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기다리는 팔순 소년의 오색 꿈

차재호 / / 기사승인 : 2010-03-17 12:4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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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 한국화가 박노수 회고전 … 드로잉등 대표작 100여점 출품 덕수궁미술관서 내달 18일까지


선명하고 투명한 색채, 대담한 구도와 여백의 미가 돋보인다. 한국화의 독자적인 경지를 개척한 박노수(83) 화백의 특징이다.

국립현대미술관(관장 배순훈) 덕수궁미술관이 박 화백의 작업세계를 조명한 대규모 회고전 ‘봄을 기다리는 소년’을 연다.

화면에 등장하는 ‘소년’은 작가의 주요 소재다. “꿈을 좋아하던 소년시절은 영 가버렸는데도 봄을 맞이하려면 반드시 되살아오는 소년의 마음, 봄을 기다리며 초조해하는 나의 가슴은 신비스런 오색의 꿈으로 찬란하다”는 작가다.

‘봄’은 작품의 맑고 순결한 정신세계를 상징한다. 작품 속 흰색과 청색의 극적 대비, 여백은 사색을 불러일으킨다. 물오른 봄처럼 서서히 드러나는 맑은 기운이 감돈다.


충남 연기 출신인 작가는 서울대 회화과를 졸업하고 김용준, 이상범, 장우성을 사사했다. 1953년 대한민국 미술전람회 국무총리상을 시작으로 1955년 대한민국미술전람회 대통령상, 대한민국예술원상, 5·16 민족상, 은관문화훈장, 3·1문화상 등을 받았다.

작가의 미술 입문기는 광복 이후 일본색을 배제하고 한국화단의 정체성을 찾아가던 무렵이다. 채색과 수묵을 절제된 색채와 간결한 선묘로 융합시켜 전통을 계승하고 현대성을 구현했다. 과거와 현재, 구상과 추상의 경계를 뛰어 넘는다. 단절되려는 전통의 맥을 끌어내 현대적으로 해석, 한국미술에서 중요한 축을 담당했다.

작가는 건강이 좋지 않다. 2003년 1월3일 갑자기 쓰러져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며 생활해 왔다. 처음 병명은 뇌수종이었는데, 요즘은 뇌병변으로 휠체어에 의지하고 있다.

전시와 함께 1950년 이후 신문이나 잡지에 기고한 글과 인터뷰 기사, 에세이 등을 엮은 수필집 ‘화필 인생’도 출간됐다. 책 속에 담긴 작가의 사진이 눈길을 끈다. 진지한 모습으로 넥타이를 맨 깔끔한 정장 차림이다.

작가의 제자인 이철주 교수(69·중앙대 한국화)는 “선생님은 정자세로 넥타이를 맨 정장차림으로 그림을 그렸다”며 “특히 자신에 엄격하고 흐트러진 자세를 보인 적이 없다”고 밝혔다. “올곧은 선비정신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했다.

이번 전시에는 한국화와 드로잉 등 대표작 100여점이 출품됐다. 작가의 삶과 작품세계를 확인할 수 있는 영상물과 재현한 작업실, 1970~80년대 출판된 잡지표지 등도 있다.

명사 대담회 ‘미술관에서 만난 이준익 감독’(21일 오후 3시), 큐레이터 등 전문인 대상 프로그램 ‘작가 박노수를 논하다’(27일 오후 2시), 박노수 고가(古家) 및 작업실 탐방(4월10일 오후 2시), 작은 음악회 ‘피리부는 소년’(4월 10~11일)도 함께 준비돼 있다.

전시는 17일부터 4월18일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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