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좋은 개살구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4-09-21 21: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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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지 혜 정치·행정부 기자 지난해 서울시가 강력히 추진했다 실패로 끝난 승용차 자율요일제가 ‘자율’이라는 글자가 빠진 ‘승용차요일제’라는 이름으로 또다시 행정력을 낭비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시는 지난 7일 ‘승용차요일제’ 확산 강화계획이라는 문서를 통해 각 자치구에 ‘승용차요일제 추진반 구성’을 강요하고 나섰다.

며칠 전 모 구청을 방문했다가 주차장 입구에서 민원인이 공무원에게 언성을 높이는 장면을 목격했다.

내용을 알고 보니 구청 주차장에 주차를 시켜놨던 민원인이 볼일을 마치고 차로 돌아보니 자신의 차 유리 앞뒤에 요일제 스티커가 붙어 있었던 것이다.

“왜 주인한테 허락도 없이 남의 차에다 이런 걸 막 붙이냐?”는 민원인과 “구청에 들어오려면 스티커를 붙여야 한다”는 공무원 간의 실랑이가 한동안 계속됐다.

‘행정서비스 헌장’ 운운하며 서비스 행정을 필두로 하는 구청의 ‘현관문구’가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사실 이 같은 장면은 비단 한 구청에서만 목격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시의 교부금에 목말라하는 구청이면 어딜 가나 볼 수 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그 주범이 ‘승용차요일제’라고 현장 공무원들은 입을 모았다.

가뜩이나 구조조정으로 부족한 인력난에도 불구하고 인센티브 사업이라는 명목으로 승용차 요일제를 위한 팀까지 만들어 추진하라고 하니 직원들의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당초의 취지였던 생활의식 개혁 제도가 단순히 ‘실적’을 위한 행정으로 둔갑돼 애꿎은 공무원만 괴롭히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올만 하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다시 ‘10부제’ 시행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나마 오랜 시간을 걸려 안착시켰던 ‘10부제’가 시의 밀어붙이기식 ‘승용차요일제’ 강행으로 사문화된 상태에서 다시금 10부제의 효용성 주장이 나오고 있다니 아이러니하다.

이쯤에서 시는 ‘과유불급’의 교훈을 다시 한번 새겨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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