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의 주인은 시민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4-04-25 20:5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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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 란 정치행정부장 {ILINK:1} 청계천 복원과 관련 ‘밀어붙이기식 행정’으로 반발을 샀던 서울시가 이번에는 시청 앞 광장 조성 과정에서 이를 반대하고 나선 시민단체와 일전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 20일 서울시는 ‘시청 앞 광장의 집회·시위에 대해 당국이 허가할 수 있다’는 내용의 이른 바 서울광장 사용 및 권리에 관련한 조례를 시의회에 상정했다.

조례에 따르면 광장을 사용하려는 사람 또는 단체는 사용일 60일 전부터 7일 전까지 사용허가 신청서를 제출해야 하며, 광장 조성목적에 위배되거나 심각한 손상을 줄 우려가 있는 경우 시장은 집회·시위를 허가하지 않을 수 있다.

또한 신청목적 외의 용도로 사용할 경우 시는 이를 정지시키거나 허가를 취소할 수도 있고 심지어 배상도 물릴 수 있게 된다

이명박 시장은 당초 민선 3기를 출범하는 취임사에서 ‘사람중심의 편리한 서울 구현을 위한 시정을 펼치겠다’는 각오를 피력한 바 있다.

그랬던 그가 시청 앞 광장 조성과 관련, 10개월 동안이나 추진해오던 ‘빛의 광장’ 조성계획을 급작스레 취소하고, ‘잔디광장’을 급조하더니 어이없는 내용의 조례제정으로 분란을 자초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시민이 주인이라는 모토를 앞세우면서도 그 광장에 잔디를 심어놓고 이를 손상시킬 경우 배상해야 한다는 규정으로 배수진을 치는 것은 시청 앞 광장에 족쇄를 채우고 멋대로 운용하겠다는 서울시의 이율배반적인 의도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사실 광장에서 이뤄지는 집회나 시위에 대해 행정관청이 자의적 잣대를 들이대 이를 제한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말이 되는가.

시청 앞 광장은 그 역사적 배경만으로도 단순한 광장 개념의 공간이 아닌 시민광장으로서의 전통을 지닌 곳이다.

1887년 아관파천 이후 황제의 자리에 오른 고종이 나라의 기틀을 새로이 하기위해 덕수궁 대한문 앞을 중심으로 하는 방사선형 도로를 닦고 앞쪽에는 광장과 원구단을 설치하면서 생겨난 대한문 앞 광장이 오늘날 시청 앞 광장이다.

이 광장은 이후로 고종보호 시위, 3.1운동, 4.19혁명, 한일회담 반대시위, 6월 민주화에 이르기까지 역사의 주요 고비마다 결집된 민의를 보여줬다.

또 지난 2002년 월드컵 때에는 온 국민이 열기를 모아 전세계에 대한민국의 열정을 보여줬던 곳도 바로 이 시청 앞 광장이다.

최근 들어 각종 시정이 민심을 외면한 채 시장 개인의 독주로 운영되는 모습을 너무 자주 목도하게 돼 안타깝다.

모르긴 몰라도 지난 서울시장 선거에서 유권자들이 기대했던 CEO 시장의 리더십은 이처럼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스타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민심은 천심이라고 했다.

시청 앞 광장을 원래대로 시민에게 돌려주는 것, 그것이 바로 민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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