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고향도, 동네도, 학군도 좋은데 나와야 그나마 혜택이라도, 아니 손해라도 줄일 수 있지 않겠나.
얼마 전 우리나라 여자 역도의 간판스타인 장미란 선수가 자신의 고향인 원주시청을 떠나 경기도 고양시청에 정식 입단해 화제가 됐었다.
여론 집중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겠지만 핵심은 비인기종목 최초의 억대연봉 때문이다.
무려 1억7천만 원의 계약금에 연봉 1억원 등 모두 4억7천만 원에 3년 계약을 마쳤다.
한국 역도 사상 남녀 선수를 통틀어 처음이라는데 정말 잘된 것 같다.
기업지원이 전혀 없는 아마추어 선수들은 정말 금전적인 지원이 절실하다.
국가와 민족을 위해 수많은 아픔을 딛고 금메달과 신기록을 위해 수 년 혹은 수십 년을 눈물과 땀방울로 고군분투했지만 현재 우리의 대우는 정말 너무도 형편없다.
어디 이런데서 운동할 맛나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이번 장선수의 처우개선은 정말 세계화, FTA를 운운하는 요즘에 걸맞게, 프로선수에 비해선 ‘조족지혈’이겠지만 그래도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그런데 고양시 바로 옆 동네인 의정부시는 요즘 돌아가는 분위기를 몰라도 정말 한참을 모르는 것 같다.
얼마 전 2007 세계종목별 스피드스케이팅선수권대회 남자 500m에서 세계 신기록을 갈아 치우며 한국 단거리의 간판스타로 떠오른 이강석(22·의정부시청)이 자랑스러운 금메달을 목에 걸고 금의환향 했지만 의정부시는 그에게 단돈 100만원을 풀었다.
금메달 따려고 미국까지 날아갔다 왔는데, 미국가려고 산 신발이나 체력 지키느라 먹었던 보약 값도 안돼는 그야말로 껌 값으로 끝낸 것이다.
스타는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들었다. 오노선수에게 반칙으로 금메달을 빼앗긴 김동성선수는 은메달리스트지만 스타가 됐다.
매스컴이 만들어 준 게 아닐까.
어려운 여건 속에서 최상급의 선수로 키워내, 잘 다듬고 만들어서 고향에 바쳤는데, 세계신기록을 세워 금메달까지 땄는데도 시청소속 선수를 돈백만원에 끝냈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개념도 없고 한심하고 무심하다는 말밖에 달리 생각이 안 든다.
결국 의정부 시민 한사람 한사람의 자존심이 고양시 밑으로 뭉겨진 꼴이 아니겠는가.
재정자립도가 80%를 넘는다는 의정부시가 90%의 고양시에 비해 그토록 빈약하단 말인가.
연예인 축구단 리그에는 하루에 임대료 150만원씩이나 하는 잔디구장을 6개월 내내 빌려주고 예산까지 1억 원씩이나 선뜻 내놓으면서도, 세계 챔피언한테는 격려금조차 바닥났단 말인가.
과거 의정부시청 소속으로 오랜 동안 시에 승리를 안겨주었던 어떤 이는 “의정부시를 빛낸 인물이라며 강당에 사진만 붙여놓았지 정작 선수에게는 아무런 혜택을 주지 않아 수 십 년간 운동에만 매진했던 선수들은 은퇴 후 결국 시를 원망하며 어려운 삶을 사는 경우를 많이 보아왔다”고 말한다.
죽어라 운동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실 다 먹고 살려고 하는 거 아닌가. 이제라도 공평한 억대연봉 절대 남의 동네 얘기로 치부하면 안 된다.
이제 빗장이 풀리면 이강석 선수도 분명 자유를 그리는 한 마리 새가 되서 날아갈지도 모른다. 그때 후회하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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