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 만능 시대인가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4-11-07 18:5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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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 란 정치행정부장 {ILINK:1} 어느 한때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는 구호가 난무하던 시기가 있었다. 그것은 자유가 명줄처럼 귀한 존재로 인식되던 시기의 이야기다.

사실 이 땅에도 꽤 오랜 시간동안 진정한 자유를 목숨처럼 갈구하던 시기가 있었다.

동토의 시절, 숨통을 끊어놓을 듯 완강한 지배계급의 독주가 사람들의 자유를 재단하고 틀어막는 폭거를 자행했었다. 그러나 여기에 굴하지 않고 자유를 얻기 위해 기꺼이 자신의 목숨까지 내던졌던 선인들의 궤적이 있었기에 오늘 우리는 오늘날 이처럼 자유를 만끽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민주화 과정을 거치는 동안 얼마나 숱한 젊음이 산화됐던가. 오늘날 우리가 공기처럼 아무런 감각 없이 누리고 있는 이 자유는 앞서 간 이들의 아픔과 맞바꾼 일종의 ‘전리품’이라고 할 수 있다.

당시 선인들이 그토록 어렵사리 자유를 쟁취하고자 나섰던 것은 단지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야 한다’는 단순한 명제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제 우리는 그 자유의 과부화로 인해 오히려 불편을 겪고 있다. 본능적인 집단이익을 위한 목소리가 난무하는 자유는 본래의 취지를 상실한 지 이미 오래다. 지금의 자유는 차라리 ‘자유’라는 이름보다는 ‘방종’이 더 어울릴 듯 싶다.

목소리를 내는 계층도 다양해졌다. 재야나 학생운동권 등이 중심이 된 과거와는 달리 정치권에서 집장촌 업주에 이르기까지 주도층이 가지각색이다.

정치권은 정치권대로 여당과 대통령의 ‘성의있는 조치’를 부르짖으며 장기간 국회 일정을 보이콧 시키고 있는 야당의 횡포로 개점휴업 중이고, 사학법 개정이 맘에 안 든다고 전국 사립학교의 87.5%가 자진 폐쇄를 결의한 데 이어 국·공립 학교장까지 이에 가세했다. 또 공무원들은 공무원대로 오는 15일 총파업을 예고한 가운데 파업 찬반투표를 전국적으로 실시중인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은 초강경 대응 방침을 천명한 정부와 곳곳에서 난투극을 벌이는 등 물리적 충돌을 빚고 있다.

종합부동산세의 국세 신설에 대해서도 전국 시·군·구 자치단체장들이 종합부동산세가 국세로 제정될 경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뿐만 아니다. 자칭 보수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국보법 폐지를 반대한다며 ‘막말행진’으로 정신을 빼놓고, 성매수 금지법 가동이 부당하다며 이에 반대하는 집장촌 관계자들이 헌법소원제기까지 들먹거리며 거리로 나섰다. 외국인 노동자도 그들의 불법체류에 대한 정부의 제한 조치가 부당하다며 시위를 하고 있다. 이 때문에 거리는 연일 멀미를 일으킬 만큼 혼돈 속에 빠져있는 것이다.

정작 국민은 가만히 있는데 이해 관계자들만 거리로 쏟아져 나와 극한 대결로 사회 혼란을 부추키고 있는 꼴이다.
시위가 만능인가. 너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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