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질호도 유감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4-07-11 22:5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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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 란 정치행정부장 {ILINK:1} 3년여 동안 지루한 법정공방을 벌여왔던 이른 바 ‘안풍’ 사건의 항소심 재판 결과로 한나라당은 때 아닌 잔치집 분위기다.

그동안 한나라당은 1심 판결 결과에 따라 국고를 털어 선거자금으로 썼다는 치명적 굴레를 뒤집어쓰는 것은 물론 856억원이라는 거액의 추징금을 변재 해야 하는 짐덩이를 떠안고도 항변 한마디 제대로 못하고 주변의 눈치를 살펴야 했다.

실제로 검찰에서 국고환수를 위해 당사에 가압류를 하겠다고 나섰을 때에도 한나라당은 단지 당사의 원활한 매각을 위해 가압류만은 보류해달라고 읍소하는 것이 고작이었던 것을 기억한다.

당시 한나라당 내부에서는 ‘안풍사건’과 관련한 거액의 추징금 변상을 감당하는 것을 당연시하는 분위기였던 게 사실이다.

이 와중에 강삼재 전 의원이 안기부자금을 유용하지 않았다는 상고심 판결이 나왔으니 한나라당이 들떠 있는 기분은 이해할 만하지만 본질을 호도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박근혜 전 대표가 “당에도 인격이 있는데, 그동안 한나라당은 도둑질한 것처럼 돼 명예가 깎였다”며 “개인이라면 명예 훼손으로 소송이라도 걸고 싶은 심정”이라고 했고, 한선교 대변인은 “안풍사건은 야당을 흠집내고 죽이려 했던 추악한 정치공작이었음이 입증된 것”이라며 “한나라당이 억울하게 피해를 입은 데 대해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고 언급했는데 이는 상황을 정확하게 깨닫지 못한 데서 나온 부적절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강 전 의원이 한나라당 안팍에서 개선장군이라도 되는 양 미화되고 있는 상황은 상당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본다. 그야말로 오랜 시간동안 허위진술로 일관, 검찰 수사를 방해했고 국정을 농단했으며 현재 몸통으로 지목되는 YS의 혐의부분에서도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원죄를 안고 있는 사람이다.

또한 YS와 한 통속이 돼 불법자금을 유통시킨 혐의는 어떤가. 살인하지 않았다고 강도짓이 무죄가 될 수는 없다.

그가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던 것을 두고 정치적 논리에 의한 희생으로 포장하는 야당의 주장은 어불성설이다.

강 전 의원 스스로 ‘주군과의 의리’를 지키기 위해 자처한 정황이라는 것은 이미 세상에 알려진 바 있다.

강 전 의원과 마찬가지로 한나라당 역시 전신인 신한국당에서 어떤 형태이든 간에 부당한 자금을 지원받아 선거를 치룬 원죄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명예란 절대적 평가에서 가늠되는 가치이지 상대적 기준에 의해 좌우되는 유동가치가 아니다.

또 훼손될 가치를 지니지 못한 명예는 배상청구 자격이 애초부터 없는 것 아닌가.

여러 정황을 감안했을 때 억울하다는 한나라당 측 항변은 설득력이 없다.

문제는 정치권이 머리꼭대기에 앉아 있는 국민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하고 자꾸만 닭짓을 되풀이한다는 것, 바로 그것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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