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신’ 굳히기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2-12-10 11:2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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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란 정치행정부 팀장 {ILINK:1} 서울시의회가 소신있는 서울시 예산심의로 갈채를 받고 있다.

시의회가 비로소 시민의 대의기관인 본연의 역할로 ‘뭔가’를 보여줬다는 평가다. 이 때문에 의회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선도 확실히 달라졌다.

지난 8일 시의회는 휴일도 반납한 장고 끝에 내년도 서울시 예산을 12조6635억원으로 최종확정했다. 당초 서울시가 의회에 제출한 예산안에서 1145억원이 순삭감된 액수다.

삭감 예산 리스트에는 이시장의 주요 공약사항인 뚝섬 숲 조성사업과 시청앞 광장 조성 사업도 들어있다.

이시장은 시의회 의석의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한나라당 소속 단체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공약사업이 시의회 제동으로 난항을 겪게 됐다.

이와 관련, 시의회는 전임시장 당시 추진되던 개발계획이 시장 교체로 인해 전면 백지화되고 새로운 계획을 수립하는 것은 정책의 일관성 부족 탓이라며 시민의 혈세 낭비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보였다.

시장 공약사업 예산을 살리기 위해 시 고위간부들이 번갈아 시의회 실력자들을 찾아다니며 공을 들였다는 소리가 들린다. 그런데도 시의회는 ‘눈 딱감고 그들의 부탁을 외면했다’는 것이다.

전년도에 비해 2.5배에 달하는 파격적 삭감액수가 있기까지 시의원들과 시 예산부서 직원간 실갱이도 만만치 않았던 듯 싶다. 오죽하면 계수조정 도중에 시 직원들이 철수하는 사태까지 벌어졌겠는가.

6대 서울시의회가 첫 예산작업을 통해 돋보이는 이유는 또 있다. 의원들 스스로 지역민원 사업을 위한 예산 증액을 백지화시켜, 주어진 혜택(?)을 포기하는 결단을 보여줬다는 점이다.

그동안 의원들이 자신의 지역구 공약사업을 위해 시예산을 나눠먹기식으로 운영한 것은 예산 심의 때마다의 관례가 되다시피 했다. 이를 위해 해마다 1200억 원 정도의 예산 증액은 당연한 관행으로 받아들여질 정도다.

일찍이 시의회 이성구 의장은 집행부에 대한 확실한 견제 역할로 시의회 위상을 제고시키겠다며 6대 시의회를 지켜봐 달라고 청한 바 있다. 집행부에 대해 결코 ‘물방망이나 휘두르는 의회가 되지 않을 것 이라는 약속과 함께 말이다.

그동안 시의회가 집행부와 같은 당 소속이라는 측면에서 ‘한통속’으로 운영될 것이라는 선입견으로부터 그다지 자유로울 수 없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활약으로 그동안의 불신을 한 방에 날려버릴 만큼 기대를 받게 됐다. 또한 시의 로비가 먹히지 않는 시의회로, 그야말로 최상의 권위를 부여받은 셈이다.

그런데 만에 하나 말이다. 결코 그런 일은 없을 테지만 이번 예산심의가 대선을 의식한 집행부와 시의회간 ‘짜고치는 고스톱’이라는 결말로 이어진다면?

‘뉴욕의 9.11테러’ 자폭보다 더 큰 울림으로 시의회 근간이 흔들리는 사태가 발생될 것이다. 6대 의회가 모쪼록 시민들의 자부심과 희망의 존재로 자리매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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