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향한 시선 1]김문수, 단일화 없는 대선 승리 가능할까

이영란 기자 / joy@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5-05-25 20:5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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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이영란
 
6.3 조기대선 정국이 막바지로 향하는 지금, 가장 극적인 변화가 서울에서 벌어지고 있다.


지난 22~23일 에너지경제신문이 (주)리얼미터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서울 민심이 요동치면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단숨에 11.6%p 급락한 가운데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8.5%p 상승하며 극적인 역전에 성공한 것이다.(유권자 1009명, 무작위추출 ARS,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 응답률 8.3%)

 

이 변화는 단순한 지지율 교체가 아니다. 유권자들이 이제‘누가 덜 위험한가’‘누굴 더 신뢰할 수 있느냐’를 기준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

이재명 후보의 하락세는 예견된 결과다. '커피값 120원' 발언으로 자영업자들의 분노를 산지 얼마 지나지 않아, 경기 시흥 유세 현장에서 “거북섬 개발을 위해 업체를 꼬셔 유치했다”고 자랑하다가 오히려 실패한 유령도시의 실체가 조명되면서 실언의 대가를 치렀다.


실패한 정책을 자화자찬하는 이 후보의 부족한 현실감각을 서울 유권자에게 각인시킨 이 발언은 누적된 ‘상습적 거짓말’ 프레임에 맞물리면서 중도층의 신뢰를 빠르게 무너뜨렸다. 게다가 ‘120원 커피’논란에 이어 거북섬 의혹을 ‘과장과 왜곡’핑계로 회피하는 태도는 이 후보의 리더십의 치명적 결정타가 되고 말았다.

반면 김문수 후보는 과장된 언변도, 이념적 자극도 없이 조용히 신뢰를 쌓는 리더십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3선 국회의원, 8년 경기도지사 실적을 과시하지 않고 담백하게 서울 유권자 표심에 호소하는 모습이 호감도를 높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 결과‘정책 실행 능력’과 ‘청렴도’, ‘검증 가능성’이라는 핵심 기준에서 그는 ‘낡았지만 안전한 선택지’로서의 유권자 신뢰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이번 서울 민심의 변화는 단순한 반등이 아니다. 중도층의 인식이 실질적 행정력과 리더십의 안정성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정서적 징후라는 점에서 상당히 유의미하다.
특히 보수 단일화 과정이 아니어도 김문수 후보를 중심으로 ‘정서적 단일화’가 형성되는 징후는 더욱 그렇다.


실제로 무당층과 중도층 일부가 자발적으로 김 후보를 ‘대안 후보’로 지지하며 여론의 추를 옮기고 있다는 정가의 분석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관건은 김문수 후보의 지지율 확장이 지속성을 담보할 수 있느냐 여부다.
긍정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이재명 후보의 리더십 실책이 계속되는 한 김문수 후보는 자연스럽게 ‘정상적 대안’으로 주목받게 된다.


또한 이준석 후보가 완주하되 민주당에 대한 비판 수위를 유지하고, MZ세대와 탈진영 유권자에게 일정 지분을 유지한다면, 오히려 김문수-이준석 간 상호 보완적 구도 형성도 가능하다. 즉, 김 후보는 ‘보수의 중심’으로, 이준석 후보는 ‘젊은 견제 세력’으로 기능한다면 유권자는 이들을 경쟁 구도가 아닌 역할 분담으로 수용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단일화 효과와는 다른, 지지율 분산 없이 ‘감정 정렬’을 유지하는 전략적 시너지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더불어 김문수 후보가 TK 보수층 뿐 아니라 서울 수도권 중도층, 자영업자, 여성 유권자 등 확장 가능성이 있는 그룹에 맞춤형 메시지를 낼 수 있다면, 본선 경쟁력은 더 강화될 수 있다.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 예방을 통한 전통 보수 세력 결집 이후, 이제는 실용·생활정치 중심의 중도 유권자와 눈높이를 맞추는 전략이 절실하다.

공세보다 비전을 강조하는 전략도 중요하다.


이미 이재명 후보는 연속된 자충수로 자멸적 흐름에 올라탄 상태다.


다만 이 상황에서 김 후보가 공격에 몰두하거나 과잉 반응할 경우, 중도층의 정치 혐오 자극으로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음을 간과해선 안된다.


오히려 유권자는 진정성과 절제를 유지하는 후보에게 점수를 더 주게 돼 있다.

물론 단일화는 손쉽게 뜻을 이루도록 도움을 주는 카드다. 그러나 단일화 없이도 승리할 수 있는 현실적 전략도 실행이 가능하다.


김문수의 고정지지층, 이준석의 확장성, 이재명에 대한 대중 피로감, 수도권 스윙벨트에서의 공략, 그리고 중도층 이탈 방지라는 다섯 축이 유기적으로 작동한다면, 단일화는 ‘필수’가 아닌 ‘옵션’이 될 수도 있다.

정치는 숫자가 아니라 감정이 결정하는 순간도 있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서울 여론조사에서 김문수 후보가 보여준 반전 드라마는 민심이 전략보다 신뢰에 반응하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라고 생각한다.


또한 유권자가 진정성 있게 싸우는 후보에게 더 마음을 쓰게 되는 것, 그것이야말로 서울 민심이 보여준 정치의 본질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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