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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기복 노원구의회 의장)
지하철 4호선 상계역을 조금 내려오면 조그만 하천이 하나 흐른다. 중랑천 지류인 당현천이다. 당현천은 도시가 개발되기 전에는 수량이 풍부했지만 1980년대 후반, 주변이 아파트 단지로 조성되면서 장마철에만 물이 흐르는 건천으로 변했다.
쓰레기가 넘치고 악취만 풍기던 마른 당현천을 물이 흐르는 생태하천으로 되돌리기 위한 노력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지난 2007년부터다. 구청장과 지역 정치인의 노력으로 국비와 시비를 적극 유치해 하천 조성 공사가 시작됐다. 산책로를 만들고 정화한 중랑천 물과 인근 지하철역에서 발생하는 지하수를 상류에서 흘려보냈다.
당현천에 물이 흐르자 많은 변화가 생겼다. 도시 분위기가 달라지며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한 것이다. 저녁이면 물에 발을 담그고 깔깔거리며 웃고 노는 아이들, 둔치에 마련된 벤치에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연인들, 팔을 앞뒤로 힘차게 흔들며 걷는 아주머니 등 많은 사람들이 북적이는 지역의 명소로 탈바꿈했다. 그 전에는 이 많은 사람들이 어디에서 저녁 시간을 보냈을까 싶을 정도다.
변화는 이뿐만이 아니다. 가장 먼저 가족들을 한데 묶어주는 화합의 장소가 됐다. 저녁 식사 후 은은한 야경을 벗 삼아 곳곳에 설치된 멋진 조형물들을 구경하고 대화를 통해 가족의 정을 돈독히 할 수 있는 기회가 되고있다.
가까이서 물을 접할 수 있게 된 것도 주민들에겐 더 없는 혜택이다. 환경 전문가들은 깨끗한 물을 보고 가까이서 즐길 수 있게 되면 사람들의 심성이 달라져 정서 순화에도 큰 도움을 준다고 말한다.
또 도심 열섬 현상 완화에 큰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이 분석한 ‘청계천 복원 전후 대기환경’ 연구 보고에 따르면 청계천 복원이후 도심의 온도가 지역에 따라 최대 0.8도에서 0.4도 떨어졌다고 한다. 당현천도 하천 조성 이후 주변 온도를 낮추는 것은 물론 사람들을 밖으로 불러내므로 해서 에어콘 가동 시간을 줄이고 덩달아 이산화탄소 발생량 감소에도 기여하고 있다.
아울러 주변 공기도 맑아졌다. 노원 지역은 수락산과 불암산, 그리고 인근에 도봉산과 북한산 등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다. 그러다보니 공기 소통이 원활치 못해 먼지가 쌓이는 지형 구조를 가지고 있다. 당현천이 먼지를 빨아들여 쾌적한 환경을 만든 것도 빼놓을 수 없는 변화다.
지역 경제에도 긍정적이다. 인근 식당이나 주점은 저녁이면 산책을 마친 가족이나 친구 단위 모임이 많다. 사람들이 모이니 자연스레 주변 상권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이다.
이처럼 당현천이 사람들에게 환영받으며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이유는 주민들의 생활수준 향상과도 연관이 있다. 대체로 1인당 국민소득이 5000달러를 넘으면 물을 골라 마시고, 1만 달러를 넘으면 공기를 가려 이주한다는 속설처럼 당현천 주변도 생활 편익시설이 많아 사는데 불편함은 없었겠지만 그동안 그에 걸맞는 도시환경이 뒷받침되지 않았다는 반증이 아닌가 싶다.
요즘 전국적으로 생태하천 조성이 붐을 이루고 있다. 정부도 지난 4월 2017년까지 5000억~7000억원의 예산을 들여 전국 50개 도심 복개하천을 서울 청계천처럼 콘크리트를 뜯어내고 물길을 되살리는 '생태하천 조성사업' 추진을 밝히기도 했다.
문제는 생태하천 조성 이후 관리다. 현재 구조적으로 대부분의 자치단체 재정 여건이 열악하다. 하천관리법은 하천 규모에 따라 관리 주체를 명시하고 있다. 지방하천의 경우 관할 자치단체가 시도지사로부터 특별 교부금을 지원받아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자치단체 재정 여건상 고스란히 하천 관리에 쓰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중앙정부나 광역시 등 상급단체의 보다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문화예술회관 하나 더 짓는다고 도시의 품격이 살아나진 않는다.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에 대한 가치는 무한하다. 도심을 흐르는 작은 하천 하나가 도시 분위기를 어떻게 바꾸는지 당현천이 잘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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