떳떳하다면…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3-07-22 18:4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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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 란 정치행정팀장 공개여부로 논란이 일고 있는 대선자금에 관한 한나라당의 허둥거림은 어쩐지 불안하다.

거대 야당이 당 라인을 총동원해가며 맹공에 나선 모양새부터 그렇다.

대표의 긴급기자회견도 모자라 사무총장의 라디오방송 연쇄 인터뷰, 대변인실의 논평, 원내총무까지 같은 내용의 ‘당론’을 일제히 합창하고 있는 듯한 분위기다.

심지어 주요 당직자회의석상에서 조차 노 대통령의 회견에 대해 “한편의 조폭 영화 같다” “간통현장을 들킨 여자가 스스로 돌을 들고 `나보다 깨끗한 사람 있으면 나를 쳐라’고 하는 것과 같다”는 말들이 오갔다는 소식이고 보면 호떡집에 불난 듯한 한나라당의 ‘과잉반응’은 수상하기 짝이 없다.

박주천 사무총장 말대로 ‘대선자금의 선관위 신고가 너무나 정확해 뭘 고백해야하는지 모를 정도로 탈법이 없다’면 도대체 무엇이 걱정인가.

돌아가는 상황만 놓고 보면 이건 아무래도 주객이 전도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주지하다시피 지금 정치자금 때문에 수세에 몰려있는 쪽은 여당 쪽이다.

민주당 당대표는 불법 대선자금으로 인해 국회의원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유례없는 사전체포영장까지 발부받은 상태다.

그런 여당쪽에서 스스로 대선자금에 대해 공개하겠다고 나서는 판인데 야당의 반응은 아무래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대선자금을 함께 공개하자는 대통령의 제안에 대해 지금 한나라당에서 그토록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나서는 것은 한나라당의 ‘떳떳함’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본다.

야당이 노 대통령의 제의를 단순한 ‘불법 대선자금을 호도하려는 정치공세’로 몰아붙이면서 한편으로는 ‘민주당 대선자금 불법모금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노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 및 검찰수사 지시’ 등을 촉구하는 것은 모순이다.

지금은 상대방의 흠집에 관심을 기울이기 보다 스스로의 흠집을 수습해야 할 때다.

국민수준이 이미 정치권 머리꼭대기에 올라앉아 있는 현실을 아직도 깨닫지 못했단 말인가.

노대통령과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대선자금에 대한 고해성사를 통해 과거의 잘못된 관행으로부터의 단절을 결심한 이상 행여 ‘꼼수’로 어떻게 해보겠다는 생각은 애초부터 갖지 말 것을 당부한다.
이 세상에서 진실만큼 큰 힘은 없다.

통렬한 자기반성을 통해서 얽힌 실타래의 매듭을 풀기 바란다.

그런 다음 진정한 페어플레이가 펼쳐지는 정치 마당을 열자.

깨끗한 한판 승부에 적응하지 못하겠거나 승산이 없는 사람은 쓸데없이 끼어 훼방놓지 말고 조용히 막 뒤로 사라져주자.

그것도 큰 애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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