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호예학 대표학자 송준길 단독 첫연구서 나왔다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7-06-10 18:2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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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大 송인창 교수, ‘주경의 철학자…’ 엮어 17세기 중엽 이후 조선 사회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산림 儒者이며 기호 예학을 대표하는 학자인 동춘당(同春堂) 송준길(宋浚吉·1606-1672)의 학문과 사상에 대한 본격적인 단독 연구서가 학계에서 처음으로 발간됐다.
대전대학교 철학과 송인창 교수(사진)는 동춘당에 대한 연구를 시작한 이래 20여 년 동안 학술지에 발표했던 글들을 대폭 수정 보완해 최근 `주경(主敬)의 철학자, 동춘당 송준길`(청계출판사)이라는 단행본으로 엮어냈다.

이 단행본에서 저자는 동춘당이 우암 송시열과 동종동문(同宗同門)이라고 해 ‘양송(兩宋)’으로 불리며 우암의 그늘에 가려 온당한 평가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오히려 학계의 통설적 입장을 비판하며 “그간 오해와 편견의 늪지대에 던져져서 학술적인 평가를 제대로 받지 못한 동춘당에 대한 오해가 풀리고 그 진면목이 세상에 널리 알려지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동춘당은 우암과 함께 17세기 후반 임진·병자 양란 이후 조선의 국가 사회를 새롭게 만들어 가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인물이다.

그러나 저자는 동춘당의 삶과 철학이 우암의 그것과는 다르다는 데에 주목했다.
특히 저자는 동춘당 철학의 핵심은 성리학 수양론의 주요 개념인 ‘경(敬)’을 강조하고 그것을 존재론적으로 해명한 데 있다고 보고 이를 ‘주경철학(主敬哲學)’으로 명명했다.
동춘당은 인간의 최고 이상인 聖人이 되는 지름길이며 인간의 수덕수양에 있어서 핵심적인 요체가 되는 ‘경’에 바탕을 두고, 당파를 초월해 대의를 추구하는(超黨就義) 학문태도와 당시의 사회적 모순이나 부조리에 눈감지 않고 다양한 사회 개혁정책을 주도하는 정직강대(正直剛大)한 삶의 자세를 보여주었다는 것.

저자가 동춘당에 대해 연구하면서 고민하고 밝히고자 노력한 것도 이 부분이며, “나와 모순되고 상극관계에 있는 타자야말로 나를 완성시켜주는 소중한 존재라는 믿음을 가지고 평생을 살았고, 또 그것을 몸소 실천하고자 했던 동춘당의 삶과 철학이 이 인간세의 독기어린 어둠을 걷어내는 한줄기 희망의 등불로 자리 잡게 되기를 기대한다”며 역설하고 있다.

저자는 또한 동춘당이 기호학파로 분류되지만 기(氣)보다는 이(理)를 강조하는 입장에서 경(敬)을 개인의 실존문제에서 사회윤리적인 실천의 문제로까지 확대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그의 예학 역시 영남의 예설이나 예제까지 과감하게 수용해 기호 예학의 지역적 한계를 극복하려고 노력함으로써 기호예학의 한계를 넘어선 것으로 평했다.

따라서 저자는 단행본 발간이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는 않으나 한 시대를 고민하며 열정적으로 살아간 선현을 발굴하고 연구하는 일로 인문학의 위기를 논하는 오늘날, 매우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작업이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민장홍 기자 mjh@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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