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 우렁차 장충단제 집례 ‘10년째’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5-10-13 20:2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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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구청 문화체육과 이상준씨 구청장도 구의장도 이 사람의 말 한마디에 무릎 꿇고 절을 하게 만드는 엄청난 일이 매년 10월8일이면 벌어지고 있다.

이러한 엄청난 일을 벌이고 있는 주인공은 서울 중구청 문화체육과에서 근무 중인 이상준씨(사진).

이씨는 을미사변시 명성황후가 일본인에 의해 시해당할 때 순국하신 궁내부대신 이경직 등 9인의 선열을 추모하기 위해 올리는 제례인 장충단제에서 집례(執禮)일을 수행하고 있다. 집례란 홀기(제사의 식순)을 읽으며 제례의식을 진행하는 제관(祭官)으로 오늘날 행사의 사회자와 같은 역할.

이씨의 집례일은 지난 1996년 당시 장충단제 업무분담시 집례할 사람을 고르고 있는 가운데 지도를 위해 성균관에서 온 사람이 이씨의 목소리가 우렁차다는 이유로 지정, 그때부터 지금까지 장충단제 집례를 도맡아 10년째 하고 있다.

장충단제례는 지난 1998년까지 초헌관 등을 인도하는 알자(謁者)만 제외하고 구청 직원들이 제관을 맡아서 했지만 1999년부터는 성균관과 양천 향교에서 전담하고 집례만은 이씨가 맡아 구청 직원 중에서는 유일하게 장충단제 제단에 오르고 있다.

이씨는 “집에서도 제사를 지내고 있지만 이렇게 전통적인 제사를 지내는 것은 처음”이라며 “집례 역할을 하면서 제관들이 하는 것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꼼꼼히 본다. 그렇게 오래 하다보니 이제는 제사 때마다 하는 의식 하나하나의 의미에 대해서도 웬만큼 알정도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씨는 그동안 장충단제를 하면서 실수도 많았다며 “8년 전에는 규율을 어기고 전날 술을 마셨더니 갑자기 목소리가 탁 가라앉아 거의 고함을 지르다시피 해 끝날 때 얼굴이 빨개진 적이 있었다”며 “그일이 있은 뒤로는 절대 제사 3일전부터는 술을 입에 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집례 원고 중 일부가 사라져 눈앞이 캄캄했었다”며 다행히 복사본을 가지고 있던 직원을 찾아 없어진 부분을 빼내 무사히 진행을 했는데 끝날 때까지 간담이 서늘했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이씨는 “집례를 한 지 10년이 됐는데도 막상 제단에 올라가면 긴장이 된다”고 말했다.

/최용선 기자 cys@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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