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때 어떤 선생님은 “과거에는 의술이 발달치 않아 웬만한 수술은 그냥 절단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데 요즘은 첨단의술의 발달로 봉합수술은 물론이거니와 혈관 하나하나를 잇는 복잡하고 어려운 수술도 거뜬히 해낸다.
물론 그 기본바탕에는 생명존중이 깊숙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건축이나 토목공사도 마찬가지다.
환경존중이라는 기본바탕이 꼭 있어야하며 자연 지킴이 사명감으로 웬만한 공사는 그냥 절단하기보다는 특수공법을 동원해서라도 원형복원에 힘써야 할 것이다.
얼마 전 동두천시 생연동을 가로지르는 지행~보산간 국도3호선 우회도로 개설공사가 80%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터널을 설치해야할 생연1터널이 자금 부족의 이유로 터널공법을 포기, 그냥 산을 절단하는 방법을 택해 문제가 되고 있다.
더구나 450억 정도의 국비와 도비를 지원받은 상태에서 동두천시가 시행을 맡았음에도 이지경이니,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시는 분명 기술적 검토를 생략한 채, 설계변경도 없이 화약을 동원해 산자락부터 잘라낸 책임자를 찾아 그 이유를 상세히 따져 물어야 할 것이다.
웬만하면 절단하는, 과거 상의용사를 많이 배출한 능력 없는 그때처럼, 그런 전철을 밟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산자락을 자른 이유에 대해 ‘두 가지를 들 수 있다’고 말한 시의 한관계자는 첫째는 예산부족이고, 둘째는 의원들의 주장을 받아들인 내용으로 “지행동 쪽 아파트 주민들이 그동안 산이 가로막혀 볼 수 없었던 소요산을 바라볼 수 있도록 절개해 달라”는 요구 때문이라고 한다.
참으로 어이없는 답변으로, 기본을 배제한 한심스런 대답이 아닐 수 없다.
첫 번째 이유인 자금부족에 대해 말해보자.
이곳 도로는 엄연히 지방도나 시도가 아닌 국도3호선이기에 관리주체는 정부다.
등허리에 땀 흘린 일꾼이 열심히 공사하다보니 돈이 부족하다고 솔직히 더 청구한다면 어느 주인이 “네가 알아서 해! 난 몰라” 하겠는가, 공사도 거의 끝나는 마당이고 또 자기 것인데,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법률 제 19조에는 “물가의 변동 등 기타의 변경으로 인해 계약금액을 조정할 필요가 있을 때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조정한다.”고 명시돼 있다. 다른 생각 말고 정부에 계속 요구해야한다.
그래도 안 준다면 데모 잘하는 주민 500명만 동원한다면 쉽게 해결되지 않겠는가.
둘째, 지행동 주민들이 바라볼 때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소요산이 보이니까 좋다고 하는 그들의 의견을 존중해 산을 절개했다고 하는데, 삼척동자가 들어도 웃을 일이다. 아니 도로가 통행하는 자동차의 안전을 위해 설계하고 건설되는 것이지 무슨 경치를 보려고 만든단 말인가. 그리고 언제부터 그렇게 주민들 의견을 잘 수렴했는가, 이왕 인심 쓰는 김에 아예 대다수의 주민들이 시원하게 볼 수 있도록 가리고 있는 앞산 전체를 다 없애버리든가, 지나가는 개도 웃는다.
도심지에 있는 산자락은 절대 잘라내서는 안 된다. 동·식물의 이동통로이자 등산로이며 생태계가 존재할 수 있는 유일한 곳으로, 청량한 산소도 매일 전달해주고 있지 않는가.
이제 몇 개월 후면 장마철이다. 올해 장마는 빨리 와서 일찍 끝난다는 기상정보가 있었다.
그 때가 되면 이제 잘라놓은 산자락으로 비가 내리칠 것이고 매년 홍수에 노출돼있는 시는 이제 없어진 수목만큼 그 대가를 치러야 정신 차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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