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감독은 선수단이 전지훈련을 하고 있는 미야자키 휴가시 오쿠라가하마구장의 2층 감독실에서 대부분 시간을 보내고 그라운드에 내려 오는 일은 드물다.
자신이 직접 나서면 코치들이 자율성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황병일 수석 코치를 중심으로 그라운드의 훈련이 돌아가도록 배려한다. 중요한 사안이 아니면 2층 감독실에서 가만히 훈련 상황을 체크하고, 회의 때 황 코치 등에게 이야기 할 뿐이다.
이 때문에 조 감독이 그라운드에 내려 오게 되면 선수들은 긴장할 수밖에 없다. 이어 호명되는 선수는 조 감독으로부터 직접 펑고를 받아야 되고, 조 감독이 던져주는 배팅볼을 쳐야 한다.
8일 이종환에 이어 전날 내야수 박기남과 안치홍, 김민철이 호명됐다. 박기남은 조 감독이 쳐주는 펑고 200개를 받고, 이내 기진맥진하며 그라운드에 드러 누웠다.
조 감독은 박기남에게 "그렇게 하체가 약해서 어떻게 시즌을 버틸 수 있나. 그렇게 허리를 곧추 세우고 있으면 어떻게 땅볼을 받을 수 있단 말이야"하며 쉴새 없이 펑고를 날렸다.
박기남은 "오늘은 죽을 맛이지만 감독님 덕분에 하체가 튼튼하게 강화되는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안치홍과 김민철도 "정신은 그라운드에 두고 왔다. 몸만 숙소에 있을 뿐이다"며 지옥훈련에 대해 혀를 내둘렀다.
조 감독은 평소에 말이 없는 스타일이지만, 일단 배팅볼을 던져주거나 펑고를 할 때는 선수들을 분석해 곧바로 이야기해주는 등, 입이 쉬질 않는다.
조 감독은 "모든 일정이 지난 해와 똑같이 진행되는데 훈련이 부족한 것처럼 느껴졌다"며 "곰곰히 생각해 보니 선수들의 체력이 좋아진 것 같다. 이 정도로 훈련하면 곧바로 숙소에서 쓰러져야 하는데 선수들의 체력이 좋아져서 그런 것 같다. 훈련을 더 해야 할 듯 싶다"며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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