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연구소는 4일 ‘2014년 산업전망 발표’를 통해 “올해는 지난해보다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증가했으나 수출 증가보다는 수입 감소가 더 큰 영향을 미친 전형적인 불황형 흑자의 모습”이라고 판단했다.
우리의 경상수지는 올 10월까지 21개월째 흑자 행진을 지속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수입 감소가 흑자에 더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주완 산업경제팀장은 “수출증가율이 1%대에 머물렀고 수입은 감소했는데 해가 지날수록 무역규모가 커지면서 흑자가 발생하는 것을 생각한다면 1%대는 계수조정을 거치면 의미 없는 숫자”라고 말했다.
즉 수출증가율이 미미한 가운데 기업들의 생산 활동이 위축돼 수입이 감소하는 것은 불황형으로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내년에는 수출과 수입이 모두 늘어 경상수지폭이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엔화 약세에 따른 수출 채산성 악화와 가격경쟁력 약화 등도 불황형 흑자에 한 몫을 하는 것으로 평가됐다. 이 팀장은 “수출 증가율이 높지 않았던 이유는 일본에게 시장을 빼앗겼기 때문”이라며 “대일본 수출이 10% 감소하는 것은 물론 일본과 경쟁관계에 있는 철강제품과 산업기계의 경우 대(對)미 수출도 감소했다”고 짚었다.
반도체는 가격 상승으로 수출이 크게 증가했고 수출 1위 품목에 복귀했다. 이 추세는 내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연구소는 전망했다.
산업 전체 지표는 개선되지만 업종별, 기업별 양극화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등 일부 대기업의 실적을 제외할 경우 다수의 기업들이 여전히 어려운 상태고 경제심리지수(민간 소비주체의 경제상황에 대한 심리를 파악하는 지수)도 아직 100을 회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연구소는 반도체, 자동차, 의료·정밀기기, 철도장비 등이 안정 국면으로 접어들거나 호황을 누릴 것으로 전망했다. 이익 증가로 유입된 현금을 경쟁력 강화 및 미래를 위한 성장 포트폴리오 위주로 재투자하는 것을 바람직한 전략으로 추천했다.
반면 부동산, 개발·공급업, 건설, 조선, 해운, 건설기계 등 장기간 불황을 겪고 있는 업종들은 내년에도 업황 개선이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성장보다는 생존에 초점을 맞춘 경영계획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철강, 유통, 전기장비, 비금속광물, 항운, 의류 등은 경기 둔화 혹은 불황기에 진입해 기업들의 현금유동성과 재무건전성이 점차 악화될 것으로 봤다.
이 팀장은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가 저성장기에 진입했고 수출 의존도가 높은 중국도 성장지향에서 내실 위주로 경제운용 전략을 수정할 것”이라며 “기업들은 문어발식 확장이나 과도한 차입에 의지한 성장전략에서 탈피해 한정된 자원을 특정 분야에 집중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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