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해우원(國害愚員)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4-04-13 20: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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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 란 정치행정부장 {ILINK:1} 지난 2000년 16대 국회 출범 당시 초선의원 79명 중 91%인 72명은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계보에 속하지 않겠다’는 초심을 밝힌 바 있다.

당시 이들은 대부분 “계보를 유지하려면 부패와 연결되고 계보정치가 국민의 뜻에 배치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패거리정치는 지구상에서 영영 사라져야 할 폐습”이라며 계보 정치에 대한 강한 거부감과 함께 소신정치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리고 4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우리는 마감을 앞두고 있는 16대 국회에서 그렇게 초심을 다지던 당시의 당사자들이 거의가 당의 거수기로 전락돼 있는 현실을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위풍당당해야 할 국회의 권위가 땅에 떨어졌다. 심지어 ‘허수아비 국회’ ‘국해우원(國害愚員)의 소굴’이라는 비난 여론이 쇄도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민의 대표자로서 개개인이 헌법기관의 예우를 받으며 국가권력의 한 축이기도 한 국회의원이 어쩌다 ‘나라를 해롭게 하는 어리석은 자’로 폄하되고 있을까.

그것은 국회의원의 자업자득으로 국회의 모든 결정을 민심은 안중에 없이 철저하게 당론에 의해 국회의원 머리수로 밀어붙임으로써 자초한 결과다.

아닌 것을 아니라고 소신을 밝히지 못한 그들은 이미 정당의 나팔수나 깃발 같은 소도구로나 마찬가지 취급을 받아도 할 말이 없게 됐다.

특히 야3당 주도하에 이뤄진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안 가결로 그 후폭풍이 총선 정국을 강타할 때만 해도 그렇다.

‘지지율 급락’을 견디다 못한 야당의원들은 급기야 ‘탄핵철회’를 주장하며 민심 되돌리기에 나섰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소신없이 오직 당론에 의해 가표(可票)를 던진 정당의 허수아비가 된 원죄를 벗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라크파병 문제만 해도 그렇다.

당초 명분 없는 미군의 전쟁에 우리 젊은 병사들이 피를 흘릴 이유가 없다며 파병을 반대하던 국회의원들도 정작 국회에서는 소신을 접어둔 채 당론에 따른 투표를 하지 않았던가.

한편으로 볼 때 타락한 국회에 대한 책임은 16대 총선 당시 국회의원을 선출한 유권자들에게도 지워져야 한다.

이번 17대 총선에서도 같은 우(偶)를 범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제발 이번만큼은 소신있는 후보자들을 제대로 골라 국회로 보내야 한다.

새롭게 17대 국회에서 의정활동을 펴나갈 국회의원들에게 당부한다.

소신행보를 기본으로 당론보다 민심을 먼저 챙기는 국회의원이 되길 바란다.

소신? 별거 없다.

유권자의 표심을 향해 그토록 간절한 마음을 보내는 지금처럼만 하면 된다.

최소한 국해우원은 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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