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다하면 나중에 뭐 할래” (下)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7-01-02 18:36:53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윤용선(의정부 주재) {ILINK:1} 지난 2002년 의정부시는 경기 제2청사와 삼성 홈플러스가 있는 금오지구를 개발했다.

당시 이곳 택지지구 개발소식을 듣고 관심을 보인 수많은 사람들은 “분당이나 일산과 비교해도 환경이나 교통 등 모든 조건에 전혀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평하며, 투자를 서둘렀다고 한다.

또한 가장 중요한 변수인 가격대가 일산이나 분당보다 훨씬 안정되고 낮아 당시 전국 1순위 투자 대상지였다.

여하튼 시는 금오지구내의 상업용지, 일반용지, 종교용지 등 총 60필지 68만여 ㎡를 엄청난 경쟁률을 보이며 모두 간단하게 팔아치웠다.

그 덕분에 시는 택지개발사상 최고의 수익을 거둬들였으며 그 이후 공영개발과 관련된 땅 장사 재미에 푹 빠지게 됐다.

그 상태로 가속이 붙은 택지공영개발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를 불러일으켰으며 이와 맞물려 급기야는 그 오랜 세월 속에서 잠자고 있었던, 지난 71년 제정이후 35여 년 동안이나 꿈쩍도 않던 그린벨트까지 취락지구 우선순위라는 명목으로 풀리고 또 의정부시의 상징이자 골칫거리였던 미군부대까지 떠나니 얼마나 기뻤겠는가.

종이가 없어 그림을 못 그렸던 피카소에 비하랴, 먹이 없어 글씨 못 썼던 한석봉에 비하랴.

갑자기 생각지도 못했던 금쪽같은 넓디넓은 땅덩어리가 생겼으니 그 동안 구덩이를 파헤쳤다 메웠다만을 반복했던 별로 할일 없는 도시과에서 어찌 이를 그냥 지나치겠는가.

또 새로운 실적에 목말라하는 단체장은 얼마나 귀가 솔깃, 눈이 번쩍했겠는가.

시장의 지휘아래 도시계획의 전문가들은 그간의 돈벌이 경험을 바탕으로 당장 수많은 구상 속에 빠졌고 가속이 붙은 개발계획은 소리 소문 없이 진행됐다.

물론 새로운 커다란 캠퍼스가 활동하기에는 얼마나 좋았을까 또 솜씨를 발휘하기에 넓어서 얼마나 신바람이 났겠는가.

한가기 아쉬운 것은 이제 얼마가지 않아 그 알량한 토지는 개발이라는 미명아래 대부분 거대한 시멘트 덩어리인 아파트로 메워질 것이 불보 듯 뻔하며 또 다시 종이가 없어 화폭을 옮길 수 없는 상황이 연출될 것이 눈에 선하다는 것이다.

요즘 의정부시는 녹양동 택지개발이 한창이다.

국도3호선과 맞닿은 그 넓었던 녹양동 장미단지는 마치 허수아비와 같은 대형 크래인들이 곳곳에서 두 팔을 휘휘 저으며 지칠지 모르고 움직이고 있다.

물론 녹양지구 개발은 녹양동 전철개통과 더불어 비교적 택지개발이 필요한 곳으로 추천되고 있지만 광릉 숲 줄기가 뻗어져 있는 의정부 최고의 청정지역인 낙양이나, 민락지구는 그래도 보존의 필요성이 대두됐던 곳으로 이미 보상이 시작됐다는 것은 뒤늦게나마 유감이 아닐 수 없다.

낙양지구와 더불어 고산, 산곡지구도 이미 개발계획이 수립됐으며 불과 1~2년 후에는 신도시로 온통 메워질 것이다.

아쉽지만 이제 민락 2지구와 3지구 120만평이 개발되면 의정부의 자원은 없어진다.

그나마 수십 년간 미군들이 깔고 앉아있던 덕분에 남아있던 105만평의 미군반환공여지도 광운대 유치와 대규모 주공 임대아파트를 비롯한 택지지구 계획으로 개발이 초읽기에 들어간 상태다.

이렇게 된다면 정말로 의정부시의 자원은 바닥이 드러난다.

진정 개발만이 상책이란 말인가.

청나라 석성금(石成金)이 편찬한 전가보(傳家寶)에는 이런 글귀가 있다. 옛 사람은 말했다. 말은 다해야 맛이 아니고 일은 끝까지 다해서는 안 되며, 쑥대 날리우는 바람을 마다하지 말고, 언제나 몸 돌릴 여지는 남겨 두어야 한다.
활을 너무 당기면 부러지고 , 달도 가득 차면 기운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시민일보 시민일보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