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한국이 힐링 열풍이 휩쓰는 가운데 일본에서는 사토리(さとり·득도) 세대가 등장하고 있다. 이는 한국의 사회문화가 어디로 흐를지 미래 예측 측면에서 함의를 주고 있다.
특히 한국의 힐링 열풍은 여성들 사이에서 크게 각광을 받았고, 그것은 한국 사회의 이상과 현실에서 발생한 괴리 때문이다.
과거 여성해방이론은 대중화되면서 당당한 여성으로 자신의 노력으로 성취를 이루어야 하고 이룰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가르쳤다.
이를 내재적으로 수용한 아빠들은 딸들에게 진취적이고 도전적인 태도와 자세를 격려했고, 이러한 지지를 받은 30-40대 여성들은 많은 분야에서 여초현상을 일으켰다.
하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았고, 그 가운데 상처를 받고 고통스러워했다. 이를 어루만지고 위안을 삼으려는 욕구는 힐링 트렌드와 맞아 떨어졌고 급기야 언니의 독설을 내세운 김미경 현상을 불러일으켰다.
힐링 열풍은 아직도 성장 지상주의 담론에서 벗어나지 못한 문화적 유습에서 기인한다. 작년 한국과 일본은 성장률이 2%였다.
이미 한국은 저성장 기조에 들어섰고 이는 내외의 많은 연구원과 전문가들이 말하는 바다. 다만 정치가와 정책담당자들이 이를 확장시키지 않을 뿐이다.
고성장 시대에는 도시로 많은 이들이 몰려들었고, 그 가운데 성공을 꿈꾸었다. 일자리와 고용이 많고, 기업의 성장도 크기 때문에 사회적 지위를 높게 가능성도 높다.
하지만 저성장시대에는 일자리와 고용이 정체되고, 기업조직은 확장하지 못하기 때문에 새롭게 생기는 고위직은 늘어나지 않는다.
이는 과거의 자수성가나, 성공형 모델이 드물어지는 것을 말한다. 저성장시대에는 단번에 밑바닥에서 상위로 성공하는 사례가 줄어드는 것을 내포한다. 그럴듯한 일자리는 더욱 줄어들게 되고 경쟁은 치열해진다.
일본이 히키코모리(引き籠もり)에서 사토리 세대로 이동하는 것은 문화적 현상으로 보이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경제적 측면 즉 저성장 때문에 일어난 것이다.
이는 한국에서도 벌어질 것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히키코모리는 은둔형 외톨이 현상을 말하는데 사회 문화 심리관점에서 개인들의 기대치와 현실의 성취결과 사이에서 발생하는 괴리가 무기력을 발생시키기 때문에 벌어지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성취할 수 있는 사회적 결과물은 적은데 여전히 개인이나 개인주변의 기대감이 클 때 사회적인 활동을 하지 않고 집에 은둔하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이 개선되지 않을수록 학습된 무기력 현상은 강화된다. 더구나 개인들의 생계를 가족이 끝까지 책임져주는 문화에서는 가정 내에서 기숙하는 은둔형 외톨이 현상이 방조될 수 있다.
이러한 단계는 아직 사회적으로 일자리와 고용, 사회적 지위가 어느 정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존재하기에 가능하다. 아직 고도성장기의 문화적 유습이 남아 있거나 현재의 불황은 일시적이고 좀 더 있으면 호경기가 찾아올 것이라는 과거 경험의 의존하는 수동적인 행태가 지배한다.
검소하고 실속을 차린다는 일본의 사토리 세대는 도쿄에 가지 않고 지역의 대학에 진학하며, 지역에서 자리를 잡을 생각을 한다. 지동차는 사지 않고 돈도 필요이상으로 벌지 않으려고 한다. 긍정적인 점은 허영의식에서 벗어나는 점이다.
도쿄에 있는 와세다와 게이오 대학 등의 경쟁률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와세다와 게이오같은 도쿄 소재의 대학을 다니면 뭔가 선망을 받던 시대와 달라진 점이다.
도쿄에서 대학을 다녀도 결국 투자한 것에 비해 돌아오는 사회적 성취물이 적다는 것을 드러낸다. 실속을 차리는 것이 나을 뿐이다. 이러한 점에서 깨달은 세대인지 모른다.
비판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지역이나 가족에 안주하고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모험적인 개척정신이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지금 일본에게 필요한 것은 불가능도 가능으로 만드는 도전과 성취인데 이러한 사토리 세대는 너무 나약하다는 것이다.
주위국가들이 추격하는 가운데, 이미 일본은 저성장에 불황을 겪고 있으며 산업경쟁력도 추월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도시지역에서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찾아 지역으로 하방하고 있는 셈이다. 도시에 존재하던 청년 실업이 지역으로 넘치거나 번지고 있는 셈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생존하는 방식은 있는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다. 이른바 경영학에서 말하는 역량강화이론이다. 가족과 지역 사회가 주는 이점을 최대한 살려 자신의 생존력을 기르는 것 자체는 개인들의 자구책이다.
덕분에 지방도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에서도 점차 귀농인구가 늘어나고 있는데 정작 일본처럼 지역 도시로 내려오는 단계가 많아야 한다.
그런데 저성장 불황경제에서 정말 득도한 세대만이 존재하는 것일까. 독도나 반한류 감정표출들이 깜짝 깜짝 놀라게 하는 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위기에 빠진 일본 안에 극우의 목소리가 더욱 강해지고 있다. 저성장은 두 가지 행동 패턴을 추동한다.
현실을 인정하고, 그 안에서 서바이벌을 모색하는 움직임과 위기의 상황 속에서 극단적인 행동을 저지르는 것이다.
일본은 사토리 세대와 같이 깨달음을 갖는 젊은이들만이 아니라 전쟁도 불사하려는 극단적인 자기중심주의 세대를 배태하고 있다. 한국도 이에 적극 대비하는 자세와 준비가 필요할 것이다.
무엇보다 한국도 저성장시대로 들어서 있기는 마찬가지이다. 아직 한국은 은둔형 외톨이와 본격적인 싸움을 벌이지도 않았다.
아직도 그럴듯한 직장을 잡아야 하고, 그것이 가능하다고 믿는다. 그럴수록 자살률은 높아지고 은둔형 외톨이에 기러기 아빠들의 고통은 더 심해질 것이다. 한국에서도 사토리 세대는 어쨌든 저성장시대에 확산되어야할 이상적인 모델이라고 규정될 것이다. 힐링열풍은 그전에 끝날 것이고 끝나야 한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