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필진네트워크에서 칼럼니스트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전영관 시인이 문학성이 가미된 칼럼집 「부드러운 칼」을 도서출판 에세이에서 출간을 했다.
현재, 에세이에서 시행하고 있는 [에세이 작가 100인 총서]의 76번째이기도 한 「부드러운 칼」은 저자가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면서, 인터넷 한겨레신문에 발표된 칼럼 중 독자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던 칼럼 중심으로 엮었다.
일반적으로 무겁고 딱딱한 칼럼의 이미지와는 달리 전영관 시인의 칼럼들은 에세이의 유연성과 문학성을 지니고 있어 독자들에게 친근하게 읽힌다는 것이 주변의 촌평이다.
이는 정치인의 부도덕한 행위나 가정과 사회에서 소진해가는 인간성 그리고 이 땅에서 희생되고 있는 가치 등 사회의 부조리한 현상을 자아 성찰적 내면을 바탕으로 신랄하면서도 고집적이지 않게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런 시사현상을 시인답게 서정적이고 문학적 표현으로 이끌어감으로써 표현의 미학을 돋보이게 하며, 여기에는 ‘애옥살이’’은결’ ‘가리새’ ‘명지바람’ 같은 맛깔스런 우리 언어들이 문장의 격을 높이기도 한다.
번득이는 표현력의 재치로 은근히 미소 짓게 하거나 정의를 다지는 필력의 강한 힘이 느껴지기도 하고 범부를 뛰어넘은 그의 사유가 깃든 칼럼들이다. 칼럼 말미나 서두에 종종 덧붙여둔 시의 역량도 마찬가지지만 불혹 중반의 연륜에서 나오는 시인의 지적인 촉수는 결코 둔하지 않다. 자식으로서, 부모로서, 사회구성원으로서, 시인으로서, 시사현상을 바라보고 관조해 풀어내는 시각이 가볍지 않다는 것이다.
칼럼에서 보이는 그의 이념은 우익도 좌익도 아니며 이도 저도 아닌 흑색은 더더구나 아니다. 소시민으로서의 그의 이데올로기는 오직 정의요, 휴머니즘일 뿐이다.
따라서 그는 이념적 잣대로 엇나간 현상을 접근하기 보다는 인간의 본성이나 따스한 인간성으로 헤치고 있어, 현상은 시대성이 반영된다 하더라도 시인의 이러한 형이상학적 가치는 시대성을 얼마 간 배제시킬 것이다.
『갑자기 과거급제라도 한 기분이다. 웬 사람들이 알록달록 차려입고 줄 지어 인사 하고 있다. 흰 장갑 끼고 손 흔드니 우쭐하는 마음마저 생긴다. 더구나 유명 가수까지 초대해서 노래 불러주니 이 어찌 흐뭇하지 않겠는가. 날마다 오늘처럼 아랫것들 노래 부르며 머리 조아린다면 살 맛 나겠다. 삼일유가(三日遊街)가 이보다 신나고 뿌듯할까.
바야흐로, 지방 고을 수령이 되겠다는 사람들 출사표를 던졌다. 백성 귀히 여기고 하늘의 뜻 따르겠다는 약속 하는 시절이다. 당연히 그래야 한다. 정치의 근본이 백성을 편안하게 하는 것 아니겠는가. 이런 사람들이라면 마땅히 고을 살림을 도맡아야 한다. 모두가 올바르고 사명감에 불타는 인재들이니 누구를 밀어줄 지 난감할 따름이다.
……
메뚜기도 한 철이라고 마음껏 즐겨야 한다. 억눌리고 무시당하며 살아온 시절 얼마던가. 돈 없고 집 없는 설움에 한숨 쉬며 귀가하던 달동네가 여기 아닌가. 보잘 것 없는 월급에 온갖 세금 대추나무 연 걸리듯 살아오지 않았었나. 열흘 남짓, 장원급제한 이몽룡 마냥 허리 부러지도록 인사하는 사람들 사이로 양반걸음 걸어봐야 한다. 느긋하게 기대앉아 수령이 되겠다는 후보들 이야기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우리 살림 편안하게 해 줄 공복(公僕)인지, 제 배만 불릴 도적(盜賊)인지 말이다.』
-본문 시한부 인생의 서글픔(지방선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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