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추미애 총무론’으로 ‘호남색’ 벗기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는 움직임을 바라보며 문득 떠올린 생각이다.
민주당의 선택에 대한 정치적 평가는 일단 유보하겠다. 그에 이미 소속해 있거나 앞으로 소속될 인사에 대한 판단 역시 무관한 상황에서 지금은 단지 민주당의 ‘희안한 결집력’에 대해서만 말하고자 한다.
민주당의 전력을 돌아보면서 전멸 직전의 위기상황 앞에서 특유의 결집력으로 위기를 기회로 바꾸어내던 민주당의 저력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거의 초토화되는 위기 때마다 활로를 찾아내 기사회생했던 것이 바로 민주당의 저력이다. 옆에서 보기에도 불가사의 할 정도로 그들은 죽음의 포화 속에서 자신의 몫을 찾아내는데 거의 동물적인 감각을 발휘하곤 한다.
대선만 해도 그렇다. 지금은 대통령의 당적이탈로 의미를 부여할 수 없을지 모르지만 결국 한나라당의 대세론을 뒤엎고 최후 승자의 면류관을 손에 쥔 건 민주당이었다.
지방선거, 재보궐 선거 할 것 없이 판판이 전멸하던 지난 2002년 당시, 민주당 사람이라면 너나 없이 패배주의에 젖어 소금절인 배추꼴이 됐던 그 때에도 그들은 ‘국민경선제’라는 우리나라 정치사에도 의미있는 족적을 남길만한 걸작품으로 사지에 빠진 당을 구출해낸 괴력을 보인 바 있다.
그런데 지금 민주당에서 부상하고 있는 ‘추미애 카드’가 바로 민주당에서 만들어내는 또 다른 구당전략의 일환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한솥밥을 먹다 헤어진 통합신당과의 경쟁에서 우선순위를 점거하려면 가장 먼저 호남색 벗기와 중도개혁 정당 이미지를 선점해야 한다는 화두를 안고 있다.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내밀 수 있는 카드 중 추미애 총무론 만큼 효율성이 큰 카드는 없다.
지난 23일 한화갑 전대표가 라디오 방송에 출연, “정균환 총무가 자리를 양보하거나 하면 추미애 원내총무도 베스트카드라고 생각한다”며 신호탄을 올리자 정총무는 곧바로 총무직 사퇴의사를 밝히며 호응하고 나섰다.
오랜 시간 동안 같은 정치노선에서 함께 한 경륜의 정객들이 손발을 맞추며 노련한 고도의 전술을 펴고 있는 모습, 이것이 바로 민주당의 저력이지 싶다.
이에 비하면 통합신당의 현재는 어떤가. 나름대로 비장의 무기를 숨기고 있다면 모를까, 참으로 우려되는 정황들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정치개혁을 화두로 출범한 통합신당이 스스로 지탄했던 구태정치를 답습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면 그날부터 신당은 사망선고를 받은 것과 다름없다.
그런데 지금 신당의 전면에는 모두 헌 사람들이 서있다. 말로만 신당을 외치는 꼴이다. 신당은 신당에 어울리는 새로운 인물을 전면 배치시켜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민주당의 구당전략 앞에서 신당이 나름대로의 포지션을 지킬 수 있는 신당의 구당 전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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