 다른 핵심 관계자 김만배 전 〈머니투데이〉 부국장을 통해 유동규 전 본부장에게 3억5200만원을 줬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당시 남욱 변호사가 마련한 돈은 대장동 개발사업 과정에서 분양 대행을 맡은 분양 대행업체 A사 대표와 토목업자 B씨 등으로부터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A사 대표와 B씨 등이 대장동 사업을 따내기 위해 남 변호사 등에게 자금을 건넸다고 판단한다. A사 대표의 경우 박영수 전 특별검사의 인척이다. 박 전 특검은 화천대유 고문을 맡은 바 있다. 유 전 본부장은 지난해 남 변호사 등에게 3억5200만원을 건네받은 혐의(뇌물)로 재판에 넘겨지면서도, 돈의 사용처는 밝히지 않았다. 그가 3억5200만원 가운데 1억5000만원을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1억원)과 정진상 정무조정실장(5000만원)에게 전달했다고 진술한 건 최근이다.


검찰은 재수사 과정에서 남 변호사가 2021년 4~8월, 유 전 본부장에게 네 차례에 걸쳐 현금 8억4700만원을 줬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남 변호사가 돈을 만들어 당시 유 전 본부장과 동업(유원홀딩스)을 하고 있던 정민용 변호사(전 성남도시개발공사 투자사업파트장)에게 돈을 건네면, 유 전 본부장이 이를 넘겨받아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에게 전달했다는 내용이다.


남욱 변호사가 마련한 현금 일부를 정민용 변호사에게 가져다주는 일종의 ‘중간 전달책’ 역할을 맡았던 천화동인 4호(남욱 변호사 소유) 사내이사 C씨의 경우, 자신이 정 변호사에게 돈을 전달한 시간과 장소 등을 메모로 기록해 보관하고 있었다. 검찰은 지난 10월 중순께 이 메모를 C씨 사무실에서 확보했다. 메모에 적힌 내용은 돈을 마련한 남욱 변호사, 전달한 정민용 변호사, 중간 전달책 C씨, 유동규 전 본부장 등의 진술과 대부분 일치했다. C씨의 메모에는 2021년 8월에 전달한 돈이 ‘1억4300만원’으로 적혀 있었는데, 따로 조사받은 이들이 ‘1억4700만원’이라고 바로잡기도 했다. 남욱 변호사가 정민용 변호사에게 돈을 전달한 장소로 지목된 아파트의 차량 출입 기록과 당시 정황이 담긴 CCTV 등 ‘물증’도 검찰이 확보한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돈을 주고받는 장면은 포착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김용 부원장이 지난해 건네받은 돈을 총 6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남욱 변호사로부터 나온 8억4700만원 가운데 1억원은 유 전 본부장이 직접 쓰고, 지난해 8월에 전달된 1억4700만원은 같은 해 9월께 남 변호사에게 돌려준 것으로 보고 있다.


김용 부원장은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10월22일 구속됐다. 대장동 사업 관계자들이 돈을 전달했다고 지목한 2021년 김 부원장은 이재명 대표의 대선 경선 캠프 총괄부본부장을 맡고 있었다. 대장동 사업이 진행된 2010년부터 2018년까지는 성남시의원을 지냈다. 김 부원장은 “유 전 본부장에게 정치자금 명목으로 돈을 요구한 사실도, 실제 건네받은 사실도 없다”라고 전면 부인했다. 검찰이 확보했다는 돈 전달 내역이 담긴 메모, 아파트 주차장 차량 출입 내역 등은 유 전 본부장이 남 변호사 측에서 돈을 받은 사실을 입증할 뿐, 김용 부원장이 돈을 받았다는 내용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검찰은 돈 전달에 관여한 관계자들 진술이 모두 일치하는 것을 근거로 김 부원장을 압박하는 동시에 김 부원장의 재산 형성 과정도 짚어보고 있다.


이재명 대표의 또 다른 최측근으로 꼽히는 정진상 정무조정실장도 검찰 수사 선상에 올랐다. 정 실장은 2014년 남욱 변호사로부터 5000만원을 받았다는 의혹과 함께, 유 전 본부장 등으로부터 2013년 술 접대를 받았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증거인멸 교사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가 진행 중이다. 앞서 “대장동 사건으로 압수수색을 받기 직전 정 실장이 휴대전화를 버리라고 했다”라는 유 전 본부장의 진술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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