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방문 논란의 아쉬움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4-08-24 18:5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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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 란 정치행정부장 {ILINK:1} 한나라당의 ‘5.18 묘지 단체참배 논란’ 소식은 아쉬움을 남긴다.

여전히 장벽으로 남아있는 한나라당의 한계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호남지역에서 연찬회 계획을 갖고 있는 한나라당은 엊그제 열린 의원총회에서 연찬회 마지막 날 5.18 묘지를 집단참배하겠다는 일정을 밝혔다.

솔깃한 계획이었다. 한나라당이 의원 연찬회를 호남지역에서 열겠다는 발상도 획기적이지만 광주 5.18 묘역을 찾는 계획은 당 이미지를 위해서도 사실 그리 나쁠 게 없다는 생각에서다.

그런데 영남 지역을 중심으로 한 일부 중진 의원들이 ‘시기상조’라며 제동을 걸고 나섰다.

당 의원 총의로 5.18 묘지를 참배하는 것은 의총에서 걸러야 할 사항으로 이런 중대한 문제를 일방통보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있었는가 하면, 한나라당 의원 전원이 참석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어려운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고 한다.

물론 정체성을 운운하며 반대한 의원도 있었다.

광주 5.18 묘지를 방문하는 것이 한나라당 정체성에 위배된다면, 도대체 한나라당 정체성에 합당한 것은 무엇인지 되묻고 싶다.

자유와 민주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5.18정신을 외면하면서까지 지금의 한나라당이 고수해야 할 정체성의 존재가 따로 있다고 할 때 자유와 민주는 정체성의 일부로 절대 포함될 수 없다는 의미인가.

또한 한나라당 의원들이 광주 묘역을 찾는다고 해서 영남주민들이 표를 주지 않을 것으로 걱정했는데 이런 판단은 대단히 잘못된 것이다.

영남 유권자들의 의식수준을 너무 낮게 보고 있는 것도 문제지만 이 또한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우를 범하고 있는 행위이다.

더구나 한나라당의 이번 5.18 묘역 참배가 이뤄진다 해도 그 효과는 반감될 것이다.

이런 저런 속내를 다 들키고 난 뒤 마지못해 실행된 것으로 비춰지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정녕 한나라당이 호남이 두려워 영남을 찾지 못한다거나 반대로 영남이 두려워 호남을 찾지 못한다면, 전국정당을 포장하지 말고 차라리 지역정당임을 선언하면서 주저앉는 게 현명하다.

그 편이 백번 낫다.

한나라당의 5.18 묘역 참배 계획은 모처럼 동서 화합의 단초를 제공하고 이슈를 선점할 수 있는 호기가 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일부 의원들의 퇴행적 사고가 모처럼 한나라당이 정치판의 상생을 주도할 수 있는 기회를 훼손하고 말았다.

대선 이후 그토록 거듭나려는 안간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건재한 ‘수구꼴통’의 잔재가 당 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 안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대표는 한나라당의 환골탈태 행보를 계속하길 바란다.

어떻게든 그 산을 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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