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매물과 곰의 쓸개는 같은 과?”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6-12-25 19:43:16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윤용선(의정부 주재) {ILINK:1} 언젠가 중국 보따리 상 친구가 가져온 곰의 쓸개인 웅담을 놓고 한바탕 논란을 벌인 적이 있다.

논란의 주제는 약효나 품질보다는 역시 가짜냐, 진짜를 놓고 서로의 알량한 상식을 총동원, 갑론을박 하던 중 한 가지 의문이 제기됐다.

중국에서 살고 있는 곰의 수는 대략 10만~20만 정도인데 현재 중국현지 시장에 나도는 웅담은 접어두더라도 서울에 있는 경동시장이나 성남의 모란시장, 대구의 약령시장에 나와있는 웅담만도 이미 수십만 개가 넘은지 오래라는 것이다.

정품은 출하와 동시에 팔려나간다는 보따리 상 친구의 말대로라면 곰 한 마리에 웅담이 수 십 개가 되지 않는 한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수십만 개의 웅담은 다 무엇이란 말인가.

역시 십중팔구 가짜가 판친다고 봐야 할 것이다.

요즘에는 곰이 아닌 아파트 매물에도 웅담과 같은 일이 왕왕 벌어지고 있다.

부동산 업소에서 정보지나 인터넷 부동산 관련 사이트에 허위로 존재하지도 않는 아파트 매물을 올려놓기 때문이다.

이경우도 곰의 웅담처럼 적당한 가격대의 아파트 매물은 항시 넘쳐나는 것처럼 보인다.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도 모 의원이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게제 된 부동산 매물은 80%가 ‘허위매물’이라고 지적한 바 있듯이 요즘 경기도 의정부시에서도 부동산 정보지나 사이트에 개재된 미끼매물이 기승을 부리는 것으로 나타나 문제가 되고 있으나 관행처럼 굳혀진 행위는 좀처럼 바로 잡기가 어려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렇다면 왜 이런 허위광고가 기승을 부린단 말인가. 무언가 이익을 얻기 위함인데 언 듯 생각해서는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며칠 전 급하게 이사를 갈 일이 생긴 주부 김씨(34)는 원하는 아파트 가격대의 전세를 알아 보기위해 수많은 부동산을 누볐으나 한결 같이 “요새는 나와 있는 아파트 전세매물이 없다.”는 것이었으나 집으로 돌아와 인터넷을 검색하니 부동산에서 없다던 매물이 사이트에는 가득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인터넷에 나와 있는 모든 것이 허위란 말인가. 주부는 이해할 수 없는 의문이 꼬리를 물었다.

또 32평 아파트를 매도하기 위해 부동산에 내놓았다가 일이 호전돼 매물을 거둬들였다는 최씨(62)는 “거둬들인 후에도 문의전화에 시달리게 돼 삭제를 요청했고 ‘관리해주고 있는 것뿐’이라는 말에 그냥 두었으나 나중에 이것이 허위매물이라는 것을 알았다.”고 한다.

또 다른 K아파트에 살고 있는 A씨는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에는 A·B·C·D동이 없고 1·2·3·4동으로 구별되고 있음에도 버젓이 00아파트 A동 00호 B동 00호 등 자세하게 설명된 매물로 둔갑되어 있는 것을 발견하고 의아해 했으나 결국 허위매물이라는 것을 알았다고 한다.

일단 시세보다 낮게 해 수요자들을 유인하는 허위매물은 매수자와 매도자들의 가격판단을 흐리게 할 뿐 아니라 결과적으론 시장거래가격의 왜곡을 불러오게 된다는 것이다.

요즘처럼 부동산 가격의 거품으로 온 나라가 고심 끝에 반값 아파트라는 해결책을 내놓은 가운데, 주공에서는 “사업성이 있다”며 반겼으나 토공은 “부담만 늘게 될 것이다”고 반발해 논란 속에서 혼란이 거듭함에 허위매물까지 판친다면 아마 시민들의 혼란은 더욱 가중될 것이다.

중국에서 들여온 곰의 쓸개가 아직도 계속 팔리고 있는 것을 보면 혹시 곰의 쓸개와 허위매물이 같은 과(科)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시민일보 시민일보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