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티모르 방문기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3-08-16 14: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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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운 나 국회의원 지난 6월 30일 ‘한국-동티모르 친선사절단’ 단장으로 동티모르를 친선 방문했다. 출발 전, 주위에서는 동티모르의 불안한 내정을 감안한 듯, “허운나 의원은 목숨이 두 개라도 되나요?”라며 애정과 걱정이 교차하는 심정으로 발목을 잡기도 했다.

인구 약 88만 명의 동티모르는 지난 20여년간 인도네시아 정부군의 박해와 계속된 기근으로 인구의 1/3에 해당하는 무려 20여만명이 희생됐다. UN을 비롯한 국제사회에서는 인도네시아의 동티모르 강제병합을 인정하지 않고 있고, 반면에 인도네시아의 동티모르 민족에 대한 탄압은 계속되고 있다. 이런 배경으로 유엔평화유지군이 파견되는 등 동티모르는 국제적 관심을 받게 됐다.

대통령궁에서 구스마오 대통령을 만났다. 국민과 함께 하는 서민적인 대통령 구스마오는 “Palace of Ashes(재의 궁전”-재를 머리에 뿌리는 것은 슬픔과 애도를 표현하는 행동)라는 대통령궁의 이름을 직접 지었다고 했다.

궁전이라고 하기엔 초라할 정도로 낡은 시멘트 건물인 대통령실 궁의 입구 대기실은 좁은 공간에 낡은 의자 서너개가 놓여 있고, 정면으로는 오래된 중고 ‘LG TV’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안내된 대통령실은 너무나 협소해 5~6명의 방문객이 겨우 들어갈 정도라, 치열한 경쟁을 뚫고 협소한 방에 들어온 사진기자는 벽에 밀착해 촬영을 하느라 온몸이 땀으로 젖을 정도였다.

일국의 대통령 관저치고는 무척 초라하지만, 국민과 함께 하기 위해 일부로 허름한 곳에서 지내는 대통령의 모습에 다시 한번 감명을 받았다. 참고로 동티모르 국무총리는 대통령 궁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잘 꾸며진 관저에서 집무를 하고 있다.

우울한 모습의 건물과 달리, 늘 장난기 가득한 얼굴에 인상 좋은 아저씨라는 느낌을 주는 구스마오 대통령은 개인적으로 구면이고 친분이 있었다.

“나 대통령 임기 마치면 한국에 데려 가서 일 좀 시켜주쇼? 20불만 주면 허운나 의원이 맘대로 쓸 수 있을텐데…"


월드컵 때 구스마오가 한국을 방문해 전직 사진작가라며 우스개 소리로 농담을 던지던 기억이 난다. 이번 방문에서도 반갑게 맞아주는 그의 모습에서 늘 유머와 여유를 잃지 않는 구스마오를 확인할 수 있었다.

구스마오 대통령은 상록수부대 파병등 한국의 우호협력에 대단히 고마움을 표했다. 특히 그는 Information DataCenter (IDC) 건립을 간절히 원했고, 나도 힘 닿는 데까지 적극 지원할 것을 약속했다. 구체적인 실천안으로 겨울방학 때, ‘인터넷 청년봉사단’ 파견을 준비 중이며, 인터넷 인프라가 부족한 동티모르 사정을 감안하여 PC를 제공할 계획이다.

구스마오 대통령은 동티모르의 석유탐사와 천연가스 개발에 우리나라가 참여하는 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협조를 약속했다. 구스마오 대통령과의 만남은 상호간의 인간적인 신뢰에 바탕을 둔 따뜻한 의원외교였다고 평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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