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수모주더니" '거수기' 역할 압력 본보기?

[시민일보 = 이영란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에 반대 의견을 내고 법안표결에 기권표를 던진 금태섭 전 의원을 징계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2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윤리심판원(원장 임채균)은 지난달 25일 회의를 열고 금 전 의원에게 '경고' 처분을 내렸다. 

앞서 민주당 일부 권리당원이 지난해 2월 당에 신청한 금 전 의원 제명 청원에 대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이다. 

권리당원들은 "금태섭은 있을 수 없는 해당 행위를 자행하고 있다"며 "당론에 따르는 것이 국회의원의 의무인데 이를 무참히 거부했다"고 주장하면서 공수처 법안 표결 당시 금 의원의 기권표를 문제삼았다. 

민주당 윤리심판원은 심판결정문에서 "공수처 법안 찬성은 우리 당의 당론이었다"며 "금 전 의원이 소신을 이유로 표결 당시 기권한 건 사실이기 때문에 당규 '제7호 14조'에 따라 '당론 위배 행위'로 보고 징계한다"고 했다.

다만 "금 전 의원의 기권표가 공수처 법안 통과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점, 적극적 반대 의사가 아니라 소극적 반대 의사인 '기권'을 하였다는 점 등이 징계를 정함에 있어 참작돼야 할 것"이라며 '경고'로 수위를 조정했다.

앞서 검사 출신인 금 의원은 공수처 설치를 공개적으로 반대해왔다. 

그는 지난 해 10월 한 토론회에 나와 "나쁜 정권이 들어서면 충성 경쟁으로 이어져 (공수처가) 악용될 우려가 있다"며 "고위 공직자만을 대상으로 수사권과 기소권, 두 가지를 모두 가진 기관은 세계 어디에도 없다"고 했다. 

또 금 전 의원은 지난해 9월 조 전 장관 인사청문회 때도 유일하게 "진영 간의 대결이 된 현실, 정치적 득실 등 많은 고려사항이 있겠지만, 그 모든 것을 저울 한쪽에 올려놓고 봐도 젊은이들의 상처가 걸린 반대쪽으로 제 마음이 기울어지는 것을 어쩔 수 없다"면서 비판적 견해를 드러냈다. 

이로 인해 금 전 의원은 지난 해부터 여러차례 친문 의원과 지지자들의 공격에 시달렸고 4·15 총선 때는 지역구였던 서울 강서 갑에서 낙하선 후보에 밀려 공천탈락의 고배를 마시기도 했다. 

이에 대해 당내에서조차 '국회의원의 본회의 표결을 징계대상으로 삼는 건 유례없는 잘못'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조응천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금 전 의원에 대한 당의 징계결정에 유감을 나타냈다. 

조 의원은 "당헌에 의하면 당론을 따르게 돼 있지만 본회의장에서 국회의원이 자기 소신 가지고 판단한 걸 가지고 징계를 한다는 것을 본 적이 없는 것 같다"면서 "국회법에는 자유투표라는 조항, 의원은 국민의 대표자로서 소속 정당의 의사에 귀속되지 아니 하고 양심에 따라 투표한다라고 하는 조항이 살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회의원은 자기의 정치적인 책임을 지고 (투표)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당 관계자도 "여당의 180 국회 의석이 오히려 독이 되는 것 같다"며 "그저 거수기 역할에 충실하라고 무언의 압력을 가하는 것이 아니면 금 전 의원 징계는 도저히 설명이 안된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조국 사태 당시 여당의원으로 유일하게 소신발언을 했다고 총선 과정에서 온갖 수모를 주는 것으로 모자라 당 윤리위까지 동원하는 건 지나치다"며 "당의 앞날을 생각할 때 이렇게까지 해야하는 건지 솔직히 걱정된다"고 밝혔다. 

한편 총선을 앞두고 금 전 의원 지역구에서 경선 경쟁을 벌이다 경기 안산단원을로 옮겨 당선된 김남국 의원은 "금태섭 전 의원, 박용진 의원이 초선 때 소신 있는 목소리를 냈기 때문에 우리 당이 정책적 결정을 하는 과정에서 합리적인 방향으로 또 결정되는 면이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두둔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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