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녜요”
“이웃을 위해 따뜻한 마음을 저축하는 곳인데, 생각해보면 나눔만큼 쉬운 일도 없어요. 연탄천사들처럼 그냥 나눌 수 있는 만큼 만 나누시면 되거든요”
주민들의 궁금증 속에서 동두천연탄은행이 문을 연지도 벌써 4년째다.
이곳에선 360원하는 연탄도 제때에 들여놓지 못해 추운 겨울을 그냥 냉방에서 지내는 불우한 이웃들을 위해 무료로 연탄을 나눠주고 또 배달도 해주고 있다.
요즘 세태들의 눈에는 ‘그깟 연탄’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최소 386세대까지는 연탄의 추억과 애환을 잘 안다.
서양의 “눈물 젖은 빵”과 거의 맘먹는 수준의 말이 ‘연탄’에는 부지기수로 많다.
우리 근대화의 원동력이었던 연탄은 전 국민의 겨울나기 수단이었으며 또 모든 음식을 조리하는 땔나무에서 업그레이드 된 신세대 연료였었다. 그뿐이랴, 비가 오면 질척한 도로나 빙판위에 뿌려지고, 어떨 땐 구더기가 득실거리는 화장실 바닥에도 사정없이 뿌려졌었다.
어떤 이는 말한다.
“누가 연탄재 한 장을 하찮다 할 수 있겠는가.
그 한 장의 연탄이야말로 몇 시간의 불꽃을 피운 뒤 재가 되어 버리지만 그 한 장의 연탄이 우리를 먹여 살린 밑거름이 아닐까.
그리고 연탄이 산화되어 재가 되듯 부모님들의 고귀한 땀과 희생이 그 안에 녹녹하게 스며들어 있지 않았을까“
또 다른 어떤 이가 말한다.
“연탄이라는 놈은 어린 내 눈에는 참으로 신기했다. 분명 시커먼 것을 넣었는데 다음 날 아침에 다시 보면 하얗게 변해있다. 나무 같으면 다 타고 남은 재는 부서져 내리는데 이놈은 부서지기는커녕 위에 올려놓은 연탄에 들어붙어서는 아등바등 대다 기어이 칼 맛을 보고야 떨어졌다. 하루를 팔아 하루를 먹던 산동네에서는 아침 일찍 대문을 나선 아버지의 발자국이 다시 들려오면 부리나케 마중을 나간다.
새끼줄로 코를 뚫은 그 반가운 연탄이 아버지 손에 들려 있으면 그 날 하루는 행복했다.
연탄에 대해 별 얘기 안 해도 될, 함축된 과거 연탄에 얽힌 실상이 아닐까.
다시 동두천 연탄은행을 얘기해보자. 동두천 연탄은행은 최초에 이달명 목사님이 설립했다고 한다. 지금은 오성환목사님과 김수자간사님이 운영하고 계신다는데 두 분께는 “정말 수고가 많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후원이 없는 여름에는 전기세도 못 내시고, 고군분투하고 계시다는데 후원이 정말 많았으면 좋겠다.
오세창시장님.
항시 서민경제와 불우한 이웃을 위해 팔 거둬 붙이고 힘써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시장님께서 방문하시어 직접 연탄을 나르는 등 관심을 표한 후 운영자들의 발걸음은 천군만마를 얻은 양 한결 가벼웠다고 합니다.
시장님. 그런데 한 가지 걱정은 올해 연탄 값이 100%인상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난방을 연탄으로 바꾸는 수요자들이 해마다 약 10% 이상 느는가 하면, 또 원유 값이 하루가 멀다 하고 치솟는 요즘 어찌 연탄 값이 안 오르겠습니까.
더구나 과거에 그 많던 연탄공장들 다 도산돼서 이젠 지역 연탄 생산업체는 아예 없어졌거나 있어야 극소수로, 도·소매상마다 물량 확보에 혈안이 돼있다고 합니다.
미리미리 대규모 창고에 연탄 잠겨놔야 합니다.
시장님! 연탄은행 생각보다 녹록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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