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 고통받는 성람복지재단 장애인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6-08-31 20:4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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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민 기자(정치·행정부) {ILINK:1} 주민 입장에서 자신의 민원을 해결해 줄 관계관청이 없다면 얼마나 당혹스러운 일일까. 안타까운 일이지만 기자는 작은 민원에서부터 큰 사건에 이르기 까지 아직도 이런 일을 겪는 주민들을 종종 접하게 된다.

그 실례가 국내 최대 복지법인인 성람재단의 조태영 이사장이 9억5000만원의 횡령혐의로 의정부지검에 구속된 사건이다. 장애인 복지를 위해 설립된 단체에서 이런 비리가 일어났다는 것만으로도 충격이지만 당사자들에게 더욱 고통을 주는 것은 감독 기관들이 법률 해석을 놓고 서로 책임을 회피하려는 태도다.

사건이 발생한 지난 6월 말 이후 ‘성람재단비리척결과사회복지사업법전면개정을위한공동투쟁단’(성람공투단)이 결성돼 피해를 입은 당사자인 장애인들과 함께 관련자 처벌, 성람재단 비리척결 및 재발방지를 위한 법률 개정 등을 요구하며 감독관청인 종로구청 앞에서 7월26일 농성에 들어갔다.

하지만 농성을 시작한지 한 달을 훌쩍 넘긴 현재 성람공투단 등이 요구한 ‘종로구청에서 재단이사를 전원 해임하라’는 등의 주장은 종로구청과 서울시의 책임 소재 공방으로 인해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에는 아직 요원한 상태다.

설상가상으로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키기 위해 구청 앞에서 농성하고 있는 장애인측과 민원인 불편초래 등의 이유로 농성을 막으려는 구청측 사이에 잦은 물리적 충돌이 일어나고 있다. 최근 집회를 마치고 해산하는 성람공투단회원들이 종로경찰서에 연행되는 등 사태는 더욱 악화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성람재단의 비리행위로 피해를 본 장애인은 분명히 존재 하는데 이 문제를 담당할 관청이 불분명하거나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농성장애인들이 향후 같은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요구 하고 있는 재단이사 해임 건에 대해 서울시는 이미 관련 업무를 각 자치구로 넘겼다고 주장하고 있다.

종로구는 이사 해임은 법률위반 사항과 관련되고 법인 존속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시정명령이나 사회복지법인 설립 허가·취소 권한을 가진 서울시 업무라는 입장이다.

물론 법률상의 문제로 인해 책임 소재를 가리기가 불분명 하다는 서울시와 종로구의 입장이 아주 틀린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관계 기관들이 법 해석상의 이견을 이유로 책임소재를 가리고 있는 동안 피해를 입은 장애인들의 고통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이미 성람재단의 장애인들은 그동안 많은 고통에 시달렸다. 그런 그들이 한 달이 넘게 무더위에 시달리고 비를 맞으며 사건의 명확한 해결과 재발방지를 위한 관계기관의 노력을 촉구하고 있다.

서울시 산하 각 지자체들은 주민복지를 위해 많게는 수억 원을 매년 복지 지원금으로 지원하면서 관내 복지지수가 높아진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그러나 성람재단 사건처럼 관계기관들이 정작 중요한 시점에서 나 몰라라 하는 식의 행정을 되풀이 한다면 주민복지의 향상의 길은 아직도 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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