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은 진실보다 재밌지”… 백남준이 말하는 ‘백남준’

차재호 / / 기사승인 : 2010-04-04 17:31:45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BOOK REVIEW >백남준 총서1-말(馬)에서 크리스토까지 편지·에세이·인터뷰등 78편 묶어


“앨런 긴즈버그는 ‘시간은 위대한 거짓’이라고 말했다. 비디오아트는 우리 삶과 예술에서 온갖 색깔의 거짓을 수없이 창조하고 접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백남준 총서Ⅰ ‘백남준: 말(馬)에서 크리스토까지’(사진)는 국내 처음으로 소개되는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1932~2006)의 책이다.

유럽의 백남준 연구자 이르멜린 리비어, 에디트 데커 등 두 사람이 한국과 미국, 유럽 등지에 흩어져 있는 백남준의 글을 모아 공동으로 편집한 앤솔로지 북의 한글 번역본이다.

백남준이 서구 예술계에서 평생 동안 추구한 예술 세계의 바탕에 어떤 사상과 발상이 있었는지를 담았다. 일종의 ‘백남준이 말하는 백남준’으로 편지, 악보, 팸플릿, 기사, 에세이, 시나리오, 논문, 인터뷰 등 78편이 들어있다.

백남준에게 거짓이나 거짓을 말하는 행위는 진실보다 훨씬 흥미롭다. “예술 분야에서는 새로운 진실이 밝혀져도 일간지 일면에 실리는 경우는 극히 드문 반면, 거짓이 발견되면 언제나 시끄럽기 때문”이다.

비디오는 “시간의 직선성을 빠르게 하거나 늦출 수 있고, 뒤바꾸거나 뒤집을 수 있으며, 변형하고 변조할 수 있기”에 백남준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표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된다.

책에서는 서구 아방가르드 음악계에 진입하기 위해 분투하던 청년 백남준, 13대의 실험TV를 직접 다루면서 탄생시킨 비디오 아트의 내막을 들려주는 젊은 백남준, 인공위성을 통해 지구촌으로 생중계되는 우주 오페라를 실현한 풍운아 백남준 등을 만나 볼 수 있다.

백남준 총서Ⅱ ‘백남준의 귀환, 나우 점프(NOW JUMP)’는 백남준아트센터 총체미디어연구소가 편저한 일종의 ‘리소스 북’이다. 백남준에 대한 연구서와 도록 등으로 구성됐다.

연구서 부문은 지난해 동안 백남준 관련 리서치를 통해 그의 예술에 가로놓인 사상적 맥락을 탐색, 정리했다. 도록 부문은 2008년 백남준아트센터 개관 페스티벌인 ‘나우 점프’ 현장을 담았다.

백남준아트센터 이영철(53) 관장은 “백남준 관련 총서가 이제야 우리말로 출간됐다”며 “국내는 물론 21세기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선물 같은 책”이라고 밝혔다.

“백남준을 연구하면서 알게 된 것은 평소 농담을 많이 했는데, 그 중 빈말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라며 “항상 핵심을 찌르는 말로 가득했다”고 전했다. “젊은 날에 한 말과 노년에 한 말 사이의 앞뒤가 척척 맞는다”는 것이다.

“자신만의 사상을 한 번에 깨우치고 그것을 끝까지 지켜낸 것은 재능의 차원이 아닌 됨됨이의 차원”이라며 “백남준은 미학적인 접근뿐만 아니라 문화인류학적 또는 정치학적 입장에서도 다가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백남준 총서 시리즈뿐 아니라 백남준 관련 워크숍을 정리한 선물 시리즈도 발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차재호 차재호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