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하네스 본프레레 감독이 이끄는 한국축구대표팀은 27일까지 치른 조별리그 3경기에서 2승1무의 성적으로 조 1위를 꿰차 44년만의 아시아 정상을 향한 발걸음을 재촉했다.
초반 악재와 시행착오를 겪었던 본프레레호가 경기를 거듭할수록 안정감을 찾으면서 점차 분명한 색깔을 띠기 시작함에 따라 한국대표팀의 우승 전망도 그만큼 뚜렷해지고 있다는 평가다.
▲최상의 공격 해법 찾았다
본프레레 감독은 취임 직후 두 차례 평가전을 통해 포백(4-back) 수비와 스리백(3-back) 수비를 바탕으로 한 두 가지 시스템을 한차례씩 시험해본 뒤 아시안컵 요르단과의 1차전에서 후자인 3-5-2 전형을 내놓았다.
하지만 결과는 0-0 무승부로 끝났고 골 결정력 부재라는 비난까지 불러일으키자 본프레레 감독은 23일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의 2차전부터 최전방 공격수를 3명 세우는 3-4-3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거스 히딩크 전 감독이 즐겨 썼던 3-4-3 전형으로 복귀한 한국은 이동국(광주)을 최전방에, 설기현(안더레흐트)과 차두리(프랑크푸르트)를 바로 밑에 포진시키고 간판스타 안정환(요코하마)은 후반에 교체 투입하는 전술로 6골을 합작하는 화력을 과시했다.
권오손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은 “3-4-3을 통해 양쪽 윙백의 오버래핑을 활용한 측면 공격을 강화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스리백 수비 일단 합격점
포백 신봉론자로 알려진 본프레레 감독은 일단 준비 시간이 짧았던 이번 대회에서 한국 선수들에게 익숙한 스리백 카드를 고수하고 있다.
핵심 멤버 가운데 김태영(전남), 최진철(전북)이 함께 빠졌던 UAE전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위기없이 조별리그를 잘 치른 데다 신예 김진규(전남)마저 급성장해 안정감을 보여준 상태.
특히 신들린 방어솜씨를 뽐내는 이운재(수원)가 지키는 골문은 상대팀 감독이 고개를 저을 정도다.
하지만 아시아의 강호들과 벼랑 끝 승부를 펼칠 8강 토너먼트부터는 무릎 부상 중인 맏형 김태영의 복귀가 절실하다.
▲이동국·차두리, ‘황태자’로 비상
조별리그 3골로 득점 단독선두에 나선 이동국과 2경기 연속 주전으로 출전한 차두리의 비상도 빼놓을 수 없는 본프레레호의 특징.
지난 대회 득점왕 이동국은 2002한일월드컵 멤버에 밀려 와신상담해온 끝에 본프레레 감독 취임 이후 5경기 동안 4골을 뽑는 무서운 골 결정력을 과시했고 차두리는 뛰어난 운동능력과 활발한 움직임을 통해 전방에서 수비를 흔들어 놓고 있다.
사기가 오른 이동국은 “팀이 우승하려면 당연히 내 득점을 필요로 한다. 앞으로 많은 골을 넣겠다”며 득점왕 2연패에 대한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이들의 맹활약 덕분에 스리톱 가운데 나머지 한명인 설기현과 후반 조커로 변신한 안정환의 분발도 촉구되는 등 동반 상승작용을 하고 있다.
권 위원은 “베스트멤버의 교체로 선수들간 내부경쟁이 심해져 좋은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팀 분위기 상승
유상철(요코하마), 송종국(페예노르트) 등 스타들을 올림픽대표팀에 뺏긴 데다 선수들의 잔 부상으로 베스트11을 짜기조차 힘들었던 한국은 1차전을 득점 없이 비겨 큰 부담을 안고 대회를 시작했다.
한국은 그러나 부진한 경기 내용에도 불구하고 UAE를 2-0으로 잡아 한숨을 돌린 뒤 쿠웨이트를 4-0으로 대파해 사기가 하늘을 찌를 듯하다.
본프레레 감독은 쿠웨이트전을 마친 뒤 “2차전을 이기면서 선수들이 살아났고 이날 승리로 자신감이 더욱 커졌다”면서 좋은 결과를 통해 팀 분위기가 좋아졌다는 데 큰 의미를 뒀다.
장원재 기술위원은 “1차전에 초점을 맞추는 다른 팀들과는 달리 한국은 8강 이후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갈수록 컨디션이 살아날 것”이라며 선수들의 정신적인 자신감뿐 아니라 몸상태도 더 나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드필드진 안정
쿠웨이트전 대승의 숨은 비결은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선 박지성(에인트호벤)의 뛰어난 공수조율 능력과 상대 공격의 시발점부터 차단한 적극적인 압박 덕분이라는 분석이다.
또 4년만에 재가동한 이영표(에인트호벤), 박진섭(울산)의 ‘좌영표, 우진섭’ 카드도 제자리를 잡았다는 평가.
권 위원은 “박지성이 한국의 키플레이어”라면서 “이영표가 돌파는 잘 하지만 마지막 크로스의 정확도가 다소 떨어진 것은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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